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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2 14:29 수정 : 2011.07.01 15:06

말끔하게 차려진 1인용 밥상. 혼자 밥 차리는 일은 귀찮지만 폭식 등을 방지하려면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영양소를 고루 갖추는 것은 기본. 여기에 같은 채소볶음이라도 붉은 빛깔 파프리카 등을 넣어 조리하면 입맛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홀로 또 더불어, 여유있게 밥 잘 챙겨 먹는 법

밥, 괴로움에서 시작해 행복으로 끝난다. 차려 놓은 밥 먹는 것만큼 세상에서 쉬운 일은 없지만 밥 한 끼 차리기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간단하게 때우는 한 끼가 아니라 먹음직스런 밥 한 상 차리자면,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깨알 같은 신혼 행복에 찬물을 끼얹는 단골 주제가 집들이일 만큼. 그러나 밥 먹기, 중요하다.

‘과잉 건강 시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요즘 사람들, 건강한 삶을 중시한다. 영양 듬뿍한 밥 먹으려 온갖 정보를 동원한다. 그러나 정작 밥을 짓고 차리고 먹는 ‘과정’에는 큰 관심이 없다. 결과물인 밥상만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차리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밥이 차려지고 뱃속으로 사라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행복한 밥’의 출발선이다.

밥, 잘 먹어야 한다. 당연히, 잘 씹어 먹어야 한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끼니 때우기’를 하다 보면 우물거리다 대충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기 일쑤다. 밥에 대한 결례. 이는 곧 자기 자신에 대한 배신에 다름 아니다. 여유있는 밥 먹기는 이제, 더더욱 중요해졌다.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바빠서 뿔뿔이 떠도는 가족 구성원들뿐 아니라 나날이 늘어나는 ‘싱글’들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밥 곱씹어 먹기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으로 우선 음악이 꼽힌다. 클래식 등 조용하면서 느린 음악을 들으며 밥을 씹어보라. 미국 조지아주립대학의 한 연구팀은 클래식 등의 느린 음악을 들으며 식사하면 식사시간이 길어진다는 ‘당연하면서도 유용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물론 록음악을 들으면 음주량이 는다는 재미난 연구 결과도 있다.

밥 먹을 때 듣는 음악엔 역사가 있다. 17~18세기 유럽의 귀족들이 식사를 하면 옆에서 연주하던 바로크 음악을 타펠무지크(Tafelmusik)라고 불렀다. 이 음악이 백그라운드 뮤직(BGM)의 시초다. 그렇다고 오늘날 대한민국 이 땅에서 무작정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밥 잘 먹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겐 클래식이 되레 나쁜 자극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잘 모를뿐더러 어색하기까지 한 클래식 음악은 그들에게 소음과 다름없을 수 있다. 이럴 땐 청소년들에게 친근하면서도 빠르지 않은 음악을 선택해 듣는 게 좋다.

음악 들으며 천천히 식사해야 밥맛 좋아



정성껏 차리다 보면 몸 튼튼 마음 건강
밥상 차리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밥 잘 먹기의 시작은 밥상 차리기에서 비롯한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요리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라고 권유한다. 최윤주 한국요리치료협회장(요리치료사·푸드테라피스트)은 “밥상을 후다닥 차리고 난 뒤 대화 없이 밥만 먹고 식탁에서 일어나는 식습관을 지닌 아이들이 부모와의 유대관계 형성 기회가 적어 애정결핍 등 이상행동 증후를 보이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저녁 준비를 하는 엄마 곁을 서성이는 아이에게, 엄마가 위험하다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을 떠올리면 과연 맞는 말인가 싶다. 이런 경우 외에, 도구를 쓰지 않고 채소를 다듬거나 밀가루 반죽을 치댈 때 아이들과 ‘부엌 놀이’를 하면 아이는 밥상 차리기란 과정에 재미있고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자녀와의 유대감뿐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도 높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가능하다.

싱글족이나 기러기 아빠를 비롯해 혼자 밥을 해먹는 사람들에게 밥 먹기는 ‘생존’이다. 나를 위하기보다는 대개 ‘위’를 위한 한 끼 때우기가 이뤄지곤 한다. 외식과 즉석요리에 길들여진 싱글족에게 먹음직스러운 밥 차려 먹기는 먼 이야기다. 하지만 싱글족일수록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생존이 목적이라면 대충 먹어도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바쁜 일상에 치여 지내다 찾아오는 심신의 ‘허기’ 때문에 몸을 망치는 식습관을 갖게 되기 쉽다. 비어버린 위에서 ‘꼬르륵’ 올라오는 소리야 밥 한 술을 넣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마음속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아 폭식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밥을 차리다 보면 배가 부르다’는 말,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도 맞는 말이다. 스스로를 위해 맛깔스러운 요리를 준비하다 보면, 심리적인 만족감이 높아져 오히려 많이 먹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최 회장은 “간단한 상차림이라도 생기를 더하는 오렌지색 그릇이나 식탁 위 작은 꽃 장식을 더한다면 시각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어서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유했다.

남은 밥은 환경호르몬과 터질 위험 없는 밥팩에


정성껏 차리다 보면 몸 튼튼 마음 건강
흔히 혼자 밥 먹을 때 티브이 앞에 앉곤 한다. 홀로 밥 먹기의 외로움이라도 달랠 요량일 터. 심지어 혼자 밥 먹을 때 티브이를 보면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홀로 식사할 때 티브이는 절대 금물이라고 한다. 티브이에 빠져들어 밥에 집중하지 못하고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아 과식을 하게 된다는 것.

부엌에 들어설 때 어떤 마음이 드는가. 가족과 나를 위해 요리하는데 기운을 내자 다짐해도, 즐거움보다는 귀찮음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배달음식 스티커를 바라보고 나가서 먹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밥하고 찌개 끓이고 밑반찬 준비하다 보면, ‘이 많은 음식을 다 어쩌나’ 하며 갈등에 빠질 수도 있다. 걱정은 금물. 방법은 다 있다. 짬 날 때 미리 해두고 제때제때 간편하게 차려 먹는 법이 왜 없겠는가.

밥은 일주일치를 미리 해두고 냉동실에 얼려두면 된다. 흔히들 비닐랩이나 비닐봉지에 담아 보관하는데, 환경호르몬을 생각하면 여간 꺼림칙한 게 아니다. 냉동 전용 유리용기가 있지만 무겁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폭발할까 불안하기도 하다. 이럴 때 ‘밥팩’을 쓰자. 아기들 우유병에도 쓰는 폴리프로필렌 재질이어서 가볍고 안전하다. 게다가 아기자기하게 귀엽고, 3~4개들이 4000원대로 저렴하기까지 하다. 이밖에 매운 고추와 바지락 등은 냉동 보관해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조금씩 꺼내 쓰면 좋다. 주의할 것. 냉동이 만능은 아니다. 냉동 저장하더라도 고기나 생선 등 지방이 많은 식자재들은 냉동실에서도 부패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30FB>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이색 쌀요리 레시피

가끔은 밥 대신 말랑·쫀득 쌀음식

식탁에서 평범하기만 한 밥도 특별한 재주를 가진 요리사를 만나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농림수산식품부 쌀소비 프로젝트 ‘2011 미(米)라클’에 참여한 임피리얼 팰리스호텔 셰프 노재승씨는 밥을 식재료로 활용해 재미있는 쌀요리를 개발했다.

라이스푸딩과 쌀수제비샐러드(사진)다. 라이스푸딩은 밥 알갱이의 씹히는 식감이 살아있다. “믹서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가정에서 만들 수 있다. 푸딩 상태로 변한 밥은 신기하기만 하다. 쌀수제비샐러드는 쌀가루로 만든 수제비가 샐러드의 재료가 되었다. 찬물로 반죽해서 모양을 낸 수제비는 만드는 동안 손재미를 준다. 쫄깃쫄깃한 맛이 별스러울 정도다.

<라이스푸딩>

재료: 설탕 70g(올리고당 대체 가능), 우유 1L, 생크림 200㎖, 밥 300g, 바닐라 빈 1/2개, 블루베리 50g, 스트로베리 5개, 체리 5개

만들기: 1. 팬에 우유와 생크림, 설탕을 넣고 약한 불에 끓여준다. 2. 바닐라 빈을 반으로 갈라 칼등으로 씨를 빼고 1에 넣어준다. 1이 끓기 시작하면 밥을 넣어준다. 3. 10분 정도 약한 불에 끓인 다음 핸드블렌더에 넣어 간다. 4. 약한 불에서 10분 정도 더 졸여 식힌다. 5. 뜨겁지 않을 정도로 식으면 과일을 넣어 핸드블렌더에 갈고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서 굳힌다.


쌀수제비 샐러드
<쌀수제비샐러드>

재료: 맛국물(다시마 10g, 청양고추 1개, 국물용 멸치 15g), 새우 5마리, 관자 5개, 루콜라 30g, 새싹채소 30g, 방울토마토 5개, 반죽(쌀가루 320g, 소금 10g, 달걀 2개, 전분 2큰술, 올리브기름 1큰술, 물 150㎖)

만들기: 1. 다시마, 국물용 멸치, 청양고추 1개를 물 1L에 넣어 맛국물을 만든다. 2. 맛국물에 새우, 관자를 살짝 데쳐 식힌다. 3. 쌀가루 등 재료들을 모두 넣고 반죽을 한 다음 냉장고에서 30분간 둔다. 4. 밀대로 반죽을 얇게 밀어 모양을 내어 자른 뒤 맛국물에 넣어 떠오르면 건져서 얼음물에 넣어준다. 5. 물기를 제거한 뒤 볼에 쌀수제비와 채소, 토마토와 해산물을 넣고 폰즈소스를 넣어 버무린 다음 접시에 담아 파르메산치즈를 뿌려낸다.

글 박미향 기자<30FB>사진 제공 노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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