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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1 15:26 수정 : 2011.08.11 15:26

지난 4, 5일 이틀에 걸쳐 부산 해운대구의 클럽 엘룬(ELUNE)에서 열린 이비사 콘셉트의 비치 사운드 트랙 파티. 이비사 파티에서 유명한 거품을 대신해 색색의 종잇조각이 파티 열기에 들뜬 사람들 사이에 뿌려졌다.

해운대·대천해수욕장, 달이 차면 파티가 시작된다

꿈이다. 한여름밤의 꿈. 그 꿈이 이뤄지는 곳은 이상향이겠지. 바닷바람을 가르며 보름달빛 아래 춤을 추고 노니는 그곳. 낮에는 한가로이 해변을 거닐다, 밤이면 심장까지 스며드는 큰 음악소리에 몸을 맡길 수 있는 클럽들이 즐비한 그곳. 타이 꼬파응안의 풀문 파티와 스페인의 이비사(Ibiza) 파티는 파티고어들의 이상향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상향이다. 그래서 찾아 떠났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이비사 파티, 풀문 파티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지난 4일 밤 10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으로 음악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래사장 가까이에 있는 호텔들의 야외 레스토랑마다 오래된 팝송을 부르는 이름 모를 가수들의 노랫소리가 퍼져나왔다. 아바부터 비틀스까지 익숙한 음악에 귀가 간지러웠다. 그러나 한여름밤의 열기를, 청춘들의 욕망을 이끌어내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결국 바닷바람을 가르며 춤을 출 수 있는 곳을 찾는 데는 실패.

미러볼맨
밤 11시, ‘클럽 엘룬’으로 발걸음을 돌리니 입구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바닷물에 들어갔다 바로 나온 듯한 옷차림의 청춘 남녀들이 줄줄이 입장했다. 이곳에서는 파티 위스키로 이름이 높은 제이앤비(J&B)가 해마다 여름이면 부산에서 여는 비치 사운드 트랙 4일간의 여정 중 첫날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이비사 파티’를 모티브로 한 파티가 열린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클럽 곳곳에는 스페인 국기와 이국적인 이비사섬을 배경으로 한 영상물이 눈을 어지럽혔다. 자정을 넘어서자, 춤추는 무대 위에선 클러버들의 몸부림에 가까운 몸짓이 이어졌다. 파티 타임의 절정은 새벽 1시부터 3시. 영상물 말고는 이비사스러운 뭔가가 없을까 기다리는 중 파티 아이콘인 미러볼맨(왼쪽 사진)이 등장했다. 말 그대로 미러볼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 댄스 퍼포먼스를 펼치는 사람이다. 이와 동시에 쏟아지는 하얀 연기와 색색의 종잇조각들은 클럽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제 거품 차례? 스페인 이비사 파티는 특히 거품을 무대 위에 쏟아부으며 즐기는 ‘폼 파티’가 유명하다. 아쉽게도 폼 파티는 없었다. 애초에 안전상의 문제 등 때문에 폼 파티는 계획하지 않았던 것. 아쉬웠다, 정말.

거품 없어도, 이비사 아니어도 댄스는 이어진다

미련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며칠 뒤면 다가올 보름(14일)에 열리는 파티와 축제를 찾아 헤맸다. 역시,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곳으로. 조용한 파티가 14일 해운대 모래사장 위에서 열린다. 파티라면 모름지기 왁자지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나는 즐거운데 남은 괴로운 게 또 파티일 수 있다. 조용하게 해변을 거닐거나, 숙소에서 쉬고 싶은데 쿵쾅거리는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면? 나라도 경찰서나 구청에 전화할 테다. ‘사일런트 디스코’(사디) 파티가 점점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14일 열릴 파티는 500여명이 참가할 수 있는 소음 제로의 사일런트 디스코 파티다. 디제이(DJ)와 춤추는 사람은 있지만, 음악은 들리지 않는다. 각자 같은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끼고 함께 몸을 흔든다. 각박한 도심 속 야외에서도 춤을 추며 놀 수 있는 대안으로 나왔다. 정기적인 파티가 열린 지는 이제 1년이 넘었다.


“도시 놀이문화의 대안이 될 수 있겠구나 싶어 시작했어요. 외로운 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음악을 들으며 같이 춤을 추다 보면 어떤 유대감 같은 게 느껴지곤 하죠.” 사일런트 디스코 파티를 열며, 관련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문화기획회사 ‘상상공장’의 김철환씨의 사디 예찬론. 소소한 모임으로 시작한 사디 파티가 이번에는 제법 큰 규모로 열린다. 케이티(KT)의 스마트폰 브랜드가 후원에 나섰다.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 파티에도 접목되기 시작한 셈. ‘대안 파티 문화’ 본연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보름달 아래서는 아니지만, 여름밤의 끝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야외 사운드 파티도 있다. 광안리의 시민과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지역문화지 <안녕, 광안리>는 2호 발행에 맞춰 26일 사운드 피크닉 ‘광안리의 달’을 준비중이다.

110km 자전거 타고 풀문 파티장으로 고고씽~

‘그린 그루브 페스티벌’도 이번 보름달 아래 펼쳐진다. 정확히 말하면, 보름달이 차기 하루 전인 13일부터 14일 새벽까지 충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에서 펼쳐지는 음악 페스티벌이다. ‘그린’에 걸맞은 친환경 콘셉트다. 다소 무식한 도전도 함께 진행한다. 13일 대전에서 페스티벌 장소까지 110㎞를 자전거를 타고 간단다. 페스티벌을 즐기기도 전에 지치면 어쩌나 걱정은 되지만, 하루하루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출연하는 가수나 디제이도 여느 페스티벌 못지않아 보인다. 다양한 인디밴드부터 국내 힙합계의 여신 티(T), 네덜란드의 아프로잭, 블랙아이드피스의 멤버인 애플딥(APL.DE.AP)까지! 지산록페스티벌로 시작해 지난주 낙산해수욕장에서 열린 희희락락페스티벌까지 뮤직 페스티벌 순례중인 회사원 지아무개(31)씨는 이제 보름달 아래 펼쳐진 그린 그루브 페스티벌을 고대하고 있다. “주중에 회사를 가면, 어디 아프냐고 해요. 주말에 뮤직 페스티벌에서 뛰어야 하니 체력을 비축하려고 나름의 연기(?)도 해야 하죠.” 티켓은 인터넷에서 팔고, 현장에서 판매할 분량도 남아 있다. 모래사장에서 춤추며 느끼는 자유로움. 꿈이 아니다. 이번 주말 보름달 아래 방방 뛰어볼 생각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 당신만의 풀문 파티, 이비사 파티는 이제 시작이다.

해운대(부산)=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 제공 수석무역

■ 알아두면 즐거워요

풀문 파티에 웬 저작권!

타이에서는 ‘풀문 파티’의 저작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보름달이 타이에만 있나? 보름달 아래 춤추기는 모든 인류의 자유 아닌가. 풀문·해변 파티는 타이와 스페인에만 있지 않다. 다른 나라 곳곳에서도 못잖은 멋진 파티와 축제가 펼쳐진다.

인도 고아 해변의 파티 | 인도 중서부에 자리잡은 고아주 해변에서 열리는 파티다. 1960년대 세계 곳곳에서 자유방랑자인 히피들이 모여들었고, 이때 비롯된 파티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크리스마스 때 벌이는 파티다. 고아주는 포르투갈이 450여년 식민 지배를 했다. 이 때문에 인도 여느 지역과 달리 가톨릭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성대하게 열리는 이유다. 꼭 이때가 아니어도, 곳곳의 해변에서는 크고 작은 파티가 1년 내내 이어진다.

오스트레일리아 마그네틱섬의 풀문 파티 | 퀸즐랜드의 아름다운 휴양지 타운즈빌 마그네틱섬에서도 풀문 파티가 열린다. 해변에서는 파티가 내내 열리지만, 보름달이 뜰 즈음에는 조금 더 큰 규모의 파티가 시작된다. 이제 막 풀문 파티의 역사를 써나가는 곳이랄까? 파티뿐 아니라 아름다운 경관과 다양한 레저를 비롯한 즐길거리 덕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곳이다. 여유로운 쉼과 열정적인 파티의 열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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