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주민 이어주는 ‘열린 공간’

지난해 인천아트플랫폼 개관을 맞아 인천 시민들의 사진을 전시한 ‘인천, 일상의 발견’ 사진전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일반 관객도 참여할 수 있는 창작 스튜디오의 다양한 프로그램들

예전의 창작 스튜디오가 ‘열려라 참깨’ 주문을 외워야 두꺼운 문이 열렸던 동굴이었다면, 지금의 창작 스튜디오는 안이 들여다보이는 자동문이 장착된 열린 공간이다. 서울문화재단 창작공간추진단 한정희씨는 “1세대 창작 스튜디오가 예술가의 작업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이었다면, 최근 생겨나는 2세대 창작 스튜디오는 예술가와 미술계, 관람객, 또 지역 주민 사이에서 다리 구실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창작 스튜디오마다 입주 작가들의 작업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전시와 입주 작가들이 지역으로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마련해 일반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경기창작센터가 인근 대부초등학교와 함께 진행한 창의 교육 프로그램 ‘오감으로 마주하기’ 모습

◎ 오픈 스튜디오 | 창작 스튜디오의 가장 대표적인 정기 행사는 오픈 스튜디오다. 창작 스튜디오는 보통 기수별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년 동안 스튜디오에 입주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경우 정해진 인원이 같이 들어와서 같이 나가는 방식이다. 오픈 스튜디오는 보통 입주 기간이 끝날 때쯤 열린다. 말 그대로 스튜디오를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 기간에는 작가들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있는 동안 작업한 결과물을 전시한다. 창작 스튜디오의 모든 공간을 이용해 작업실이나 복도에서 전시를 하기도 하고, 작가와의 대화나 작품 발표회 등을 열기도 한다. 입주한 작가의 작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오픈 스튜디오가 열리는 기간은 창작 스튜디오마다 다르니 누리집 등을 통해 일정을 확인하면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펼쳐지는 열린 전시를 즐길 수 있다.

◎ 입주 작가 전시 | 전시는 창작 스튜디오의 수많은 작가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접점이다. 창작 스튜디오마다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기획한다. 현재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인 고양·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 작가 34명이 자신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인트로’전을 29일까지 고양·창동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연다.

‘레지던스 퍼레이드’전.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 창작 스튜디오 간의 교류와 소통을 중심에 놓은 ‘레지던스 퍼레이드’전(왼쪽)을 지난달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진행한다. 대표적인 창작 스튜디오인 고양·창동창작스튜디오와 경기창작센터,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가 차례로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창작 스튜디오의 현재를 보여주고 앞으로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달에 고양창작스튜디오 전시가 진행됐고, 다음달 16일까지는 창동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14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창동창작스튜디오에서 인천아트플랫폼까지 두 장소 사이를 막연히 걸어다니며 ‘레지던스 퍼레이드’ 전시 자체에 대한 생각을 영상작업과 드로잉, 텍스트로 작업한 김시원의 프로젝트는 이러한 전시 역시 창작 스튜디오의 입주 작가에게 창작에 있어 또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창작 스튜디오+지역+체험 | 최근 2년 동안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 새로 들어선 창작 스튜디오는 기존 지역에 있던 건물을 재활용하는 재생 프로젝트로서의 정체성과 주민과 예술을 나누는 참여예술적 정체성을 모두 갖고 있다. 서교동사무소는 서교예술실험센터로 탈바꿈했고, 인쇄공장은 금천예술공장으로 모습을 바꿨다. 재래시장 지하상가였던 신당창작아케이드와 철공소였던 문래예술공장, 보건소에 자리를 잡고 6월에 문을 여는 성북예술창작센터도 그렇다. 개항기 근대 건축물을 활용한 인천아트플랫폼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지역적 특성은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참여 프로그램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공예체험공방 ‘나도 예술가’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매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공예체험공방 ‘나도 예술가’(오른쪽)는 공예 작가들이 입주한 이곳 창작 스튜디오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이다. 문래예술공장은 다음달 기획 전시인 ‘싹’과 연계해 5월8일 화분을 만드는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 ‘싹’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대 앞 문화예술탐방 프로젝트인 ‘홍대 앞 재발견’도 5월부터 매달 넷째 주 일요일에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펼쳐진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한 달에 2~4차례 금속공예·사진·도예 체험 교육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스 퍼레이드’ 전시

지난해 개관한 경기창작센터의 개관전시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산시 선감동 경기도립직업전문학교 자리에 들어선 경기창작센터(GCC)는 지역으로 더 깊게 파고든다. 안산시와 대부도 등 인근 지역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GCC와 함께하는 예술학교’는 입주 작가와 연계해 작가들이 직접 기획안을 구성해 동시대 예술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갯벌습지보전학교인 인근 대남초등학교와 함께 ‘어린이 해양생태백과사전’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지역 학교에 맞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경기창작센터는 접점의 폭을 대학으로 넓혀 21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성균관대, 한성대, 국민대, 경원대, 계원예술대 등 5개 학교를 돌며 입주 작가 16명이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고 학생들과 얘기도 나누는 ‘무빙 렉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경기창작센터 백기영 학예팀장은 “안산시나 대부도, 선감도 등 인근 지역 사회와 연계한 프로젝트, 기업·학교와 연계한 프로젝트를 통해 입주 작가와 지역 주민, 시민 간의 공감대를 만들어 사회에 더 밀착되는 창작 센터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5월 창작 스튜디오 전시·체험·참여 프로그램(무료)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 안인용 기자 [e-mail]·사진제공 인천아트플랫폼, 경기창작센터, 신당창작아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