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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5 16:33 수정 : 2019.06.05 19:10

윤희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들어 정말 지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근길에 만원 지하철 타고 가면서 벌써 녹초가 되어서 직장에 도착해요. 자리에 앉으면 컴퓨터를 바로 켜기는 하는데, 그 뒤에 한참 동안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멍하게 앉아만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마지막 달에는 주말도 없이 매일 출근해서 준비해왔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번에 잠정 중단되고 나서는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구나’ 하는 생각에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고요. 하루 종일 딴짓은 안 하는데도 퇴근길에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느껴져요.”

진료실을 찾아온 직장인 ㄱ씨가 털어놓은 이야기였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경험해본 마음일 수도 있다. 직장에서 정말 열심히, 단지 ‘열심히’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몸과 마음의 열정을 다해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일이나 다른 일상적인 활동들에 대한 흥미를 잃고 무기력해지는 상태, 바로 번아웃이다.

5월28일, 세계보건기구(WHO) 정기 총회에서 30년 만에 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개정하면서 번아웃을 의학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공식 분류했다. 이전에는 단순히 ‘심각한 피로’로 정의되었던 번아웃은 이번 개정을 통해 만성적인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적절히 관리되지 못해서 발생한 ‘활력이 고갈되거나 피로한 느낌’ ‘직업으로부터 정신적 거리감이 증가되거나 직업에 대해 부정적 또는 냉소적인 기분’ ‘업무 능률의 저하’가 동반된 상태로 정의되었다.

번아웃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을 많이 상담해보았기에 번아웃이 하나의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증상들이 정의되었고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기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것은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4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한 직장인의 95.1%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흔한 증상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겪는 별것 아닌 상태라고 생각하고 방치하다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상태라고 하지만 그래도 어떤 상황에서 번아웃이 찾아오는 걸까? 번아웃에서 느껴지는 무기력감은 특히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욱 많이 느껴진다고 한다. ㄱ씨의 이야기처럼 정말 열심히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했던 일이 성취를 느끼지도 못한 채 중단되고 더 이상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되어 지쳐갈 때 탈진을 경험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지쳤지만 회사 사정이, 혹은 내 통장 잔고가 일을 쉴 수 없게 만들기에 더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탈진에 빠져드는 것이다.

번아웃이 더 큰 병으로 진행되기 전에 막으려면 ‘적당히 일하고’ ‘잘 쉬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라’고 한다. 일에 너무 몰두해서 몸과 마음을 불태우지 말고 나와 일 사이에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것, 업무 시간 이외에는 일을 더 이상 머릿속에 남겨두지 말고 뇌에게도 휴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휴식을 취할 때는 가만히 누워만 있거나 티브이만 바라보고 앉아 있는 것보다는 여행이나 운동 같은 내가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업무 스트레스나 그 밖의 다른 고민을 혼자만 안고 끙끙대지 말아야 한다. 대신 동료나 친구,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한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그대로 실천하기에 정말 쉽지 않은 일들이다. ‘누구나 겪는 건데 나만 힘들어하는 건가?’ 하는 마음 때문에 남들에게 이야기하기도 창피하게 느껴지니까. 하지만 누구나 겪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주변 사람들도 내 마음을 공감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부터도 내 주위에 힘들어하는 동료가 있다면 잠깐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러는 동안 어느새 내 이야기도 조금씩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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