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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히모스시 초밥, 사바, 회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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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예종석의 맛있는 집 서울 북창동 미조리
조선 중기에 유몽인이 편찬한 설화집 <어우야담>에는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주둔했던 중국 병사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회를 먹는 것을 보고 오랑캐의 음식이라며 더럽다고 침을 뱉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같은 시기에 저술된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도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회를 먹는 것을 보고 웃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논어>에는 중국 사람들이 짐승과 물고기의 회를 먹었다고 하고 공자도 회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언제부터인가 회를 먹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로 송나라 시대에 역병이 크게 유행하자 그 원인이 회에 있다고 생각하여 그때부터 안 먹게 된 것이라고도 하고, 송대에 석탄의 사용법이 알려지고 화력 요리가 보급되면서 회를 먹지 않게 된 것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동양 삼국 중에서 오늘날 생선회를 흔히 먹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뿐이다. 그러나 날생선을 먹는 방식은 우리와 일본이 좀 다르다. 일본 사람들은 생선초밥을 흔히 먹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회덮밥을 즐겨 먹는다. 일본에도 회덮밥이라 할 수 있는 지라시 스시가 있지만 우리의 회덮밥과는 다르다. 우리의 회덮밥은 날생선과 신선한 채소를 같이 비벼 먹는다는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웰빙 음식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4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식집 미조리에 가면 맛있는 회덮밥을 맛볼 수 있다. 미조리는 1960년대부터 장안 최고의 일식당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 무렵에는 박정희 대통령이나 이병철 회장 같은 이들도 이 집의 음식을 가져다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전통의 식당이다. 요즘이야 강남에 화려한 일식당들이 많이 생겨서 그 명성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지금도 미조리에 가면 오래전부터 지면을 통해 낯이 익은 어르신들을 많이 뵐 수 있고 대를 이어서 단골로 다니는 손님들도 흔하다. 미조리의 초밥이나 복지리, 도시락 같은 메뉴야 널리 알려져 있지만 회덮밥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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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석의 맛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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