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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4 17:37 수정 : 2010.07.17 11:07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캐나디안 로키의 보석’ 캐나다 밴프국립공원 탐방

거울 같은 호수들을 품은 설산 자락으로 황홀한 숲이 깔렸다. 이끼인 듯 잔디밭인 듯 바위산 자락을 부드럽게 에워싼 초록 풀밭. 이끼들이 이룬 평원처럼 보이는 이 숲은 실은 키가 30~40m에 이르는 전나무·소나무·가문비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모습이다. 쪽빛 하늘과 흰 뭉게구름, 구름을 닮은 설산과 설산을 담은 호수, 호수를 안은 침엽수림이 펼쳐 보이는 그림에 탐방객들은 자주 할 말을 잃는다. 물가에서나 숲길에서나 산 위에서나, 눈 가는 곳이 모두 사진으로 봐오던 눈부신 풍경들이다.

로키산맥은 멕시코에서부터 미국·캐나다를 거쳐 알래스카까지 남북으로 장장 4500㎞를 뻗은 북미대륙 중서부 지역의 거대한 산줄기. 캐나다 쪽 로키 중에서도 앨버타주 남서부 산줄기는 눈 덮인 바위산들과 설봉이 품은 크고 작은 호수들이 어울려 매우 아름다운 경치를 펼쳐 보이는 곳이다. 산골짜기마다 거대한 거울을 깔아놓은 듯 보이는 이 호수들은, 빙하가 쓸고 내려간 자리에 다시 빙하 녹은 물이 고여 이뤄진 것이다.

캐나디안 로키는 밴프·요호·쿠트니·재스퍼 등 4개의 국립공원과 4개의 주립공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세계 10대 절경으로 꼽히며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루이즈 호수를 품은 밴프국립공원은 ‘캐나디안 로키의 보석’으로 불린다. 1885년 캐나다의 첫 국립공원이면서 세계에선 3번째로 국립공원이란 명칭을 얻은 곳이다.

인구 8천명 소도시 밴프…연간 400만명 관광객 넘쳐

인구 8천여명에 불과한, 깜찍한 소도시 밴프. 50개의 호텔과 상가들로 구성된 밴프는 밴프국립공원의 중심이자 탐방의 출발점이다. 해발 1400m에 자리한 고원도시다. 거리는 늘 인파로 넘친다. 전세계에서 해마다 4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작은 소읍을 찾아온다. 청춘남녀에서부터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 지팡이를 짚은 노부부까지 함께 어울려 거리를 수놓는다. 남북으로 뻗은 밴프애비뉴를 중심으로 1시간이면 도심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밴프란 지명은 1886년 이곳에 철도가 건설되면서 당시 ‘캐나디안 퍼시픽 철도’ 총감독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밴프셔 지방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1. 밴프국립공원 루이즈 호수 주변 트레킹 길에 만나는 아그네스 호수. 탐방객들은 호숫가 찻집에서 허브차를 들며 물과 산을 오랫동안 감상한다. 2. 작은 도시 밴프를 둘러싼 보강에선 카누를 즐긴다. 3. 캘거리 스탬피드 페스티벌 첫날 벌어진 말 길들이기 경기.

밴프가 유명세를 타게 된 건 그해 한 의사가 이곳 유황온천의 물치료 효과에 대해 발표하면서라고 한다. 캐나디안 로키엔 재스퍼의 마이엣 온천, 비시 주의 레이디엄 온천, 밴프의 어퍼 온천 등 이름난 온천이 세 곳 있다. 밴프 도심에서 10분 거리 설퍼산(유황산) 자락에 옛 온천은 아니지만, 자그마한 노천탕을 갖춘 어퍼 온천이 있어 탐방객들이 피로를 풀 수 있다. 온천에서 기념품가게를 운영하는 성기용(58)씨는 “5월부터 눈 녹은 물과 지표수가 섞인 미지근한 온천수가 솟기 시작해, 6월부터 9월까지 섭씨 47도의 뜨거운 물이 솟는다”고 말했다.

온천 옆에서 8분 동안 곤돌라를 타고 설퍼산(2285m) 정상에 오르면 빼어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밴프 거리와 보강, 밴프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호수인 미네완카 호수, 120여년 역사의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 그리고 눈을 뒤집어쓴 바위봉인 캐스케이드산(2998m), 브루스터산(2859m), 에일머산(3162m)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밴프 거리를 감싸고 흐르는 보강에선 카누·카약·래프팅을 즐긴다. 울창한 숲 사이로 굽이치는 강을 따라 새소리를 들으며 노를 저어볼 만하다. 밴프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호수는 미네완카 호수다. 1941년 댐을 건설하며 생긴 길이 27㎞, 폭 1~2㎞의 호수다. 물은 평균 섭씨 7도 이하로 늘 차갑고 깨끗하다. 1m를 훌쩍 넘는 송어를 낚으러 꾼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보트를 타고 물길을 따라 에일머산과 캐슬산 등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을 감상해도 좋다. ‘미네완카’란 인디언인 스토니 부족 말로 ‘물의 정령’이란 뜻이다.

밴프국립공원의 보석 중 보석은 두말할 것 없이 루이즈 호수다. 캐나디안 로키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방문객이 많은 곳이다. 빙하 녹은 물에 침식작용으로 바위들이 깎이고 물에 녹아들어 뿌연 초록 물빛을 지녔다. 바라보기만 해도 부드럽기 그지없는 질감이 느껴지는 호수다. 거대한 빅토리아 설산이 잠긴 호수를 바라보며 방문객들은 앉고 서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이 호수는 1882년 인디언 부족의 안내로 철도를 건설하던 윌슨이란 백인의 눈에 띄며 알려졌다. 인디언이 ‘작은 물고기 호수’로 부르던 이곳에 윌슨은 에메랄드 호수란 이름을 붙였으나, 뒤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딸이자 1870년대 캐나다 총독을 지낸 론 공작의 부인 이름을 따 루이즈로 바꿨다. 루이즈 호수 주변은 트레킹 천국이다. 울창한 침엽수림 사이로 뻗은 숲길을 따라 이어진 미러 호수, 아그네스 호수 등 또다른 아름다운 호수를 만나고, 장쾌하게 펼쳐진 로키의 전망을 즐기는 트레킹이다. 어느 방향, 어느 각도로 시선을 던져도 황홀한 경치가 펼쳐진다.

루이즈 호수 트레킹을 마치고 밴프국립공원 탐방의 관문인 캘거리로 돌아와 카우보이 축제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때마침 로데오 축제 ‘스탬피드 페스티벌’이 시작되는 날이다. 해마다 7월, 열흘 동안 펼쳐지는 세계 카우보이들의 축제다. 티브이 화면을 통해서만 보던 야생마·야생소 타고 길들이기, 역마차 경주 등을 볼 수 있다. 지난 7월9일 막을 올린 올해 스탬피드 페스티벌은 18일까지 계속된다.

보석 중 보석은 루이즈 호수…주변은 트레킹 천국

캐나디안 로키

4박6일의 짧은 일정으로, 지도 펴들고 차를 몰아, 밴프국립공원의 진면목을 들여다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부족한 일정에서도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강렬한 인상으로 뇌리에 남았다. 아름다운 경치를 표현하려면 비교대상이 있거나 객관적이어야 그 진가를 인정받는다.

최근 <캐나디안 로키>라는 책을 쓴 캠핑 전문가 김산환씨. 세계 각국의 국립공원 100여곳을 캠핑으로 먹고 자고 걸으며 섭렵해온 그는 밴프국립공원을 비롯한 캐나디안 로키를 “모든 것을 갖춘 국립공원”이라고 주장한다. 밴프를 세번째 방문했다는 그가 단언했다. “내가 아는 한 이렇게 완벽한 국립공원은 지상에 없다.” 루이즈 호수를 백인으론 처음 만난 윌슨도, 당시 이 호수 앞에서 동료들과 담배를 피우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에게 맹세컨대, 내가 탐험했던 모든 것들 중에 이처럼 아름다운 장면은 없었다.”

처음 가본 이도 많이 둘러본 이도 가장 아름답다 느꼈으니, 밴프국립공원이야말로 실로 ‘절경’이란 이름을 붙일 만한 곳 아닐까?

밴프·캘거리(캐나다)=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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