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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6 07:21 수정 : 2019.10.10 09:34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51)봄날은 간다
감독 허진호(2001년)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와 지방 방송국 라디오 피디 은수(이영애)는소리 채집을 위해 함께 여행을 다니다 금세 사랑에 빠진다.
21세기의 시작. 마치 모든 것이 ‘리셋’돼 변화를 겪게 될 듯이, 막연한 흥분과 불안이 우리를 사로잡던 때였다. 그러나 2001년 극장가 한 편에서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에 걸맞지 않은 순정적이고 복고적인 탄식이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실은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는 물음이었으나 저 ‘아날로그’적 감성이 자극하는 판타지는 쉽게 냉소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지방 방송국의 프로듀서인 은수(이영애)와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유지태).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는 출장(여행)을 함께 떠난 둘은 불같이 사랑에 빠지고, 상대에게 명확한 이별의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한 채 헤어진다. 여느 멜로와 다를 바 없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였으나, 남녀의 구도가 좀 달랐다. 그 구도가 <봄날은 간다>를 퇴행적인 로맨스가 아닌, ‘어른’의 멜로로 보이게 했다.

연상녀-연하남의 만남이란 설정 자체가 딱히 특별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영화가 각각에게 부여한 성격이 신선했다. 이혼의 경험을 가진 여자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진 남자.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여자와 옛 가옥에서 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사는 남자. 적극적으로 유혹하고 냉정하게 돌아서는 여자와 수줍게 매혹되고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남자. 여자는 신식이었으나 남자는 구식이었다.

개봉 당시, 수많은 관객들은 사랑의 미래를 철석같이 믿다가 아픔을 겪는 이 ‘착한’ 남자에게 스스로를 동일시했을 것이다. 과거의 사랑 앞에서 우리 모두는 상처 입은 자들이므로. 그가 채집한 풍경의 소리는 지나간 사랑의 한 시절을 최대한 아련하고 아름답게 위무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성인 여자의 세계를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의 환상 속에서 허우적대는 소년이라는 진실 또한 모르지 않았다. 이영애와 유지태의 싱그러운 연기는 물론이고, 남녀의 달뜬 감정과 관능적인 공기, 무엇보다도 고독과 권태의 표정을 형상화하는 연출은 허진호의 멜로적 재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남다은/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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