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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나아간 웨이터 존 클로드는 10년 안에 뉴욕에 레스토랑을 열겠다는 꿈을 이루고 말았다. 뉴욕의 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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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③
칼부림의 위기를 넘기고 5만달러짜리 성공 스토리를 일궈내다 존 클로드의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학생이라 돈이 없었죠. 존 클로드가 나하고 친했으니까 친구가 오면 남은 재료로 음식을 해주고 그랬어요. 버스보이였던 미스터 리가 그 여자 친구를 집적거린 거죠. 존 클로드가 갑자기 식탁에 있던 빵칼을 집어들더니 휘두르기 시작했어요. 미스터 리가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지만 그 와중에 목하고 팔꿈치를 베였어요. 피가 뚝뚝 떨어졌고, 누가 불렀는지 경찰이 도착했어요. 경찰은 사정을 모르니까 누가 싸움을 시작했는지 물어봤죠. 주방에 다섯 명이 있었거든요. 주방장은 없었고, 내가 있었고, 내 도우미인 러시아 사람이 있었고, 멕시코 보조가 있었고, 그리고 주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두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얘길 안 하는 거예요. 미스터 리를 싫어하고 있었으니 입을 꽉 다문 거죠. 미스터 리가 제 얼굴을 보더니 이렇게 얘길 했어요. “스스무, 너 다 봤잖아? 존 클로드가 칼을 휘두른 걸 봤잖아. 너도 같은 아시아 사람인데 얘길 해줘!” “스스무, 10년만 기다려봐!” 나도 얘길 안 했어요. 주방에선 그런 게 불문율이에요. 주방에서 있었던 일엔 절대 다른 사람이 끼어들지 않아요. 주방에서 요리사 두 명이 싸움을 해도 절대 말리지 않아요. 그 뒤로 미스터 리는 2주 만에 그만뒀어요.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을 하니 화가 났겠죠. 존 클로드는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 같이 일을 할 때 저한테 자주 하던 말이 있었어요. “스스무, 난 10년 후에 내 레스토랑을 열 거야!”안 믿었죠.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존 클로드는 다른 사람하곤 달랐어요. 술을 절대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아요. 꿈을 이루려고 앞만 보고 나갔어요. 웨이터를 시작한 지 2년 뒤엔 캡틴이 됐어요. 캡틴이 된다는 건 하루 30만원씩 꾸준히 벌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고서 10년이 지났을 때 정말 전화가 걸려왔어요. 1992년쯤이었을 거예요. 그때는 제가 요리사 일을 잠깐 쉬고 도자기를 굽고 있을 때였는데, 저한테 전화를 해서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존 클로드의 아버지가 프랑스 사람이었고 어머니가 이탈리아 사람이었는데, 어머니 음식이 너무 그리웠나봐요. 난 이탈리아 음식을 모른다고 했죠. “어머니 고향에 가서 잘하는 요리사 한 명을 데리고 와!” 그렇게 충고를 해줬죠. 하지만 돈이 넉넉지 않대요. 이탈리아 주방장을 데리고 오려면 비행기삯에 체재비에 비자도 해결해줘야 하니 돈이 많이 들긴 하죠. “그러면 일단 작게 시작해라, 네가 일하면서 알게 된 부주방장급 요리사 한 명과 시작해라!” 그랬어요. 존 클로드는 딱 5천만원으로 시작했어요. 정말 작은 식당이었어요. 직접 페인트칠을 했고, 식당 안에 장식도 하나 없어요. 예약도 받지 않았고 신용카드도 안 돼요. 현금만 받았죠. 그런데 이 집이 엄청나게 성공을 거둔 거예요. 식당 이름이 ‘존 클로드’였어요. 이탈리아 음식이 아니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어요. 존 클로드의 가장 큰 장점 하나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한다는 거였죠. 그동안 쌓은 인맥과 사람을 잘 사귀는 재능이 빛을 발한 거예요. 물론 음식도 맛있었지만 …. 문을 연 직후에 저도 가 봤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그랬죠. “딱 석 달만 있어보라”고. 그런데 석 달이 되기 전에 성공했어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사람들이 그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니 <뉴욕타임스> 사람들도 음식을 먹으러 왔죠. 평가가 괜찮았고, 계속 성공할 수 있었어요. 1년 뒤에는 식당을 하나 더 열고, 또 1년 뒤에는 건물을 하나 샀어요. 그 건물에다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열었죠. 저한테 다시 연락이 왔어요. 다른 곳에서 돈을 벌고 있으니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는 정말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팔고 싶다는 거였어요.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주던 리조토 같은 걸 팔고 싶었던 거죠. 요리사 몇 명을 소개시켜 줬어요. 지금 존 클로드는 유명해졌죠. 뉴욕에서 존 클로드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결혼 뒤 진짜 사랑에 빠지다 어느날 길거리에서 우연히 존 클로드를 만난 적이 있어요. 다짜고짜 저한테 이런 말을 해요. “아내하고 이혼해야겠다”고. 내가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줬던 그 여자 친구하고 결혼을 했거든요. 나는 깜짝 놀랐어요. 어려운 시절을 함께 지냈던 걸 알고 있으니까요. 내가 그 얘길 듣고 무슨 생각을 했냐면 ‘그렇게 여자를 힘들게 하더니 결국 이렇게 끝내냐?’였어요. 결혼을 해서 아내와 함께 살 때도 존 클로드는 지독했어요. 아내 이름이 마리사였죠. 마리사는 학교에서 사진을 배우고 있었는데, 존 클로드와 집세를 반씩 내야 했어요.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각자 집값을 해결하자는 거였죠. 존 클로드는 그때 돈을 잘 벌고 있었거든요. 마리사는 나를 만나면 그런 얘길 했어요. “스스무, 난 너무 피곤해. 학교에서 수업도 들어야 하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힘들어!” 아내에게 그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었죠. 존 클로드에게 그런 얘길 넌지시 하면 “스스무, 네가 이 여자랑 결혼했니? 그런 얘긴 하지 마라!”면서 화를 내요. 그런 과정을 봐 왔으니 이혼한다는 얘기가 이상하게 들리죠. 존 클로드에게 물었어요. 도대체 왜 이혼할 생각을 하냐고. 존 클로드가 대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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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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