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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초식마녀(왼쪽)와 단지앙은 비건이다. 유튜브 채널에 비건 레시피와 먹방을 올려 ‘비건먹방 양대산맥’으로도 불린다. 지난 8월 처음 만나 ‘비건 또띠아 피자’ 먹방을 선보이는 두 사람. 유튜브 단지앙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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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⑦
‘비건먹방 양대산맥’ 초식마녀, 단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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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초식마녀(왼쪽)와 단지앙은 비건이다. 유튜브 채널에 비건 레시피와 먹방을 올려 ‘비건먹방 양대산맥’으로도 불린다. 지난 8월 처음 만나 ‘비건 또띠아 피자’ 먹방을 선보이는 두 사람. 유튜브 단지앙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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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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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초식마녀, ‘심야식당’ 단지앙 “비건 행사서 만났을 때 제가 막 들이대서 초식마녀님이 뒷걸음질 치면서 인사를 받았었거든요.”(웃음) 단지앙은 댓글을 보고 바로 SNS 메시지를 보내 약속을 잡았다. 초식마녀의 집에 초대받은 단지앙은 같이 비건 피자를 만들어 먹었고, 이 과정을 브이로그로 남겼다. 구독자들은 ‘드디어, 두 분이 합방을!’, ‘이 케미 무엇!’,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며 댓글로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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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9일 서울 마포구 한 채식레스토랑에서 애피와 만난 ‘초식마녀’ 박지혜씨와 ‘단지앙’ 장지은씨. 서로 다른 매력을 선보여온 두 사람이지만 비건이 된 계기는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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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아 왔다’는 배신감 단지앙 지은씨가 잡식에서 돌아서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3년여 전 지은씨는 친구를 따라 채식을 시작했다. 그에게 채식식당 찾는 일은 온라인 게임 퀘스트처럼 재밌는 일이었다. “난생처음으로 채식식당도 찾아보고, 고기가 안 들어간 메뉴도 찾아보고, 고기가 있으면 빼달라고 요구도 해본 거죠. 친구랑 그렇게 찾아서 맛있고 만족스럽게 먹고 나면 임무를 완수한 것 같아서 뿌듯하고 즐거웠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왜 친구가 채식을 계속하는지 궁금했다. 그때 친구가 넌지시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이야기를 건넸다. 동물 학대, 축산업의 폐해, 육식에 관한 영상을 본 그는 그 날로 비건이 됐다. “아니, 어떻게 내 눈을 이렇게 깜깜하게 가릴 수 있었지.” 지은씨는 대중매체와 사회에 ‘속아 왔다’는 배신감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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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마녀의 채널이 초록빛이라면 단지앙은 주황빛이다. 비건식이라고 생각도 못해본 다양한 음식들이 그의 채널에서는 먹방의 소재로 등장한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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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온전한 즐거움의 맛 29일 저녁 7시 애피와의 인터뷰 자리는 이 탐식가들과의 저녁 식사자리이기도 했다. 유기농 채소요리, 통곡물빵, 채식 디저트로 유명한 식당에서 그들이 각각 고른 메뉴는 똑같이 ‘버섯 크림 스파게티’였다. 하루 20그릇 한정인 이 음식을 아직 주문할 수 있다는 말에 쾌재를 불렀다. 비건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고리타분하다, 엄격하다, 어렵다 그리고 금욕적이다. 먹방은 정반대다. 즐겁다, 자극적이다, 재미있다 그리고 탐닉한다. 얼핏 보면 상충하는 이 고정관념들이 이들의 식탁에서는 일맥상통했다. 대화는 고리타분해질 만하면 금세 흥미로운 맛의 세계로 돌아왔다. 자연식물식으로 만성피로와 염증, 우울증을 이겨냈다는 지은씨의 ‘간증’이 바로 파스타에 올려진 팽이버섯과 불맛에 대한 진지한 평가로 이어지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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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앙의 채널이 주황빛이라면 초식마녀의 채널은 초록빛이다. 그의 채널에서 냉장고 속 채소는 뚝딱뚝딱 하나의 요리가 된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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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 얘기를 할 뿐인데… 좋아서 시작한 유튜브지만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채식으로 생겨났던 ‘인류애’가 댓글로 사라지는 경험도 종종 한다. “인신공격이 달릴 때도 있고, 고소당할까 봐 그런지 썼다가 지워지는 악플들도 있어요.” 비건에 대한 ‘단골 태클’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채식을 강요하지 말라’는 댓글도 그렇다. “음식이 너무 사적인 영역이다 보니까, 그냥 내 얘기를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본인의 윤리성을 평가당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지은씨는 자신의 정체성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혜씨도 비슷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보호를 하잖아요. 비건은 그런 방어기제를 건드리는 게 있어요.” 그럴 때는 차라리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한다. “일일이 부딪히고 살면 너무 피곤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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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저녁 애피와의 인터뷰 자리는 초식마녀, 단지앙 이 두 탐식가들과의 저녁 식사자리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똑같이 하루 20그릇 한정 메뉴인 ‘버섯크림파스타’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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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이면 일주일 치 채소 다 사 지은씨는 비건 채식이 ‘유기농, 제철, 로컬’ 채소를 선호하기 때문이란 지적을 내놨다. “아무래도 어느 지역 농부가 유기농으로 가꾼 채소 등은 리미티드 에디션이니까 비싸게 되죠. 국산 콩이 중국산 콩보다 더 비싼 것처럼. 더 좋은 재료를 구매하려다 보니 식비가 더 들 때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 재래시장 가서 만원이면 제가 먹을 일주일 치 채소를 다 사요.” 오히려 비거니즘이 소비를 줄여줬다. “상상도 못 한 데에 동물성이 들어가요. 그러니까 제대로 알아보기 전까지는 함부로 안 사요.” 비건은 먹는 것뿐 아니라 입고, 쓰는 소비재도 동물성이 들어간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동물의 털, 가죽이 사용된 의류뿐 아니라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도 쓰지 않는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제품을 충동구매하기 어려운 이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악플에 큰 상처를 받은 일은 없다. “이렇게 인기가 없어요. 아직 이슈가 안되어서 그런가….” 지은씨는 농담 반, 진담 반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단지앙과 초식마녀의 테이스티 비건 라이프(Tasty Vegan Life)채널의 구독자는 모두 3천여명 수준이다. “비건이 붐이라는데, 우리만 안 터져요.” _______
“비건 세끼도 기대해주세요” ‘악플’도 아쉬워하는 겸손을 보였지만 이들은 이미 국내 비건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이다. 지난 2월부터 채식일기를 그려온 지혜씨는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던 만화를 모아 내년 초 책으로 낼 예정이다. 지난 4월 유튜브를 시작한 지은씨도 지난 10월 KBS 시사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트렌드가 되는 채식문화를 알렸다. 생업이 따로 있는 이들이 유튜브에 들이는 노력은 단순한 취미를 웃돈다. 30~40분짜리 브이로그 영상 하나를 업로드 하려면 온종일 작업해도 사나흘이 걸린다. 지난 2월 완전 비건을 시작하며 새벽 5시에도 가뿐하게 기상했다는 지혜씨도 “채널 운영하면서 무리했더니 ‘비건 파워’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열심히들 하는 걸까? “알게 모르게 소외감, 고독감 같은 게 있어요. 채식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지만 유독 내 주변에만 없는 것 같고, 나 혼자 채식하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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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9일 서울 마포구 한 채식식당에서 ‘비건 먹방 양대산맥’ 초식마녀와 단지앙을 만났다. 지난 8월 처음 만났다는 이들은 벌써 친한 친구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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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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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어느 날 애피의 점심 도시락. 전날 반찬 준비를 못 하면 아침에 에어프라이어에 콩너겟을 튀겼다. 더 잘하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부족한 내 모습’에 화를 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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