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3 19:45
수정 : 2006.01.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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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토착화한 국제은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는 사회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시력회복 프로그램(Seeing is Believing)을 통해 시력회복 수술을 받은 인도 시각장애인들이 밝게 웃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존 메이저 전 영국수상은 현재 이 프로그램의 홍보대사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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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머리 고사’등 현지화 전략·노사상생은 기본
전세계 5만6천명 시력회복 프로그램 ‘눈에 띄네’
존경받는 기업을 찾아서-④ 스탠다드차타드
“세계 각국에서 채용한 신입행원들 중 50% 이상이 우리의 사회공헌 활동 때문에 입사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SC제일은행)의 폴 매리지 대외협력 담당 부행장은 스탠다드차타드의 고유한 기업문화를 묻는 질문에 이같은 조사 결과를 자신있게 내놓았다. “사회공헌 목표가 뚜렷한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은 직원들의 적극적인 업무수행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서비스로 연결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1월 3조4천억원을 투자해 제일은행을 인수한 스탠다드차타드의 경영목표는 150년 이상 자신들이 활동해 온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에서 선두은행이 되는 것이다. 이런 목표의 밑바탕에는 “먼저 그 사회의 책임감 있는 기업시민이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를 위해 세계 56개국, 550개 지점에서도 현지 국가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곳의 직원들에게 권한을 대폭 넘겨주는 경영철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제일은행 인수과정에서 한국의 기업문화를 존중하고 기존 직원들의 뜻을 많이 반영하는 전략으로, 언론과 금융당국의 호평을 받은 점도 이런 경영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스탠다드차타드는 1969년 스탠다드은행과 차타드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180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53년 영국에서 인가를 받은 차타드는 당시 봄베이,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무대를 개척했다. 스탠다드은행도 1862년 남아프리카에서 설립돼 유럽, 아시아 등에서 대륙간 무역을 중개하면서 성장했다. 2차 세계대전과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독립을 거치면서 지점 폐쇄나 영업 손실 등의 시련을 겪기도 했다. 스탠다드차타드 관계자는 “오랫동안 제3세계 국가에서 활동하며 얻은 시행착오와 경험들이, 현지문화를 존중하고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를 낳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시각장애인 시력회복 프로그램이다. 국제적 단체들과 협력해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5만6천명의 시력을 되찾아 줄 수 있는 14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조성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기부금으로 수술실과 어린이병동을 마련해 연간 9천여건의 백내장 시술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사업은 세계적으로 4500만명 이상의 시각장애인 가운데 80%는 간단한 치료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자신들이 활동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에이즈 예방 교육인 ‘living with HIV’ 캠페인 역시 현지 상황을 고려한 사회공헌 사업이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진출해 있는 나라 중 도움이 가장 절실한 10곳을 선정해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사회공헌 활동만큼이나 노력을 기울이는 또 다른 부분은 ‘현지문화와 가장 잘 조화된 경영’이다. 폴 매리지 부행장은 “가장 국제화된 지역은행이면서, 동시에 가장 토착화된 국제은행”이라는 외국의 평가를 소개하면서 “스탠다드차타드의 현지화 전략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런 평가를 받기 원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도입하는 게 자신들의 기본 임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현지에 소개하고 더 나은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결국 그 나라 직원들의 몫이라는 생각에서다.
한국에서도 스탠다드차타드가 제일은행 인수 뒤 보여줬던 일련의 결정들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토착화’와 ‘문화적 통합’을 중시하는지 보여준다. 존 필메리디스 은행장은 인수 초기부터 ‘노사간 상생(윈-윈)’을 여러차례 강조하고, 실천에 옮겼다. ‘대출인 모집’ 때 노사합의를 거친다든지, 신규인력 채용시 노조의 사전동의를 받기로 하는 등 경영권과 관련된 사항들까지도 노조와 합의했다. 이밖에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뒤에는 중국 등 8개국 지점에 한국기업을 지원하는 ‘코리아 데스크’를 설치했다. 제일은행 직원들이 전 세계 56개국 지점을 방문해 그곳 직원들과 함께 ‘한국의 날’ 행사를 연다든지, 외환 딜링 룸을 새로 만들면서 돼지머리와 시루떡을 차려놓고 한국식 고사를 지내는 식의 정서적 접근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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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배구조, 이익 사회환원은 의무”
폴 매리지 SC제일은행 부행장 인터뷰
폴 매리지 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 부행장은 “한국에서 은행의 공적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소매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고, 한국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사업할 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기본’과 함께 유달리 ‘의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는 “감독당국의 기준에 따라 비니지스를 하는 것도 의무이고, 올바른 기업지배구조를 갖는 것도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디. 그는 또 “이익을 다시 한국 사회에 환원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의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과 관련해 “과거 제일은행도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했지만, 우리는 이를 더 확대하고 체계화 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스탠다드차타드와 제일은행의 통합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는가?
=통합은 공식적으로 올해 말 끝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화적 통합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제일은행 직원 60명이 22개국을 방문하는 코리아데이 행사나, 영국 축구팀 토튼햄을 초청해 직원들과 함께 행사를 연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다.
-스탠다드차타드의 경영과 토착화 전략이 어떤 관계가 있는가?
=우리는 조직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80여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근무한다.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각 국가의 패턴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도, 각 나라마다 고객들이 원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이런 시장상황과 고객 취향은 국내 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결국 경영의 성패가 ‘현지 사람(직원)’의 적극적인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직원의 ‘참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우리는 매주 열리는 전략회의에 간부부터 계약직원에 이르기까지 전원이 참석하는 수평적 회의문화가 정착돼 있다. 통합 직후 처음에는 젊은 행원들이 말하는 것을 주저했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회의시간도 길어지고, 때로는 의사결정까지 진통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의 ‘판단’보다 집단의 ‘합의’가 언제나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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