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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김정주 할머니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마천동 집에서 재판 자료 등을 보여주며 그동안의 투쟁 과정을 전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1945년 14살에 일본 도야마 후지코시강재공업 공장에 강제동원됐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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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김정주·양금덕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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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김정주 할머니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마천동 집에서 재판 자료 등을 보여주며 그동안의 투쟁 과정을 전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1945년 14살에 일본 도야마 후지코시강재공업 공장에 강제동원됐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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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퉁퉁 붓고…그 고통을
즈그가 뭘 안다고 부인을 허요?
먼저 떠난 동무들 위해서라도
이제는 일본 사과 받아야 것소” 열다섯살 양금덕에게도 그 무렵 여름은 가혹했다. 눈에 띄게 총명해 급장을 맡은 것이 문제였다. 일본 중학교로 유학을 보내주는데 급장인 ‘가네코’(일본식 이름)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놈들이 조선 사람을 여지껏 동물 취급하고 살었는디 이제사 느그를 뭣이 이뻐서 중학교를 보내준다고 허겠냐. 가지 마라, 낭설이다.” 아버지가 말렸지만 금덕은 버틸 재간이 없었다. “네가 가지 않으면 부모를 잡아 가둔다”는 말에 그만 도장을 찍었다. 김정주보다 한해 앞선 1944년 5월 양금덕은 나고야 군수공장으로 향했다. 양금덕처럼 끌려간 여자아이가 호남에서 138명, 충청에서 150명이었다. 그 여름으로부터 74년이 흘렀다. 1945년 8월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전쟁이 끝나면서 두 소녀의 고통은 곧 끝날 것만 같았다. 해방된 줄도 모르고 공장에 갇혀 있다 그해 가을 고향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그런 희망이 있었다. 전쟁에 짓밟힌 어린 시절에 대해 어떤 보상도, 누구의 사과도 받지 못한 채 74년을 보내게 될 거라고 상상한 이들은 없었다. 올여름, 일본의 ‘진실한 사과’를 받기 위해 생의 가장 뜨거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금덕(90) 할머니와 김정주(88) 할머니를 각각 지난 9일과 10일 광주와 서울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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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15살의 나이에 일본 나고야의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제작소 공장에 강제동원됐던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9일 오후 광주시 서구 양동 집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둘러싼 일본 아베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광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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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를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아베가 잘했다고 하니 천불 나
젊은 사람들이 바싹 일어나서
‘내 일이다’ 싸워줬으면 좋겠소” “배가 고파서 울고, 양말 한 켤레를 안 줘서 그 추위에 손발이 퉁퉁 부어 울고. 그 고통을 아베 즈그가 뭘 안다고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부인을 허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두고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김 할머니는 분노했다. 그 고생 끝에 월급 한푼 받지 못하고 이제나저제나 밀린 월급을 돌려받을 날을 기다린 지 70년이 넘었다. 양 할머니는 “너희들 주소가 다 있으니까 돈을 찾으면 다 보내주겠다”던 공장 사감의 약속을 믿고, 고향에 돌아온 뒤 얼마간 아침이면 마을 어귀에 나가 우체부를 기다렸다고 했다. 단순히 ‘돈’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거짓말에 속아 일본에 끌려가 고통받은 지난날을 떳떳하게 인정받고 싶었다. “그때 돈으로 월 30엔. 그것을 74년이 지나도 안 보내줘. 즈그가 우리한테 공부 가르칠 때 ‘일본 사람은 쇼지키(정직)가 중요허고 절대 누구를 안 돌려먹는다’고 가르쳤는디 이렇게 불량할 줄을 누가 알 것이여. 사죄를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즈그가 잘했다고 저러니까 천불이 나 죽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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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후지코시강재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김정주 할머니가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마천동 집에서 인터뷰에 앞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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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89) 할머니가 9일 오후 광주시 서구 양동 집 앞에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광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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