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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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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펠리체
도시의 아스팔트가 장맛비로 얼룩져 있다. 맑은 날 활짝 웃던 도로변 꽃들도 야단을 맞은 학생처럼 고개를 숙인다. 살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검은 구름이 이리저리 흘러 다닌다. 잠시 심장이 멈춘 듯 내 안에 고요한 침묵이 흐른다. 침묵의 무게를 덜어 보고자 발길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서울 서초동에 자리한 ‘펠리체’에 닿는다. ‘펠리체’의 커다란 창은 언제 봐도 시원하다. 저 멀리 청계산이 보이고, 그 옆 자락에 우면산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청계산은 처음 산행을 시작한 이들에게 더없이 편안하다. 굽이굽이 뻗은 길들은 사진 찍기에도 더없이 아름답고, 사람들은 그 길을 맨발로 다니기도 한다. 청계산에서 느낀 그 아늑함을 ‘펠리체’에서 한번 되새김질할 만하다. ‘펠리체’의 붉은 벨벳 소파는 청계산의 옥녀봉 계곡만큼 깊어서, 푹 파묻혀 있으면 세상사 골치 아픈 일들을 모두 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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