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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1 15:44 수정 : 2007.07.11 18:57

고급스러운 뉴욕의 오부 레스토랑 내부풍경.

[매거진 Esc]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⑨

■ 디스코클럽 ‘스튜디오 57’의 단골 리스트를 갖고 ‘노부’에 영입된 데이비드

뉴욕에서 노부 레스토랑이 처음 문을 열 때 공동 주인 드루 니어퐁이 데려온 사람이 있어요. 데이비드라는 매니저인데 아주 유명한 사람이에요. 디스코가 유행하던 1970년대에 가장 유명했던 ‘스튜디오 57’이라는 디스코클럽이 있었어요. 날마다 텔레비전에 나왔어요. ‘오늘은 스튜디오 57에 어떤 스타가 왔다 갔다’라는 게 뉴스로 나와요. 비지스도 자주 출연했어요. 유명한 사람들 먼저 들여보내 주고 일반 사람들은 잘 들어가지도 못했어요.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거기 매니저가 데이비드였어요.

헨리 키신저가 오면 어떻게 해요?

노부가 처음 문을 열 때는 대단했어요. 오픈하자마자 3개월치 예약이 꽉 차버린 거예요. 궁금해도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데이비드는 노부에서도 자기 스타일로 홀을 관리했어요. 나도 나중에 안 건데, 자리가 있어도 자리가 없다고 얘기해요. 그걸 제일 잘했어요. 탁자 네 개 정도는 꼭 비워 둬요. 식당에 갑자기 헨리 키신저가 오면 어떻게 해요? 자리 없다고 해요? 그건 안 되잖아요. 매일매일 중요한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자리를 꼭 비워 둬야 해요. 어떤 손님들은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 내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 줄 아냐. 너 나를 모르냐!”며 소리를 질러요. 데이비드는 계산대 뒤에 서 있어요. 거기서 고개만 좌우로 젓고 있어요.

그 사람 특기가 ‘포토 메모리’예요. 한 번 본 사람은 다 기억해요. 이름까지 다 기억해요. 드루 니어퐁이 데이비드를 부른 건 기억력이 좋아서이기도 하고, 리스트 때문이에요. 데이비드는 스튜디오 57의 단골손님들 리스트를 다 가지고 있어요. 디스코 클럽을 다녔던 사람들이 이제는 나이 많은 유명 인사들이 돼 있어요.


나는 사람 기억을 못 하겠어요.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는지 몰라요. 얼굴은 기억해도 이름은 기억 못 하겠어요. ‘오키친’에서 그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손님이 와서 “스스무상, 날 기억하죠?” 그래요. 얼굴은 기억이 나요. 그런데 이 손님이 “지난번에 먹었던 게 너무 좋았어요. 똑같은 걸로 해 주세요.” 그래요. 나는 기억 안 나잖아요. 그러면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요리가 있습니다. 같은 요리를 계속 먹으면 재미없잖습니까?” 해요. 나도 머리가 좋죠?

아 그리고 한국에 와서 조금 놀란 건 손님들이 음식 조금만 시켜 놓고 오래 앉아 있는 거예요. 레스토랑에서도 신경을 안 쓰죠. 그런데 뉴욕에서는 안 그래요. 음식을 다 먹고 앉아서 얘기하고 있으면 웨이터들이 곧바로 가요. “더 필요하신 거 없습니까? 디저트나 음료가 더 필요하십니까?” 그래요. 필요 없다 그러면 바로 이렇게 얘기해요. “계산서 갖다 드릴까요?” 그래도 나가지 않으면 “죄송합니다만 이 테이블에 다음 예약이 있습니다. 더 얘기를 나누시고 싶으면 계산서 앞 웨이팅룸으로 옮겨 주십시오” 해요. 나가라는 얘기예요. 웨이터들에게는 시간이 돈이에요. 음식을 한 접시만 시켜도 비싼 와인을 시키면 그런 소리 안 해요. 계속 물을 서비스해 줘요. 뉴욕 웨이터들이 계산이 얼마나 빠른 줄 알아요? 음식 주문하면 손님들이 앉아 있을 시간을 곧바로 계산해요.

뉴욕의 식당은 요일마다 바쁜 시간이 달라요. 금요일 저녁, 토요일 저녁이 제일 바빠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을 우리는 ‘관광객의 날’이라고 해요. 한 달에 한 번, 석 달에 한 번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은 주로 주말에 오니까요. 월요일은 재료 때문에 바빠요. 재료가 들어오니까 손님이 많건 적건 바쁠 수밖에 없어요.


스스무 요나구니
수요일과 목요일은 ‘구르메 데이’

우리가 제일 신경 쓰는 건 수요일하고 목요일이에요. 일명 ‘구르메 데이(Gourmet Day)’예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수요일과 목요일에 와요. 뉴욕에선 그래요. 시키는 것도 달라요. 토요일에 오는 사람들은 에피타이저 하나, 파스타 하나, 디저트 하나, 글라스와인 한 잔 시키는데 수요일과 목요일에 오는 사람들은 일단 “오늘은 어떤 재료가 좋습니까?” 물어봐요. 그런 날은 돼지족발이나 소혀, 내장같이 잘 찾지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요리들을 해요. 주말엔 빨리빨리 요리할 수 있는 걸 만들어요. 웨이터들이 요리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대중적인 음식을 내요. 일요일? 브런치? 그건 요리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거예요. 누가 일요일에 일하고 싶겠어요. 주방장은 토요일 저녁에 나가면서 “씨유, 먼데이!”해요. 주방장들이 일요일에 무조건 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까지 일요일에 일하는 주방장 본 적이 없어요.

정리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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