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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씨가 모아놓은 esc. 박소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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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열쇳말별로 분석해본 당선작들
직업병, 자취·백수, 연애, 엠비(MB)정부·<한겨레>. esc 3주년 독자 이벤트에 가장 많이 도착한 사연을 분류하면 대략 네 개의 열쇳말이 나온다. 열쇳말별로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들여다보자. ⊙ 직업병 | 서당개가 하필 서당에서 개로 사는 바람에 풍월을 읊게 된 것처럼 문수경씨는 당구장 집 막내딸로 3년을 살다 보니 ‘자넷 문’이 됐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교 3학년 때까지 인생의 황금기를 당구장에서 알바하며 ‘당구장 죽순이’로 보냈습니다. 당구의 세부종목을 두루 섭렵한 것은 물론 당구대와 공 닦기는 ‘신의 경지’였습니다. ‘자넷 문’이라는 별명도 생겼죠.” ‘인사과 경력 3년이면 관상을 볼 줄 안다’는 이현국씨는 면접을 도맡아 진행하다 보니 이제 면접자의 행동이나 말투, 얼굴에서 그 사람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회사 단골 출장맨 3년이면 여행가이드 한다’는 박병철씨는 회사 출장을 혼자 도맡아 가다 보니 여행가이드 못지않은 여행전문가가 됐다. ⊙ 연애 | 회사에서 ‘영업맨’으로 일하는 김태준씨는 ‘영업 3년이면 연애도 한다’는 사연을 보내왔다. 숫기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이성 앞에서도 우물쭈물하곤 했던 김씨는 영업 업무를 담당하고 난 다음부터 성격이 조금씩 달라졌다. 김씨는 그렇게 결혼에 골인했다. “숫기 없고 용기 없어 애인이 없다고 생각하는 남성분들, 이성에게 자신을 영업해 보세요. 길이 보입니다.” ‘짝사랑 3년 하면 사랑에 성공한다’는 사연을 보낸 이도 있다. 김선호씨는 오랜 짝사랑 끝에 자신이 좋아하던 상대가 아닌 자신을 좋아하던 상대와 연인이 됐다. “사랑은 주고받는 거라는 걸 3년간의 짝사랑 기간 동안 느끼게 됐습니다.” 솔로 부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솔로 3년이면 인연에 감사한다’는 강명구씨는 “여자친구 한 명 대신 더 많은 사람을 볼 수 있고 또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솔로라고 기죽을 것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자취·백수 | 머나먼 독일에서 자취생활 3년을 했던 임보람씨는 유학 초기에 음식을 전혀 하지 못해 패스트푸드만 먹게 됐고, 그러다보니 살이 쪄서 직접 음식을 해먹기로 했다. “이제 웬만한 한식은 부끄럽지 않게 내놓을 만한 솜씨를 갖추게 됐어요. 자취생활 3년 만에 요리사가 된 거죠.” 백수생활을 3년 했더니 요리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프로가 됐다는 김연태씨도 있다. “먼저 라면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 끓일 수 있어요. 인터넷과 티브이를 끼고 살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에 빠삭합니다. 마지막으로 눈치 하나는 100단입니다.” 취업 준비를 3년 하면서 면접에 대비해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미네르바’ 못지않은 경제·금융 전문가가 됐다는 이민규씨는 요즘 ‘다음’ 아고라 경제방에 글도 남긴다. 이영헌씨는 고시생을 3년째 하다 보니 주변 고시생 친구와 친지들의 취업·진로·법률 상담을 도맡고 있다. “이제부터는 상담 다 끊고 공부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 엠비정부·<한겨레> | 3년째에 접어든 현 정부에 관한 사연도 많았다. ‘엠비 정부 3년이면 좌파 발언 나도 한다’(최중석), ‘우파 정권 3년이면 정치학 박사 된다’(백기현), ‘엠비 정권 3년이면 왼손잡이 된다’(박헌진) 등이 도착했다. 같은 맥락으로 <한겨레>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겨레> 구독 3년이면 보수도 진보 된다’는 이성민씨는 보수적이었던 할아버지가 <한겨레>를 3년 구독하고는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에이4(A4) 용지 넉 장에 걸쳐 보내왔다. ‘<한겨레> 3년 정독하면 사회현상에 눈을 뜬다’(김주명), ‘<한겨레> 3년이면 또다른 세상이 보인다’(박영) 등의 사연도 있었다. esc에 관한 사연도 반가웠다. ‘esc 3년이면 회춘한다’는 이희정씨는 “esc 덕분에 생활의 재미지수가 올라갔다”고 했다. ‘esc 3년이면 엄마가 잔소리한다’는 박소연씨는 2년4개월 넘게 모아놓은 esc 섹션을 치우라는 엄마와 매번 옥신각신한다는 사연을, 지금까지 모아놓은 esc 인증샷(오른쪽)과 함께 보냈다. “인증샷을 찍을 때 카메라 설정이 잘못되어서 2035년으로 찍혔는데, 그때까지 esc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안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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