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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훈(43)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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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친환경 바느질 전도사’ 최상훈씨
산적처럼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한 이 남자. 망치로 나무를 뚝딱거려 가구를 만들 것 같은 외모로 섬세한 바느질을 한다. 유기농 천을 이용해 인형을 만드는 인형작가, 최상훈(43·사진)씨다.
바늘과 실로 인형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낡은 청바지, 펼침막 같은 재활용 천을 이용해 가방 같은 쓸모 있는 생활소품도 만든다. 그리하여 ‘친환경 바느질 전도사’란 수식어도 붙었다. ‘바느질하는 남자’가 보기 드문 세상이다 보니 그 덕에 음지에 숨어 있던 다른 ‘닮은꼴’ 남자들도 양지로 올라왔다.
“롤 모델이 없다 보니 바느질을 한다고 드러내기가 쑥스러웠던 것 같아요. 바느질을 배우고 싶다는 남성들이 생각보다 많이 저를 찾아와요. 제가 가르친 한 남성은 곧 핸드메이드 제품을 파는 바느질 공방 창업도 준비중이고요.”
막내딸 태어나면서 유기농 인형 만들기 시작
최씨가 처음 바느질을 시작한 것은 15년 전이다. 당시 경기도 이천에서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판매하던 그는 매장에 다양한 상품을 두고 싶어 직접 커튼, 침구 같은 패브릭 제품을 디자인했다. 그러나 그가 디자인한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주는 업체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직접 바느질을 하고 재봉틀을 돌렸다. “이게 왜 안 되지, 하는 마음에 독학으로 바느질을 익혔어요. 처음엔 서툴렀는데 차츰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매장에 내놓은 제품을 사람들이 사가더라고요.”
자랑 삼아 자신의 블로그에도 직접 만든 제품 사진을 찍어 올렸다. 남자 손으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을 본 사람들은 섬세하고 꼼꼼한 바느질 솜씨를 칭찬했다. 점차 바느질에 자신감이 붙고, 바느질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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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훈씨가 강의를 맡고 있는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의 ‘리폼-가방 디자이너’ 과정. 낡은 청바지를 이용해 토트백, 숄더백 등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가방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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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그 노하우를 엮어 <바느질하는 남자, 놀아형>이 책을 냈다. 그의 책을 따라 ‘아토피 걱정 없는 아기용품 만들기’를 가르쳐주는 비슷한 책이 여러 권 나왔다. 자연주의 제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친환경적인 노력으로 이어졌다. 낡은 옷을 재활용하는 리폼 바람이 불면서 각종 교육문화센터에는 홈패션, 가방 등을 만드는 리폼 강좌가 늘어났다. 공방을 열고, 책을 낸 데 이어 그는 강의도 나갔다.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바느질의 매력에 빠지게 했다. “바느질은 집중력이 필요한 만큼 급하고 덜렁대던 성격의 사람도 차분하게 만들어요.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사람 따라 개성 있는 창작물을 만들 수 있어 질리지 않죠.” 규방공예 이어 맞춤 양복기술까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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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최상훈씨가 직접 만든 인형.
(아래) 취업까지 연결되는 바느질 관련 강좌는 인기가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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