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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거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고 빈티지숍을 뒤지며 휴식다운 휴식을 즐긴 후쿠오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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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최범석의 시선 19
쇼가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기분이 우울해진다. 바쁜 날을 보내느라 어지러워진 집 안과 피곤에 전 내 모습을 보면 더 처량해진다. 그래서 항상 쇼가 끝난 다음날 여행을 간다. 하루든 일주일이든 무조건 떠난다. 그게 공허함을 빨리 없애고 다음 일을 기운차게 시작할 수도 있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다. 서울컬렉션을 마치고 훌쩍 떠난 여행 이번 서울컬렉션을 마치고는 나에게 가장 만만한 후쿠오카로 갔다. 사실 일이 아니면 도쿄보다 후쿠오카를 자주 가는데 친한 후배의 집도 있고, 도쿄에 비해 거리도 가깝고, 물가도 싸고, 차도 안 막히고, 맛있는 것도 많고, 이유는 너무나 많다. 2박3일 일정으로 떠난 이번 여행에서 후배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짐을 풀고 부추라면을 먹으러 갔다. 부추라면은 일본 라면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라면을 먹고 나서 무엇을 할까 고민도 하기 전에 라면 집 앞에 있는 빈티지 숍으로 들어갔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난 빈티지를 정말 좋아한다. 가격도 저렴한데다 왠지 이 옷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좋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빈티지를 유행처럼 생각하면서 옷을 살 때 실수를 한다. 진열돼 있는 옷이 예쁘다는 이유로만 샀다가는 ‘빈티’가 철철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꼭 입어봐야 하고 나에게 어울리는지 따져봐야 하고, 이 옷을 사면 어떻게 입을 것인지, 내 옷 중에 어떤 것과 입어야 어울릴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농 안에 처박혀 있다가 걸레가 될지 모른다. 작은 가게에서 넉넉히 한 시간은 뒤적거리고 입어본 뒤 한 보따리를 사서 나왔다. 서울서 옷에 지쳐 도망와 놓고는 눈에 띄는 옷가게라면 도무지 궁금해서 참지를 못한다. 그래서 나와 같이 여행 다니는 친구들은 나처럼 많이 돌아다니는 놈은 처음 봤다고 힘들어 죽겠다며 늘 구박을 한다. 직업병인 것 같다. 후쿠오카에 가면 꼭 가는 식당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깃집인 다이토엔(대동원)이다. 고기가 순두부처럼 부드럽다고 말하면 아무도 안 믿는데 나도 처음에 먹고는 깜짝 놀랐다. 고베의 쇠고기 로스구이를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고기를 먹는 거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가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됐는데 후쿠오카에서도 택시 타고 이름만 말하면 찾아올 수 있는 이곳의 사장님이 한국 할머니란다. 어쩐지 김치며, 나물, 육개장 등 한국 음식들이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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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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