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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리짱! 병풍반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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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쩌리짱 정준하에서 게스트 정보석까지 모아본 가상프로그램 ‘쩌리짱! 병풍반란시대’
말이 없다. 재치가 없다. 눈치가 없다. 옆에 있는 사람 말에 맞장구를 자주 친다. 웃고 있는 얼굴이 주로 나온다. 뭐든 시키면 열심히 한다. 그런데, 잘하진 못한다. 재미는 없다. 없어도 별다른 티가 나지 않는데, 어딘가 허전하다. 쩌리들의 공통점이다. 이런 쩌리들이 모인 가상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떨까? 가상 프로그램의 제목은 <아이돌! 막내반란시대>를 본떠 <쩌리짱! 병풍반란시대> 정도면 좋을 것 같고, 편성은 아무래도 공중파는 쉽지 않을 듯하니 케이블 티브이 토요일 밤 11시쯤이면 적당하겠다. 출연진은 <무한도전>의 쩌리짱 정준하와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약골 이윤석과 비덩(비주얼 덩어리) 이정진, <청춘불패>의 병풍 효민과 백지 선화, <놀러와>의 골방 보이스 이하늘, 그리고 게스트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쥬얼리정 정보석이다.
통편집당한 한을 풀어보자꾸나
프로그램 기획 의도 | 대한민국은 지금 1인자 시대! 1인자에 묻혀 원샷 한번 잡혀보지 못하고, 제대로 된 멘트 한번 날리지 못하며 통편집의 수모를 당하곤 했던 쩌리 및 병풍들! 이들이 지금까지 방송을 하며 쌓인 한을 풀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카메라 제일 왼편이나 오른편에서 옆모습만 비춰졌던 지난날은 가라! 쩌리라서 웃기지 못할 거라는 편견은 버려라! 쩌리계에서 짱이 되고 싶은 이들의 도전이 시작된다.
<쩌리짱! 병풍반란시대> 1회
#황량한 운동장에 펼쳐진 병풍 앞
-(순서대로) 이윤석, 이하늘, 효민, 정준하, 선화, 이정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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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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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효민, 이윤석, 이하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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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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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정보석 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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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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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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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갔는데 찾지도 않네 존재감 없는 이들의 고백 “나 이럴 때 쩌리나 병풍 같다” 쩌리나 병풍이 예능프로그램에만 있는 건 아니다. 실제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쩌리나 병풍 역할을 맡는 이들이 어디든 꼭 있다. 주변인들을 수소문해 ‘나 이럴 때 쩌리나 병풍 같다’는 사례를 모았다. 존재감 없는 이들의 소심한 커밍아웃이 여기 있다. “한번은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 모임에 나갔는데 아무도 나의 근황에 대해 물어보지 않더라. 기분도 안 좋고 몸도 안 좋아 2차 호프집에 갈 때 슬그머니 빠졌는데 아무도 찾지 않았다. 어디 갔느냐는 문자도 없었다. 내가 왔는지, 갔는지 도통 무관심한 것 같았다. 바보같이 한 친구에게 ‘너네는 내가 가도 모르냐’는 문자까지 보냈다. 내가 왜 그랬을까.”(이아무개씨·33살) “내가 겪었던 황당한 얘기를 신나게 말하고 있는데 친구가 반찬 더 달라며 아주머니 불러서 얘기가 끊겼다. 그리고 바로 화제가 다른 걸로 넘어갔다. 모임 가기 전부터 준비해간 애드리브성 농담을 던졌는데 아무도 웃지 않았다. 심지어 그게 농담인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더라. 연습했던 성대모사까지 안 한 건 참 다행이었다. 사람들이 여럿 있을 때 꼭 내가 앉은 테이블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반면 저쪽 테이블은 웃음꽃이 핀다.”(최아무개씨·27살) “자매가 셋인데 내 이름만 평범하고, 심지어 촌스럽기까지 하다. 부모님에게 왜 내 이름만 성의 없게 지었느냐고 여러번 물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은 적이 없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존재감이 없었던 걸까.”(유아무개씨·31살) “원래 말이 없는 편이다. 술자리에서도 조용히 술만 마신다. 대부분 술자리 끝까지 있는 편인데 회사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내가 끝까지 있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겉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병풍처럼 술자리 배경이 되는 사람인 것 같기는 한데, 나는 그게 편하다.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아갈 생각이다.”(박아무개씨·29살)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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