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18 10:26
수정 : 2011.08.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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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끄리옐름!”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라어로 ‘괜찮다’라는 뜻의 이 말을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항상 달고 산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와 웃음이 많기 때문이리라. 게비오 종족의 후예로 비옥한 땅에서 동네 사람 대부분이 커피 농사를 짓는 이곳, 이르가체페 코케에서는 커피 인심도 후하다.
작은 잔에 담은 커피 첫 잔은 아볼. 그다음은 토너, 마지막 잔은 베레카라고 부른다. 석 잔을 다 마시는 게 예의다. 아담이 배앓이할 때 먹었다는 풀인 ‘뗀 아담’을 담가 향을 함께 마신다. 혀와 코로 마시는 것. 그게 아프리카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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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반가워요. 우선 커피 한잔 드릴까요? 저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서른살 인생의 절반을 커피와 함께해 왔답니다. 제 인생의 커피 레시피를 살짝 알려드릴 테니 천천히 골라보세요.
2003년 가을| 커피 둘·설탕 둘 반·프림 셋의 예술 > 군대 생활에 한창 물오른 김 상병. 커피·설탕·프림의 과도한 조화와 환상적인 물의 양으로 군대 안에서 다방 커피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 냅니다. 쓴맛으로 시작해 단맛, 느끼한 맛을 오가는 ‘김 상병표 커피’를 마시려고 점심 식사 뒤 장교들이 앞다투어 구름떼처럼 모여듭니다.
2006년 겨울| 자판기 카페오레를 아시나요 > 도서관 앞 커피자판기 앞은 외롭고 쓸쓸한 복학생들의 공간입니다. 주머니 가볍던 4학년 복학생 김군은 친구와 자판기의 고급커피도 아닌 일반커피 버튼을 한번, 우유 버튼을 또 한번 누릅니다. 두 잔을 1 대 1 비율로 섞으면 완성되는 ‘자판기 카페오레’! 뒤섞인 커피 덕에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2008년 봄 |무조건 아메리카노! > “카페라테 한잔. 커피는 디카페인, 우유는 유기농으로.” 커피 전문점에서는 취향을 잔뜩 드러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문대 앞에 선 직장인 김씨는 ‘더블 샷 캐러멜 마키아토’를 주문하려 했지만, 나온 건 ‘에스프레소 더블 샷’이었네요. 한국어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그 뒤로 무조건 ‘아메리카노’만 마셔요.
2011년 한여름 |더치 커피 주세요. 차가운 거로… > 여전히 커피 전문점 주문대 앞에서 작아지는 직장인 김씨가 난생처음 회사 앞에 생긴 하우스 로스팅 커피 전문점을 찾았습니다. 커피 좋아하는 팀장은 ‘더치 커피’를 주문하네요. 함께 묻어가려고 따라해 봅니다. “저도 더치요. 차가운 거로.” 정적이 흐르네요. 찬물에 뽑는 커피인 ‘더치’는 원래 뜨거운 게 없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제 커피 레시피도 많이 바뀌었네요. 근사한 컵에 설탕 넣고 마실 생각만 했지 어떤 생두의 커피를 마시느냐는 뒷전이었네요. 새롭고 싱싱한 커피 생두를 찾아 지구를 헤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찾아온 커피의 향내는 못 전하지만, 그들의 땀내를 담아봤습니다. 커피 한잔 드시면서, 함께 가볼까요?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제공 비니엄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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