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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8 20:27 수정 : 2009.10.28 20:43

인스턴트에도 명품이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럭셔리하거나 독특하거나. 즉석 일품 일식요리 5선





인스턴트라고 다 같은 인스턴트가 아니다. 싸고 간편하다는 편견을 넘어 맛과 영양으로 승부하겠다는 일본의 명품 인스턴트 요리들을 소개한다. 우리에겐 다소 낯설거나 럭셔리할 것, 그럼에도 인스턴트 본연의 사명에 따라 간편할 것, 메인 디시에 가까운 요리일 것이라는 기준으로 고른 다섯 가지 제품들.



신주쿠 나카무라야 인도카레

◎ 신주쿠 나카무라야 인도카레

죽기 전에 맛봐야 할 그 카레

-무엇이 특별한가: 일본의 이름난 극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데라야마 슈지. <플레이보이> 일본어판에 인생 상담 코너를 연재했던 그는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어느 청년의 고백에 이렇게 답한 바 있다. “나카무라야의 카레를 맛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먹어본 다음 다시 상담하길.” 삶의 의지를 다시 일깨우는 카레, 죽기 직전에 한번은 맛봐야 할 카레. ‘신주쿠 나카무라야 인도카레’ 시리즈는 바로 108년 전통의 신주쿠 명물 나카무라야에서 출시한 레토르트 제품이다. 1인분에 2만원을 호가하는 현지의 맛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인도 카레를 철저히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춘 나카무라야 특유의 풍미는 살렸다. 여느 인스턴트 카레와 달리 굵직굵직하게 썰어 넣은 감자와 채소들도 식감을 자극한다. 매콤한 스파이스 치킨, 부드러운 마일드 치킨, 베지터블 카레의 세 가지 맛이 있다. 고급 인스턴트 카레 제품으로는 나카무라야의 라이벌이라 할 만한 ‘긴자 카레’ 시리즈도 추천할 만하다.

-얼마나 간단한가: 끓는 물에 봉투째 넣고 5~7분간 데우기만 하면 오케이.

-그래서 가격은: 200g(1인분) 5500~6000원

호텔 뉴오타니 핫케이크 믹스

◎ 호텔 뉴오타니 핫케이크 믹스

호텔 조리장의 레시피 그대로

-무엇이 특별한가: 도쿄 지요다구에 위치한 뉴오타니 호텔의 자랑거리 세 가지. 첫째, 영화 <007 두 번 산다>(1967)의 무대였다는 점. 둘째, 호텔 상층부의 회전식 레스토랑. 셋째, 핫케이크이다. ‘호텔 뉴오타니 핫케이크 믹스’는 일본의 3대 특급호텔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바로 그 뉴오타니 호텔의 핫케이크를 재현한 제품이다. 호텔 메인 셰프의 레시피를 충실히 따랐다는 이 믹스는 여타 핫케이크 믹스 가격의 두 배 이상의 고가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맛을 선사한다. 국내산 제품들에 비해 단맛은 덜하지만 은은하게 입과 코를 유혹하는 바닐라 베이스의 향과, 충분히 부풀어서 폭신한 촉감은 고급 베이커리의 치즈케이크가 부럽지 않은 수준. 따로 포장돼 있는 시럽도 잡맛이 적고 진하면서도 깔끔해 많이 먹기에도 무리가 없다는 것 또한 이 제품의 장점이다.

-얼마나 간단한가: 믹스 1봉에 달걀 하나와 우유 150㎖를 풀어 잘 섞은 다음, 달군 프라이팬에 약불로 굽는다.

-그래서 가격은: 535g(믹스 2봉, 시럽 2봉) 9000원

고모쿠 지라시

◎ 고모쿠 지라시

뿌린 대로 거두리라

-무엇이 특별한가: 초밥이라고 하면 흔히 재료를 밥덩이 위에 올린 것이나, 밥 속에 재료를 넣고 김이나 유부로 싼 것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초밥이 있으니 바로 지라시 스시다. 신문 같지도 않은 종잇조각을 ‘찌라시’라고 부르는 이유는 대책 없이 뿌려대기 때문. 지라시 스시는 그렇게 밥 위에 재료를 흩뿌려 먹는 초밥을 가리킨다.

회전판 위를 가득 채울 만큼 생선초밥의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지라시 스시도 그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고급 재료들을 거의 덮밥 수준으로 사용한 지라시 스시가 있는가 하면 간단한 재료들을 써서 비빔밥처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지라시 스시도 있다. 이 ‘고모쿠 지라시’ 제품으로 후자의 지라시 스시(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따르자면 간사이풍)를 집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연근, 죽순, 표고버섯, 당근, 곤약 등 다양한 재료들이 잘게 함유되어, 일본 현지의 야키니쿠 집이나 비즈니스 호텔 등에서 식사로 제공하는 지라시 스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온갖 ‘찌라시’들 탓에 잃어버린 입맛 되살리는 데도 ‘지라시’가 그만이다.

-얼마나 간단한가: 밥 2인분을 지은 후 내용물을 넣고 잘 섞은 다음 식힌다. 미지근할 정도로 식으면 별첨 스프를 부려 완성.

-그래서 가격은: 283g(2인분들이 2봉) 5600원

◎ 도미뱃살 데리야키

볼품없는 자취생 식단의 구세주

도미뱃살 데리야키

-무엇이 특별한가: 자취생 식생활의 대표적인 애로사항을 꼽자면 생선 먹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은 귀찮고, 그다음으로는 사후 처리가 곤란하다. 큰 맘 먹고 고등어라도 구웠다간 적어도 1박2일 동안은 오메가 넘버 스리 향과 함께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불포화지방산과 필수아미노산 결핍 상태에 시달리는 자취생들에게 일본식 생선구이 제품들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반가운 음식들. 전자레인지로 돌리기만 하면 되니 조리 걱정은 물론 냄새 걱정도 끝. 냉동 제품이라 보관 또한 용이하다. 도미뱃살 외에, 데리야키 장어구이, 연어 소금구이 등도 출시되어 있다. ‘때깔’도 그럴듯해서 손님맞이 급처방 요리로도 강추.

-얼마나 간단한가: 조각 단위로 냉동실에서 꺼내 전자레인지에 2~3분 돌리면 끝.

-그래서 가격은: 1㎏(24조각 내외) 2만5600원

송이버섯 가마솥밥

◎ 송이버섯 가마솥밥

반찬따윈 필요없어

-무엇이 특별한가: 손쉽게 영양밥을 지을 수 있는 제품. 송이버섯 외에 닭고기, 죽순, 해산물, 산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가마솥밥들이 출시되어 있다. 단순히 재료의 풍미만을 첨가한 것이 아니라 실제 재료들이 제법 굵직하니 들어가 있어 일품 식사에 가까운 그림을 연출할 수 있다. 기본 소스는 물론 밥을 짓는 과정에서 재료의 맛 또한 밥에 잘 배어들어 반찬을 여럿 준비하지 않아도 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제품의 장점. 출시 회사나 제품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고 영양에도 차이가 있는데, 야마모리사에서 나온 이 송이버섯 가마솥밥은 현미밥 3인분에 해당하는 뇌활성 아미노산(GABA)이 함유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얼마나 간단한가: 3~4인분의 쌀과 물을 밥솥에 담고 재료를 부은 다음 섞어서 밥을 짓는다.

-그래서 가격은: 221g(3~4인분용) 7800원


초간단 야채절임에서 해장국 대용 오차즈케까지 이색적인 즉석 반찬과 디저트들

밥도둑입니다요

초간단 야채절임에서 해장국 대용 오차즈케까지 이색적인 즉석 반찬과 디저트들

위의 본문에서 자취생 식생활의 대표적인 애로사항으로 ‘생선 섭취의 어려움’을 꼽았으나 둘째가라면 서러워 통곡할 애로사항이 또 있다. 바로 채소다. 자취생이 곁에 두고 오래 먹을 수 있는 초록빛깔 친구라고는 기껏해야 김치. 시장에서 무쳐 놓은 나물을 사다 먹자니 다 먹지 못하고 버릴 생각이 먼저 뇌리를 스친다. 이럴 때 일본식 채소절임 ‘쓰케모노’는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발효식품이라 보관이 쉽다. 큐리즈케(오이·고추절임), 시바쓰케(가지, 오이, 깻잎절임), 후쿠진즈케(무 간장초절임) 등 꽤 다양한 쓰케모노를 국내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쓰케모노의 관건은 한국인의 입맛이다. 나물과 비교하자면 시큼하고 단맛이 강해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일본 대표 밥도둑 ‘고항데스요’(밥입니다)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자랑한다. 간장 베이스의 이 김조림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은 어느새 뚝딱. ‘고항데스요’로 일가를 이룬 ‘모모야’의 제품은 아니지만, 매실, 고추 맛을 새롭게 가미한 김조림도 출시되어 있다. 국내에도 오뚜기에서 유사 제품을 시판중이다.

간단히 배를 채우거나 과음한 다음날 뒤집어진 속을 달래는 데 좋은 오차즈케. 국내에서는 가장 심플한 버전인 노리차즈케(김 오차즈케)가 많이 유통되고 있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꽤 다양하고 든든한 오차즈케들을 구할 수 있다. 가다랑어와 돈코쓰 육수를 기본으로 한 오차즈케나 닭고기가 함유된 우롱차즈케 등은 끼니 해결에도 손색이 없다.

일회용 커피 믹스로 식후의 텁텁함이 가시지 않는다면 간편하게 입맛을 전환할 수 있는 일본 즉석 디저트 제품들을 추천한다. 더운물로 믹스를 녹인 다음 우유를 섞어 한 시간 동안 차게 냉장해 주면 그럴듯한 푸딩이 완성되는 ‘하우스 푸딩 믹스’, 동결건조된 딸기믹스를 우유에 녹여 근사한 생과일 음료를 만들 수 있는 ‘이치고 듬뿍 디저트’도 수입 쇼핑몰에서 살 수 있다.

글·사진 조민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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