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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무소 앞 찐빵집. 옛날 방식을 따라 찐빵을 빚어 구들장에서 숙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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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원조싸움 벗어나 마을 전체가 고유의 손맛을 자랑하는 횡성 안흥리 찐빵마을
강원 횡성군 안흥면 안흥리, 찐빵마을 가는 길엔 찐빵들이 마중 나온다. 안흥찐빵 간판을 올린 집들이 하나둘 보이면 찐빵마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이고, 찐빵맨이 찐빵을 들고 서 있는 주유소가 보이면 찐빵마을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화장실 담벼락에도 찐빵이 서 있고, 광개토부동산에서도 찐빵이 웃고 있다.
마을 어귀에서 ‘심순녀 안흥찐빵’을 운영하는 심순녀(65) 할머니는 “장사를 40여년 했다”고 말했다. 안흥리가 찐빵마을로 유명해진 결정적인 계기는 그가 운영한 ‘면사무소 앞 분식점’ 때문이었다.
한달 식량 옥수수 두 말과 쌀 한 말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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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면 안흥리는 어딜 가나 찐빵이다. 안흥찐빵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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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인가? 신문기자가 가다가 찐빵을 맛본 거야. 허, 이거 맛있거든. 그리고 <강원일보>에 기사가 났지.” 심순녀 할머니는 “그 뒤 원주 문화방송이 오고 서울 문화방송이 오고 에스비에스가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름도 없는 면사무소 앞 분식점 앞은 주말이면 교통 정체를 일으킬 정도로 밀렸다. 사라진 할머니 찐빵의 맛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자 분식점은 더 이상 분식점이 아니었다. 심순녀 할머니의 말. “어느 날 세무서 직원이 찾아와 왜 세금도 내지 않고 영업하느냐는 거야. 농협에서 산 밀가루 포대 수까지 셈해 와선 세금 7200만원을 때리더라고. 예전에 원주세무서에 사업자 등록하러 갔을 땐 ‘50원짜리 호떡 파는데 무슨 사업자 등록이냐’고 말해놓고 무슨 소리냐고 따졌지. 결국 1500만원을 내고 끝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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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에서 찐빵을 만드는 심순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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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옥윤 할머니는 면사무소 앞에서 찐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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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의 성공을 목도한 안흥면 주민들은 너도나도 찐빵에 뛰어들었다. 1999년에는 22개 업체가 성업할 정도였다. 지금은 18개 업체가 안흥찐빵마을을 이룬다. 안흥찐빵마을은 협의회를 조직해 매년 10월 안흥찐빵마을 축제를 연다. 지난해에는 30만명이 왔다 갔고 무료 시식 행사에 찐빵 10만여개가 소비됐다. 안흥찐빵마을은 2007년 2월 미국에 상표를 출원하는 등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에 찐빵을 수출한다. 지난해 수출액만 2억원이고 한해 매출액은 100억원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중국산 짝퉁 안흥찐빵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재길 안흥찐빵마을협의회장은 원조 안흥찐빵을 이렇게 설명한다. “모두가 다 원조예요. 손으로 빚어 손맛이 살아 있고, 3단계 숙성 절차를 거치고, 안흥 일대에서 계약 재배한 국산 팥을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평준화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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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마을의 성공은 농촌 고령인구의 실업문제를 푸는 데 일조했다. 많은 안흥리 할머니들에게 일거리를 가져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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