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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08 16:20 수정 : 2011.12.08 16:20

홍콩 타이오 마을 시장 건어물 판매대.

[esc] 관광자원으로 되살아난 홍콩·라오스 전통시장 탐방기

문전성시.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의 줄임말이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해 관광자원화하고 지역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마련한 문화관광부 사업이다. 올해로 추진 4년차를 맞는 ‘문전성시’를 통해, 현재 전국 21개 전통시장이 지역 경제·문화 복합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문전성시사업단은 지난가을, 관광자원으로 거듭난 홍콩(9월15~21일)·라오스(8월29일~9월3일) 등 아시아 4개 나라의 전통시장들을 둘러보고 왔다. 홍콩·라오스의 전통시장과 주변 마을 탐방기를 소개한다. 우리와 닮은 문화를 지닌 아시아의 시장들엔 우리 전통시장이 가진 고민과 성과가 그대로 담겨 있다.

특산물 판매와 여행 프로그램을 묶은 홍콩 타이오 마을

홍콩 란타우섬 북서쪽 타이오 마을은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아름다운 어촌마을이다. 이곳으로 들어가려면 전용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매연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자는 측면도 있지만, 관광 수입을 높이려는 방법이기도 하다. 타이오 어촌마을은 생선을 건조시킨 함위(짠 생선, 주로 생선 내장을 말려 놓은 것)라는 특산물과, 탄카인들이 만들어 놓은 중국식 수상가옥 팡옥, 물위에 대나무를 엮어 지은 집 등을 관광 상품화해 유명해진 곳이다.

타이오 마을의 전통시장은 옛것 그대로의 역사와 문화가 뿜어내는 독특한 빛깔을 간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내장을 내놓은 채 건조되고 있는 물고기들이 장관이다. 고기의 눈을 가리고 말린다. 물고기 눈을 가리는 이유는 파리나 해충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파리 등이 주로 물고기의 눈에 달라붙는 점에 착안한 선인들 지혜가 돋보인다.

홍콩 타이오 마을 사람들.
마을 상황을 좀 깊이 들여다보니 이곳 전통시장도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 농어촌 전통시장들이 해온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역민의 고령화, 환경 오염, 일자리 부족, 낮은 교육열 문제 등을 해결하려는 대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로 염전이 줄어들고 어업이 위축되자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노인만 남았다. 노령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마을에 기독교청년회(YMCA)가 들어오면서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게 됐다. 이들은 ‘지역 자산 기반의 공동체 개발정책’(ABCD: Assets-Based Community Development)을 내걸고 관광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타이오 마을의 환경을 이용해 발생하는 수익은 공동체를 위해 쓰인다. 이 수익금으로 지역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문화투어는 타이오 마을의 대표적인 선순환 모델 복지 프로그램이다. 훈련을 받은 지역민이 관광객들에게 여행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것으로, 홈스테이를 진행하거나 배를 타고 해안을 둘러보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타이오 마을 관광활성화 프로그램 담당자는 “이런 문화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은 더욱 친근하게 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이해하고, 지역민들은 안정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오 마을을 다녀온 다음날 홍콩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를 찾았다.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하고 내용과 목적은 비슷하지만 운영방식은 큰 차이가 있어 흥미를 끌었다. 홍콩은 우리나라처럼 정부·지자체가 사업을 주도하는 ‘톱 다운’(Top Down) 형식이 아니라, 필요한 단체를 조사한 뒤 해당 단체를 사업단위로 묶어 정부·은행의 지원을 연결해주는 ‘보텀 업’(Bottom Up)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시스템을 먼저 갖추었으면서도, 그들은 정작 한국 전통시장의 성과를 부러워했다. 문제의 본질이 ‘톱 다운’인가 ‘보텀 업’인가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시장이 지역민과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지속 가능한 모델인가의 여부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타이오 마을과 시장엔 우리 전통시장이 걸어왔고 또 걸어가야 할, 과거와 미래의 풍습이 공존하고 있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몽족 야시장.

일상 속에서 매력 발산하는 라오스 루앙프라방 시장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몽족 야시장 모습은 매일 밤 축제가 열리는 축제장과 같았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 소수민족들은 직접 만든 갖가지 물건들을 시장거리로 가지고 나와 판다. 관광객들은 이들이 보여주는 이색적이고 다양한 공예품들을 살펴보며 이국적인 분위기에 쉽게 매료된다. 루앙프라방의 축제는 이른 아침 승려들의 탁발 행렬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만나는 일상의 공간이 모조리 축제의 공간으로 바뀌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일상생활 공간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축제장이자 시장이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전통시장들이 흔히 펼치는 일회성 축제들과 비교되는 장면이다. 우리 전통시장들은 무엇인가 새로운 걸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그래서 예술가들을 초청하고 그림을 그리고 일회성 행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시장만의 매력과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모든 행사에 시장 안에 녹아 있는 문화와 사람들의 삶을 반영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내발적인’ 문화라는 것을 루앙프라방 여행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라오스의 방비엥 외곽 지역의 푸딘댕 유기농 농장을 찾았다. 농장주가 가장 먼저 안내한 식품 저장소 앞에서 일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의 뿌듯한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작고 소박한 식품 저장창고 안에는 약간의 냉기조차 없었다. 이 공간에서 과연 식품저장이 가능할까. 하지만 농장주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저장고의 온도가 낮지는 않지만 수분을 차단해서 신선도를 유지합니다. 수분 공급을 막아 농산물의 상태에 균형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프레온가스가 만들어내는 부자연스러운 냉기는 이곳에선 저장고의 필수조건이 아니었다. 어쩌면 인간이 지내기에 불편할 만큼의 낮은 온도는 농산물에도 달갑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은 나를 벗어나 타인의 세계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나만의 기준과 잣대로 대상을 정의하고 평가해온 생각의 껍질이 하나둘 깨지는 느낌이었다.

이번 라오스 여행에서 꼭 방문하고 싶었던 곳은 푸딘댕 유기농 농장과 옥폽톡이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진안 전통시장과 환경이 비슷한 곳에서 지역 기반의 공동체 콘셉트가 구체화된 곳이기 때문이다. 식당 하나가 그대로 사회적 기업인 막펫이나, 지역의 수공예품을 공정무역으로 안정화시킨 크래프트 링크 역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역 고유의 자원 활용과 여행자들과의 연계, 그리고 지역 재순환 정책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 목적이자 핵심 기반이 바로 ‘지역성’이었다. 신기하게 이 세 곳은 모두 지역의 자발적 움직임과 외부 지원이 결합돼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라오스의 푸딘댕 유기농 농장은 여행자들의 봉사활동으로 운영된다. 여행자는 체류비까지 내가며 농장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돈을 내고 노동력을 제공하다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농장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커뮤니티 교육센터를 만들고, 지역 주민들에게 유기농 농법의 전망과 방법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옥폽톡 역시 여행자들에게 쇼핑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한편으론 소수민족 주민들의 전통을 보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곳이었다. 라오스어로 ‘서양과 동양의 만남’이라는 뜻을 가진 옥폽톡은 수공예품 공정무역 단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천연 염색 체험교실을 운영하는 이곳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까지 마련돼 있다. 여행자들이 머물면서 원스톱으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체험객들이 염색물을 끓여 비단 천에 물을 들인 뒤, 천이 마르는 시간을 이용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식이다.

이번 라오스 시장 탐방의 의미를, 푸딘댕 유기농 농장을 떠나기 직전 사무실 게시판에서 보았던 한 문장에 담아 전한다. ‘부디 당신의 방문이 여행자 그 이상의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Please make your visit more than a tourist!)

글 조재현, 최은경/문전성시 매니저·사진 제공 문전성시사업단

■ 알아두면 좋아요

홍콩·베트남·대만의 주요 전통시장들

◎ 홍콩 완차이 시장 | 홍콩 완차이 지구 서부. 하루 60만명 이상의 쇼핑인구가 몰린다. 최첨단 현대식 건물과 전통시장이 공존하는 곳. 150여곳의 노점이 난전을 이루고 있다.

◎ 대만 화시제 야시장 | 장화현 루강 룽산사(용산사) 옆. 이름난 절 룽산사가 가까이 있다. 1960년대에 생성되어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야시장이다. 아침시장, 황혼시장, 야시장으로 구분된다. 먹거리 중심의 시장이다. 특히 뱀과 자라를 이용한 보양식과 약재가 많고, 뱀싸움 등을 보여주는 공연도 한다.

◎ 대만 디화제 시장 | 타이베이시 서부. 150년 역사를 지닌 대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 800m 거리에 형성된 점포 500여곳 중 200여곳이 한약재상이다. 대만 상업의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 베트남 동쑤언 시장 | 하노이시 호안끼엠 호수 북부. 1889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 강변에 들어선 시장. 1994년에 화재로 불탄 뒤 시장을 복원해 하노이시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발전했다. 점포 수는 약 2000개. 주로 의류 원단과 부자재, 과일·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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