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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군 안흥면사무소 앞 찐빵집에서 내놓은 안흥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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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주말 오후 영화를 본 뒤, 빵집에서 도넛을 시키고 미팅을 했습니다. 점심시간 수위 아저씨를 피해 교문을 넘어 학교 앞 분식점에서 라면과 꿀빵을 먹었습니다. 추운 날 길을 가다 배고프면 주저 없이 들어가 음식을 시켜 놓고 보리차를 홀짝였죠. 김밥천국과 김가네 등 ‘김씨 일가’들이 분식점을 점령하고 찐빵과 도넛, 라면으로 이뤄진 차림표도 돈가스와 카레라이스로 진화했지만, 요즈음도 눈을 오므리고 살펴보면 숨은 빵집과 분식점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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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오미사꿀빵의 정원석 할아버지. 세탁소 옆 분식점에서 출발해 40년 가까이 학생들의 친구가 되었다(왼쪽사진). 할머니들이 장사를 그만 둬 사라졌다가 부활한 안동 버버리찰떡(오른쪽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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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사꿀빵집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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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분식점 바깥에서 빵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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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점에서 시작해 명품 빵에 이른 경주 황남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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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 옛날 분식점의 정취를 간직한 진주 수복빵집의 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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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찐빵마을로 성장한 안흥찐빵마을에서 빵을 빚는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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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분식의 ‘정아’ 홍정순씨(가운데)와 아들과 남편이 생강도넛을 들고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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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 매콤달콤 그 맛에 샤워하고 싶어라~ 고향 떠난 왕년의 고교얄개들이 아저씨 돼 찾아오는 풍기 정도너츠 영주시 풍기읍에서 나고 자란 황홍현(38)씨는 “어릴 때부터 정아분식 생강도넛을 먹고 자랐다”고 말했다. 영주시에 사는 이금희(45)씨는 “지금도 풍기온천에 다녀올 적마다 도넛을 사온다”고 말했다. 풍기 사람들은 풍기 오거리에 있는 ‘풍기 정도너츠’를 옛 이름 ‘정아분식’이라 부른다. 풍기 정도너츠는 얼굴이 고운 아주머니 홍정순(58)씨 가족이 운영한다. 생강도넛 아줌마 홍정순씨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손님이 끊이질 않네요. 처음 도넛을 만든 게 언제인가요? “강원도 태백에서 아저씨를 만나 결혼했어요. 내가 19살이었고, 아저씨는 26살이었어요. 아저씨가 탄광에 갈 적에 호떡을 구웠죠. 공장 도넛을 받아 팔다가 나도 한번 도넛을 만들어봤죠. 이렇게 저렇게 만들다가 지금의 생강도넛을 만든 거예요.” 정오도 안 돼 다 팔려나간 도넛 -처음 풍기에서 분식점을 연 게 아니군요. “네. 풍기에 온 건 1980년이에요. 29살에 정아분식을 차렸죠. 테이블 여섯 개의 단출한 고교 분식점이었죠. 처음 메뉴는 떡만두국, 김치만두, 떡볶이, 김밥, 쫄면, 찐빵 등이었어요. 김치만두는 아마 국내 최초였을걸요? 솜씨가 좋았는지 손님들은 “아무거나 만들어도 맛있다”고 하더군요.” -생강도넛도 직접 개발하신 건가요? “아니에요. 그즈음 경북 북부와 강원도에서는 생강도넛을 만들어 먹었어요. 오히려 풍기에는 흔히 보이는 찹쌀도넛이 없더군요. 그래서 풍기로 와선 찹쌀도넛도 만들어 팔았죠. 초기에는 예닐곱 가지의 도넛을 빚었어요. 개업 당시 생강도넛 가격이 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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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도넛은 손으로 직접 빚는 수제 도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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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테이블과 의자에 고교생들이 꽉 들어찼으나, 생강도넛이 유명세를 타면서 판매 위주의 일품 맛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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