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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16 19:55 수정 : 2010.06.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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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지난 월요일 점심시간 사람들의 화제는 단연 월드컵,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그리스전을 보며 치킨을 시켜 먹기가 얼마나 어려웠냐는 것이었습니다. 점심 동료 1명은 토요일 저녁 6시부터 동네 치킨집에 전부 전화를 돌렸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음날인 일요일에야 겨우 통화가 됐는데 치킨집 사장님 말이 “미리 예약받은 치킨만 해도 일주일치 배달량을 다 채워서 도저히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또다른 동료는 임신한 부인의 요구로 비비큐 본사까지 차를 몰아 갔지만 밀린 물량 때문에 돌아와야 했고, 또다른 동료는 반경 10㎞ 안의 치킨집을 다 돌았지만, “최소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을 듣고 경기 관람을 놓칠까봐 포기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무슨 ‘국토순례’와도 같은 치킨집 투어를 이야기하는 동안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만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저란 여자, 2002년 월드컵부터 지금까지 월드컵은 고사하고 평소 한-일 축구전도 보지 않는 여자입니다. 저란 여자, 이번 한-그리스전 때도 시청률 11%로 마감한 <개인의 취향> 재방송을 본 여자입니다. 이렇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부득불 애써 가는 이유는, 어렸을 적 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중·고등학교 때 “행복이 성적순인가요?”라고 항의할 때 저는 “왜 달리기는 등수순인가요?”라고 따졌습니다. 남들이 영어·수학 점수 1점에 연연할 때 저는 전교생이 웬만하면 20점 만점을 받는 체력장 점수에 전전긍긍했더랍니다.

월드컵 때만 되면 심한 소외감에 시달렸는데, 저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걸 발견하고 ‘급방긋’했습니다.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고 독특한 무대매너로 여성팬들을 몰고 다니는 가수 장기하는 월드컵용 뮤직비디오를 찍어보자는 레코드사 사장의 제안을 “축구 싫다”는 한마디로 거절했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내게 월드컵은, 오랜 세월, 콤플렉스였다”고 고백하네요. 그 사연을 6면과 7면에서 확인해보시죠.

김아리 〈esc〉 팀장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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