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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뉴욕의 오부 레스토랑 내부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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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⑨
■ 디스코클럽 ‘스튜디오 57’의 단골 리스트를 갖고 ‘노부’에 영입된 데이비드 뉴욕에서 노부 레스토랑이 처음 문을 열 때 공동 주인 드루 니어퐁이 데려온 사람이 있어요. 데이비드라는 매니저인데 아주 유명한 사람이에요. 디스코가 유행하던 1970년대에 가장 유명했던 ‘스튜디오 57’이라는 디스코클럽이 있었어요. 날마다 텔레비전에 나왔어요. ‘오늘은 스튜디오 57에 어떤 스타가 왔다 갔다’라는 게 뉴스로 나와요. 비지스도 자주 출연했어요. 유명한 사람들 먼저 들여보내 주고 일반 사람들은 잘 들어가지도 못했어요.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거기 매니저가 데이비드였어요. 헨리 키신저가 오면 어떻게 해요? 노부가 처음 문을 열 때는 대단했어요. 오픈하자마자 3개월치 예약이 꽉 차버린 거예요. 궁금해도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데이비드는 노부에서도 자기 스타일로 홀을 관리했어요. 나도 나중에 안 건데, 자리가 있어도 자리가 없다고 얘기해요. 그걸 제일 잘했어요. 탁자 네 개 정도는 꼭 비워 둬요. 식당에 갑자기 헨리 키신저가 오면 어떻게 해요? 자리 없다고 해요? 그건 안 되잖아요. 매일매일 중요한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자리를 꼭 비워 둬야 해요. 어떤 손님들은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 내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 줄 아냐. 너 나를 모르냐!”며 소리를 질러요. 데이비드는 계산대 뒤에 서 있어요. 거기서 고개만 좌우로 젓고 있어요. 그 사람 특기가 ‘포토 메모리’예요. 한 번 본 사람은 다 기억해요. 이름까지 다 기억해요. 드루 니어퐁이 데이비드를 부른 건 기억력이 좋아서이기도 하고, 리스트 때문이에요. 데이비드는 스튜디오 57의 단골손님들 리스트를 다 가지고 있어요. 디스코 클럽을 다녔던 사람들이 이제는 나이 많은 유명 인사들이 돼 있어요.나는 사람 기억을 못 하겠어요.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는지 몰라요. 얼굴은 기억해도 이름은 기억 못 하겠어요. ‘오키친’에서 그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손님이 와서 “스스무상, 날 기억하죠?” 그래요. 얼굴은 기억이 나요. 그런데 이 손님이 “지난번에 먹었던 게 너무 좋았어요. 똑같은 걸로 해 주세요.” 그래요. 나는 기억 안 나잖아요. 그러면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요리가 있습니다. 같은 요리를 계속 먹으면 재미없잖습니까?” 해요. 나도 머리가 좋죠? 아 그리고 한국에 와서 조금 놀란 건 손님들이 음식 조금만 시켜 놓고 오래 앉아 있는 거예요. 레스토랑에서도 신경을 안 쓰죠. 그런데 뉴욕에서는 안 그래요. 음식을 다 먹고 앉아서 얘기하고 있으면 웨이터들이 곧바로 가요. “더 필요하신 거 없습니까? 디저트나 음료가 더 필요하십니까?” 그래요. 필요 없다 그러면 바로 이렇게 얘기해요. “계산서 갖다 드릴까요?” 그래도 나가지 않으면 “죄송합니다만 이 테이블에 다음 예약이 있습니다. 더 얘기를 나누시고 싶으면 계산서 앞 웨이팅룸으로 옮겨 주십시오” 해요. 나가라는 얘기예요. 웨이터들에게는 시간이 돈이에요. 음식을 한 접시만 시켜도 비싼 와인을 시키면 그런 소리 안 해요. 계속 물을 서비스해 줘요. 뉴욕 웨이터들이 계산이 얼마나 빠른 줄 알아요? 음식 주문하면 손님들이 앉아 있을 시간을 곧바로 계산해요. 뉴욕의 식당은 요일마다 바쁜 시간이 달라요. 금요일 저녁, 토요일 저녁이 제일 바빠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을 우리는 ‘관광객의 날’이라고 해요. 한 달에 한 번, 석 달에 한 번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은 주로 주말에 오니까요. 월요일은 재료 때문에 바빠요. 재료가 들어오니까 손님이 많건 적건 바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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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 요나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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