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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22 18:32 수정 : 2007.08.22 18:32

부뚜막이 곧 부엌이었고 부엌 살림에서 곳간 인심나던 한국의 부엌.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부뚜막과 찬장에서 시스템 키친까지 부엌의 변천사

부뚜막이 곧 부엌이었고 부엌 살림에서 곳간 인심나던 한국의 부엌. 이 전통적 공간을 개량하자는 움직임은 지난세기 초반부터 시작됐지만 실제로 부엌을 바꾼 첫번째 사건은 1950년대 연탄의 등장이었다. 부엌의 알맹이었던 취사·난방 공간인 부뚜막이 나무에서 연탄 아궁이로 바뀌었다. 부엌은 나무 때는 연기를 벗어난 대신 연탄가스라는 부산물을 낳았고, 만성으로 연탄가스에 중독된 주부들에게 진통제의 대명사인 명랑·뇌신은 필수품이 되다시피 했다. 반면 일제의 엄혹한 공출에도 살아남았던 놋그릇이 연탄가스로 색깔이 변질된 탓에 고물장수 엿가락에 허무하게 팔려나갔다. 그 자리를 편리하지만 금방 찌그러지는 양은 그릇이 잠시 대신했고, 얼마 뒤 놋그릇의 불편함과 양은그릇의 품위 없음을 해결한 스테인리스 그릇이 부의 상징이 돼 ‘다라이’세트와 함께 부엌의 상전 자리에 놓이게 됐다.

처음으로 아파트가 들어선 60년대에는 우물 옆에 입식 조리대를 세우는 절충식 입식 부엌이 등장했고, 부엌에 찬장을 들여놓는 것도 유행이 됐다. 파랗고 하얀 타일이 부엌을 반짝거리게 했고, 식생활의 변화와 함께 주방용 합성세제 ‘퐁퐁’과 피부보호 고무장갑이 조리대의 친구가 됐다.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된 70년대에는 본격적인 입식 부엌이 도입되면서 주방이라는 말이 부엌보다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부엌은, 아니 주방은 밥을 짓는 곳에서 밥을 먹는 곳으로까지 그 뜻이 확장됐고, 입식 부엌의 정수라고 할 만한 싱크대를 포함해 수납장, 조리대 등을 한 벌로 만들어 파는 ‘거북표’‘오리표’ 등의 상표가 대중화됐다. 또 냉장고가 여름철에는 필수품으로 다른 계절에는 장식품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주부들은 냉장고계뿐 아니라 세탁기계, 믹서기계 등 가전제품 구입 곗돈을 붓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

‘시스템 키친’이라는 새로운 말, 새로운 부엌 개념이 등장한 건 90년대부터다. 싱크대 위주에서 벗어나 집의 특성과 주부의 요구에 맞게 주방을 설계하는 고급형 부엌인 시스템 키친이 자리잡으면서 한샘·에넥스 등 부엌 가구 전문 기업이 생겨났고, 더 편리한 부엌, 더 아름다운 부엌으로 주부들을 시선을 잡아 끌고 있다. 재미있는 건 부엌이 더 좋아지고 편리해지는 것과 비례해 부엌 이용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도움말:<부엌의 문화사>(살림)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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