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5.05 20:19
수정 : 2010.05.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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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베리〉, 〈고스트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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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일상을 다루는 여성 취향의 그래픽노블들
오해하지 말자. 그래픽노블은 슈퍼히어로 만화의 동의어가 아니다. 쫄쫄이 입은 초인들이 하늘을 가르는 모험담 외에 발을 땅에 붙이고 사는 이들의 사람 냄새 나는 작품들도 그래픽노블 붐과 함께 국내에 차례차례 소개되고 있다. 서정성이라는 이름의 문학적인 특질들을 전면에 내세운 이러한 그래픽노블들 또한 만화나 코믹스와 다른 제3의 감흥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만화로는 최초로
에 소개되기도 했던 <푸른 알약>은 국내에 거의 소개된 바 없는 스위스 작가 프레데리크 페테르스의 작품이다. 일생 동안 콘돔을 쓰도록 선고받은 두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이 그래픽노블의 소재는 에이즈. 작가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잔잔한 깨달음을 전하고 있는 <푸른 알약>은 에이즈 감염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로부터 자유로워지자고 권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한 사색을 담아낸 완성도 높은 러브스토리로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영국의 작가 포지 시먼즈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마담 보베리>는 글 반, 그림 반이다.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소설인데 마치 삽화와도 같이 만화가 들어가 있는 형식인 셈. 인물들의 이름부터 플롯까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고전 <보바리 부인>을 철저히 패러디한 이 작품은 프랑스 노르망디로 이주해 온 영국 여인 젬마 보베리가 사망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흥미롭게도 이야기의 화자는 생전 그녀를 스토킹해 온 동네 빵집의 늙은 주인. 사망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이 글과 그림을 오가며 숨가쁘게 진행되는 <마담 보베리>는, <보바리 부인>을 일컬어 ‘내용과 형식의 대립 자체가 사라졌다’고 평가한 롤랑 바르트의 말이 이 패러디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다.
대니얼 클로스의 <고스트 월드>는 고등학교는 졸업했지만 대학에 진학할 생각도, 사회에 나갈 뜻도 없는 두 십대 소녀의 일상을 쫓는 작품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그 어떤 드라마, 영화, 소설에서도 쉬이 만날 수 없었던 1990년대 청춘들의 지극히 솔직한 속내들을 간결한 그림체로 표현하고 있다. 도라 버치, 스칼릿 조핸슨이 출연한 동명 영화(국내 개봉명 <판타스틱 소녀백서>)도 비교해서 감상해 볼 만하다.
글 조민준 객원기자·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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