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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1 14:32 수정 : 2011.08.11 14:32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서 가까운 오름에 올라 보름달 맞이를 하고 있는 여행자들.

전국 방방곡곡에 달과 함께 즐기는 놀이

왁자지껄한 파티만 있을쏘냐. 그윽한 달빛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건 꼭 같이 비춘다. 도시든 시골이든, 산속이든 바닷가든. 고요하게 소소하게 보름달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넋 놓고 앉아서, 술 빚어 마시며, 산등성이 거닐며, 흥겨운 공연을 보며 몸과 마음속에 스며드는 달빛을 만끽할 수 있다.

월정리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은 여러곳 있다. 그 가운데서도 달이 머무는 마을(月停里)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제주도 구좌읍의 월정리다. 제주섬 동북부의 조그마한 마을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 사람들만 알음알음 찾아가던 곳이다. 이곳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고요하고, 또 아늑하다. 정식 해수욕장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아드는 여행자들은 점점 늘어난다. 자전거나 스쿠터를 타고 제주를 여행하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곳을 향하면서부터다.

달이 차오르면 아득한 바다는 더욱 깊은 여운을 선물한다. 달이 뜨기 시작할 때 바다에 드리운 달빛을 보려고 기다린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늦은 밤이나 돼야 한다. 월정리 해안도로 옆 ‘아일랜드 조르바’라는 카페도 여행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점차 알려지기 시작한 곳이다.

경주의 신라달빛기행에서는 보름달 아래 탑을 돌며 소원을 비는 탑돌이 행사도 체험할 수 있다.

달 머무는 마을 월정리 바다, 고요하고 아늑하네

월정리에는 바다 말고도 달빛을 오롯이 쬘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오름들은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 가운데서도 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새벽에 근처에 있는 다랑쉬오름이나 용눈이오름을 여행자들과 함께 오르곤 해요. 보름달이 뜰 때면 서쪽에서는 하얀 달이 지고, 동쪽에서는 붉은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지요.” 20여년 전 월정리를 찾았다가 반해, 4년 전 아예 이곳에 둥지를 틀고 게스트하우스까지 운영하고 있는 류영규(54)씨는 보름달이 뜬 월정리의 비경을 이렇게 소개한다.

월정리를 오가는 여행자들에게 이곳은 마음의 고향이 되어가고 있다. 월정리앓이 중인 또 한사람은 서울에 사는 정용식(40)씨. 한달에 서너차례 월정리를 오간다. 온라인에서는 월정리의 숨은 풍경을 멋진 사진과 글로 소개하는 ‘별이셋’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 “새벽녘 오름에 오르면 볼 수 있는 구름 사이의 빛내림”을 빼놓지 않고 안내해줬다.


이곳은 아직 수많은 여행자들로 북적일 정도로 사람들이 모여들지는 않는다. 올레길도 나있지 않다. 그럼에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3년 전, 1년 전 해가 갈수록 달라지는 바닷가 풍경이 서글퍼지더라고요. 여행자들의 발길을 막아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겠지만 조금만 천천히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평창군 봉평면 메밀밭의 밤 풍경.

보름달이 뜨면 빚은 술을 갖고 모여들어 조그마한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집에서 빚는 술(가양주)에 대한 강습 등을 열고 있는 수수보리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풀문 개더링’에서다. 다양한 가양주를 소개하는 이 달맞이 파티에서는 술을 직접 맛볼 수 있다. 주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수수보리 아카데미 강연 장소에서 열린다. 때로는 북촌의 한옥이나 홍익대 앞 등 막걸리 등을 마실 수 있는 장소를 빌려 치르기도 한다.

보름달 아래서 빚은 술로 잔치를 여는 게 널리 알려진 전통이나 풍습은 아니다. 재미삼아 시작한 일이다. 수수보리 아카데미에서 강의하는 조효진 교수(경기대 관광경영학부)는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열리는 보름달 모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보름달이 뜬다고 달라질 건 특별히 없지만, 왠지 흥이 날 법하잖아요. 가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나라의 와이너리에서는 보름달을 맞아 술을 맛보며 즐기는 파티가 열린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도 앞으로는 양조장 같은 데서 달맞이 파티를 열어볼 생각이에요.” 술을 맛보기도 하고 빚기도 한다. 지난 7월 달맞이 파티에서는 전통주를 발효하는 데 쓰이는 누룩을 직접 빚기도 했다. 술을 빚어야만 이곳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빚은 술이 없더라도 맛있는 안주를 만들거나 사서 찾아가도 된다.

달맞이에 취흥 넘쳐, 한여름밤 흐드러지다

달밤에 걷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집 근처 어디라도 보름달 아래서 거닐며 달맞이 걷기 1인 행사를 여는 데 방해할 사람 없다. 그래도 도심을 벗어나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찾아가고 싶은가? 경북 영덕군에서는 달맞이 야간산행 행사를 보름달이 뜰 즈음 토요일에 연다. 저녁 7시30분 전국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한데 모여 2시간가량 야간 산행을 한다. 산행이라고는 하지만 해안을 따라 산등성이 위에 난 길을 걷기 때문에 노인이나 어린이가 걷기에도 안전하다. 때문에 가족 단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김형의 영덕군청 담당자는 설명했다. 이 길에서 바다가 보이는 구간은 3㎞ 정도. 올해는 8, 10, 11월 세차례 행사가 남았다.

문탠로드. 해운대구청 제공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에 조성한 ‘문탠로드’(오른쪽 사진)도 있다. ‘선탠’에 빗대어 만든 말이다. 2.6㎞의 짧은 산책로다. 달맞이길에는 해안을 내려다볼 수 있는 찻길이 나 있다. 이 길 주변에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 카페, 노래방이 즐비하다. 다소 번잡하다. 이 길 아래로 바다 조금 더 가까이에 문탠로드가 나 있다. 저녁 8시께 문탠로드는 여성이 혼자 걷기에 조금 겁났지만, 저만치 거닐고 있는 한 가족에 의지해 1시간 정도를 걸었다. 너무 강한 빛으로 달빛을 가리지 않게 하려 했는지 높은 가로등은 없었다. 산책로 바닥에 설치한 조명은 발걸음을 안내하기에 충분했다. 경북 문경시의 ‘문경새재 달빛사랑여행’도 가족 단위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오후 2시30분 시작하는 여행 프로그램은 달이 떠오를 즈음인 저녁 7시께까지 진행된다.

국악이나 연극 공연을 달빛 아래에서 즐긴다? 예술적인 감흥이 곱절로 불어날 것만 같다. 경주시 신라문화원은 ‘신라달빛기행’을 운영한다. 역시, 보름달 즈음 열린다. 낮에는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문화재 답사를 다니며 여기저기 깃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감은사지와 문무대왕릉 등을 찾는다. 저녁을 먹고 난 뒤에는 국악공연이 펼쳐진다. 천년고도의 유적지 사이에 우리네 소리가 달빛을 가른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의 달빛극장에서는 실내외 극장에서 한여름밤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달빛극장 상주 극단인 광대무변은 이곳에서 연극과 뮤지컬 갈라쇼, 퓨전 국악, 콘서트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가 이효석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이다. 해마다 9월 메밀꽃이 흐드러질 때면 달빛 아래 평창군 봉평면 일대에서는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올해는 다음달 9일부터 18일까지 열흘 동안 열린다. 소설의 배경이 된 데서 펼쳐지는 만큼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함께 치러진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 달맞이 여행쪽지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달밤 즐기기

아일랜드 조르바
아일랜드 조르바(사진) | 제주 구좌읍 월정리 해안 도로가의 작은 카페. 지난해까지는 풀문 파티가 열렸던 아득한 추억이 있는 장소. 이제는 여행자들을 불러모으는 어떤 특별한 행사도 없다. 하지만 이 카페 앞 해안도로를 건너 펼쳐진 바다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사한다. 가까운 곳에 숙소를 마련하고 싶다면 게스트하우스 ‘소낭’을 추천한다. 그 누구보다 월정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수수보리 아카데미 | 서울 한복판에서 달맞이 파티를 여는 곳이다.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을 표방하는 이곳에서 매달 빚은 술이나 안주를 갖고 오면 누구나 환영하는 풀문 개더링을 연다. 언제 어디에서 파티가 열리는지 궁금하다면 온라인 카페(cafe.naver.com/susuboriac)를 찾으면 된다.

영덕군 달맞이 야간산행 |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 반가운 곳이다. 보름달빛을 즐기며 다양한 문화 행사와 야간산행을 즐길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다. 공짜인데도 인심은 후하다. 운이 좋다면 야간산행 뒤 열리는 경품 추첨 행사에서 이곳 특산물 상품권을 받을 수도 있다.

경주 신라달빛기행 | ‘신라의 달밤’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 한지로 등불을 싼 백등에 소원을 적어 하늘에 날려보내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탑을 돌며 소원을 비는 ‘탑돌이’ 행사도 포함된다. 문화재를 탐방하고, 동해안의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신라문화원의 누리집(silla.or.kr/tour)에서 간단한 절차를 거쳐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는 중학생 이상 성인 기준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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