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8.11 19:35 수정 : 2010.08.14 14:14

유관순, 10원짜리 동전에도 괴담은 떠돌고…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도시기담들의 유래와 진실

‘~카더라’는 풍문만 남고, 진실은 묻힌다. 입에서 입으로 떠도는 대다수 도시전설들의 운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된 그 숱한 괴담들 중에는 이미 유통기한을 다한 이야기들도 적지 않다. 1980년대부터 2010년 오늘까지 한국 사회에서 화제가 되었던 도시전설들 중 그 뿌리나 진위가 밝혀진 것들을 한데 모았다.

초자연적인 소재의 괴담들

● 자정에 ‘유관순’ 노래를 부르면 유관순 열사의 얼굴이 나타난다

자정에 ‘유관순’ 노래를 부르면 유관순 열사의 얼굴이 나타난다

80년대에 유행했던 유관순 열사 관련 괴담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자정 무렵이 되면 거울이 있는 공간으로 가서 모든 불을 끈다.(촛불 하나를 켜 놓아야 한다는 버전도 있고, 그 공간이 무조건 화장실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버전도 있다.) 그리고 정확히 자정이 되면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면…”으로 시작하는 ‘유관순’ 노래(강소천 작사·나운영 작곡)를 10회 반복해 목청껏 부른다. 열창을 마친 뒤 기다리면 거울 속에 유관순 열사의 얼굴이 서서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이런 유의 이야기들 중 상당수가 일본에서 국내로 유입되었으나, 이 괴담은 서양의 도시전설이 원전이다. 바로 ‘블러디 메리’(Bloody Mary) 괴담으로 70년대에 미국 등지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내용도 “자정 무렵 욕실의 불을 모두 끄고 ‘블러디 메리’라고 열세번 부르면 거울 속에서 마녀가 나타나 얼굴을 할퀸다”거나 “캄캄한 방의 거울에 대고 ‘헬 메리’라고 일곱번 부르면 악마의 형상을 볼 수 있다”는 식으로 일맥상통한다.

이 원작에 등장하는 ‘메리’의 정체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구구하다. 19세기 무렵에 흑마술을 공부하다 마을 사람들에게 처형된 마녀라는 설도 있고, 교통사고로 얼굴을 심하게 다쳐 고통 받다 죽은 어느 여인의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며, 개신교도들을 무참히 학살해 ‘블러디 메리’라 불렸던 영국 여왕 메리 1세(재위기간 1553~1558)라는 주장도 있다.

● 영화 <뉴욕 세 남자와 아기>에 어린아이 귀신이 찍혔다


영화 〈뉴욕 세 남자와 아기〉에 어린아이 귀신이 찍혔다

9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영화·뮤직비디오 속 귀신 소동’의 시초. 1994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옥의 티’ 코너에서 소개된 뒤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졌다. 영화 <뉴욕 세 남자와 아기> 속 주인공이 그의 모친과 함께 이사할 집을 살펴보는 장면에서, 소년으로 추정되는 형체가 창가 커튼 사이에 나타난다는 것. 떠도는 이야기에 따르면, 영화의 세트로 쓰인 바로 그 집에서 총기 오발사고로 한 소년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사실과 다르다. 어린아이라고 알려진 그 형체는 사실 성인 남자의 모습이다. 인물의 사진을 1 대 1 사이즈로 현상해 제작한 홍보용 패널이 귀신소동의 실체. 문제의 집으로 이사한 주인공의 극중 직업은 배우로, 자신의 모습을 담은 홍보 패널을 집에 가져다 놓았던 것이다.

문제의 장면을 포함하여 이 홍보 패널은 극중에 두번 등장한다. 하지만 1 대 1 사진이 온전하게 등장하는 장면이 개봉 당시 필름에는 담겨 있었으나 비디오 출시 과정에서는 삭제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뉴욕 세 남자와 아기> 속 귀신 괴담 또한 극장 개봉 때는 존재하지 않다가 비디오 출시 이후 급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이 괴담 덕택에 당시 <뉴욕 세 남자와 아기> 비디오는 대여 수입 신기록을 세웠다. 의외의 흥행에 신이 난 제작사가 이 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건 물론이다.

사건과 실화

● 100원짜리 동전에는 유괴 살해당한 아이의 이름이 있다

100원짜리 동전에는 유괴 살해당한 아이의 이름이 있다

90년대에 유행했던 속칭 ‘김민지 괴담’. 시기를 특정할 수 없는 옛날, ‘김민지’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조폐공사 사장의 딸이 유괴 뒤 토막살해당했다. 범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딸을 잃었다고 자책하던 아버지는 이후 발행할 모든 지폐에 딸의 흔적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10원짜리 동전의 다보탑 문양을 90도로 세워서 보면 ‘김’이라는 성씨가, 500원짜리 학의 다리에는 꽁꽁 묶인 소녀의 팔이, 1000원권 지폐 투호 문양 아래에는 ‘min’이라는 영문 표기가, 5000원권 지폐 속 오죽헌의 비석 그림에는 한자로 ‘知’가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폐 속에 숨겨진 김민지의 모든 비밀을 알게 된 자는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조폐공사 사장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세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논리가 이 괴담의 바탕에 깔려 있긴 하나, 광복 이후 오늘날까지 김민지라는 이름을 가진 조폐공사 사장의 딸이 유괴납치된 사건은 없으며 조폐공사 쪽에서도 유언비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무엇보다 화폐의 도안이라는 것이 사장 한 사람의 독단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데 괴담의 진실이 있다. 부연하자면 1000원권의 영문 표기는 위조 방지 표지이며, 5000원권의 그림은 오죽헌에 실제로 존재하는 비석이다.

● 중국여행 중 장사꾼이 권하는 마른 해산물을 먹지 마라

최근 메신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트위터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된 괴담. 대표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만약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서 당신에게 접근해 마른 해산물을 추천하며 판매하려 하면서, 한번 맛보라든지 냄새 한번 맡아보라 한다면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것은 해산물이 아니라 ‘에틸에테르’(마취약)입니다. 냄새를 맡게 되면 정신을 잃게 되며, 그들은 당신이 휴대하고 있는 돈이라든지 물품을 모두 훔쳐 갈 것입니다. 현재 중국 광둥(광동), 허베이(하북), 톈진(천진), 우한(무한), 난창(남창) 등 몇몇 지방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괴소문을 추적한 주요 언론 매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사건 사례들은 아직까지 국내 경찰 당국에 보고된 바가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에틸에테르라는 물질이 사람에게 마취 효과를 일으키려면 적어도 5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아니라 서울이나 제주도와 같은 우리나라 지명이 등장하는 버전도 있으며, 초기에는 ‘에틸에테르바토’라는 허위의 약품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괴담의 진원지 또한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 소문들

● 밤새 선풍기를 틀어놓은 채로 자면 죽는다

올여름에도 심심찮게 뉴스를 장식하는 이슈.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화된 이야기지만 서양에서는 이 또한 도시전설에 불과하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심지어 도시전설을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규명하는 사이트인 스놉스닷컴(snopes.com)과 위키피디아 영문판에서는 ‘여름 날씨가 무덥고 선풍기 보급률이 높은 한국의 도시전설’이라 일축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려면 체온이 8도에서 10도까지 떨어져야 하지만 이는 선풍기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실내온도가 높을 때 선풍기를 켜면 오히려 체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선풍기가 직접적인 사망원인이라 보지 않는 학자들은 사망자가 평소 앓고 있던 질환에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선풍기로 인한 사망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들은 높아진 체온이 심장마비, 뇌졸중, 호흡곤란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0년 현재, 심각하게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가 아닌 이상 선풍기가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견해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선풍기에서 비롯된 저산소증 갑론을박은 여전히 삼복 열대야만큼이나 뜨거운 상황이다.

● 아스피린과 오렌지 주스를 함께 마시면 식물인간이 된다

아스피린과 오렌지 주스를 함께 마시면 식물인간이 된다

유사한 괴담으로는 ‘콜라와 아스피린을 함께 섭취하면 환각 상태에 빠진다’와 ‘소주에 안약을 타면 최음제가 된다’ 등이 있다. 먼저 아스피린과 오렌지 주스를 함께 마시면 안 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왜냐하면 산이 강한 오렌지 주스가 아스피린의 해열 성분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의 효력이 떨어질 뿐 치명적인 결과가 벌어질 일은 없다.

콜라와 아스피린, 소주와 안약에 관한 괴담들은 한국과 미국의 혈기왕성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떠돌기 시작한 이야기로 당연히 근거가 없다. 다만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콜라와 아스피린을 함께 섭취하는 것은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가 있다. 콜라는 술에 절어 수분이 부족해진 몸에서 수분이 활성화되는 것을 도와서 수용성인 아스피린이 쉽게 섭취될 수 있도록 하는데다, 카페인 성분이 아스피린의 진통 효과를 강화하기 때문이라는 것.

콜라와 관련된 괴담은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콜라에 생쥐 이빨을 밤새 넣어두었더니 녹아버렸다’는 것도 그중 하나. 이빨을 녹일 정도라면 콜라의 산성도가 매우 높아야 하는데 콜라의 산성도는 기껏해야 오렌지 주스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소문의 내용만큼 콜라의 산성도가 높다면 우리의 소화기관은 하룻밤이 아니라 단 1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당분이 많은 콜라를 마시고 이를 닦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들어도 괜찮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유언비어, 기타

● 여성단체에서 ‘죠리퐁’ 판매 금지를 주장했다

여성단체에서 ‘죠리퐁’ 판매 금지를 주장했다

인터넷 토론·댓글 등에서 여성가족부 혹은 여성단체를 비하하는 논지로 떠돌던 괴담. 튀긴 보리쌀에 초콜릿을 입힌 이 유서 깊은 과자가 여성의 성기 모양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여성가족부 혹은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연합회(YWCA)에서 판매 금지를 주장했다는 것이 90년대 후반부터 전해지기 시작한 괴담의 실체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에서는 이 같은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논평했으며, 와이더블유시에이에서 주장했다는 것 역시 근거를 찾기 힘들다.

이처럼 근거 없는 여성단체발 괴담에는 ‘테트리스 게임이 성행위를 연상시키므로 청소년에게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와 ‘쏘나타3 자동차의 전조등이 남성의 성기와 닮았다는 이유로 판매금지를 주장했다’가 있다.

글 조민준 객원기자 zilch92@gmail.com·사진 <한겨레>자료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