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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그곳에서 느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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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인천공항의 구석구석을 뒤져라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그곳에서 느끼는 행복 인천 공항엘 갔다. 이착륙 시간표를 바라보며 상상한다. ‘LED’는 북국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이고, ‘IST’는 술탄의 나라 이스탄불이며, ‘HKT’는 에메랄드빛 산호바다가 펼쳐지는 타이 푸껫이다. 비행기 탈 일도 없는데, 자꾸 공항엘 간다. 각진 제복을 입은 기장과 승무원이 자랑스럽게 걸어나가고 탑승권을 쥔 승객들은 흘끗거리며 줄을 서 있다. 그 틈에 끼어 비행기 구경을 하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신다. 세계 곳곳에서 날아온 비행기들도 공항에서 쉰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민첩한 기계. 보들레르가 노르망디 항구에 정박한 대형 선박을 가리켜 “거대하고 광대하고 복잡하지만 민첩한 생물, 활기가 넘쳐나는 동물, 인류의 모든 한숨과 야망에 괴로워하며 숨을 몰아쉬는 동물”이라고 했다는데, 비행기도 그러하다. 공항은 그런 비행기들이 품고 온 곳곳의 냄새들로 가득하다. 뉴욕에서 날아온 비행기에는 ‘빵빵’대는 노란 택시의 소음과 프레리(북아메리카 대평원)의 옥수수 냄새와 베링해에서 비행기를 빤히 쳐다보던 바다사자의 표정이 묻어 있다. 그래서일까? 세계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을 펴내는 배낭여행가 토니 휠러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정직하게 말하자면, 공항의 탑승 라운지입니다.”(토니 휠러, <나쁜 나라들>) 공항은 경계에 있다. 우리가 사는 ‘여기’를 떠날 때 지나쳐야 하고, ‘여기’에 돌아올 때 부딪혀야 한다. 현실의 출구이자 꿈의 입구이고, 꿈의 출구이자 현실의 입구다. 세상의 문턱에서 빠져나와 여행을 기다리는 곳이 공항이다. 아무 곳에도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공항에 있을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공항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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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문턱에서 빠져나와 여행을 기다리는 곳이 공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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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호텔에서 놀이방까지, 우리가 몰랐던 숨은 공간들 상주 인구 3만2천~3만5천명. 울릉도 인구의 세 배가 넘는다. 하루 7만~10만 명을 태운 비행기들이 날고 내린다. 인천공항은 차라리 하나의 도시다. 없는 게 없다. 인천공항을 구석구석 뒤져 지혜롭게 이용하는 법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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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의 밤 풍경. 여객터미널의 길이는 1km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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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이 운영하는 환승호텔. 비행기가 연착됐을 때 이용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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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 센터에서 마사지나 샤워로 몸을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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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동편의 에스케이텔레콤 라운지. 음료수와 스낵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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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은 24시간 영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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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29번 게이트 옆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방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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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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