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마 논술 <나혜영 교사의 시사 맥짚기>
제1회_개관 및 경제·정치 문제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논?구술에 대한 수업을 따로 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 학생들이 지나치게 의존적인 학습에 익숙해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 설사 힘들게 자신이 답안을 만들었다고 해도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굉장히 불안해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 누군가가 정답이라고 정해 준 것을 외우려고만 하는 모습을 봅니다. 아마도 그래야만 마음이 편안해지나 봅니다. 그런데 논?구술시험은 그런 답변이 오히려 점수를 잃게 만듭니다. 그런 식의 학습 방법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논?구술에서 좋은 답변을 만들어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습니다. 논?구술은 자신만의 답변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만의 색깔이 들어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논지를 이끌어가는데 바탕이 되는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가치관 역시 정립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에 여러분 개개인만의 색깔이 들어가야 합니다. 의존적 학습법 버려야 좋은 점수 나와 그러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독(多讀)이나 다작(多作)은 여러 선생님들이 늘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여러분이 간과하기 쉬운 것을 중심으로 말씀드릴게요. 어렵지 않은 내용이므로 실천만 잘 한다면 아마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첫째, 먼저 교과서에 충실하게 각 교과 학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에이, 그게 뭐야? 그게 무슨 방법이야?’ 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이 많아 보이는데요,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학습 방법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논?구술 학습 여건은 갖추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선생님들이 ‘지금부터 하는 건 논?구술 수업이야.’ 하지 않아도 교과서에 있는 탐구 활동을 해결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논?구술 수업을 하는 것입니다. 사회과든 과학과든 각 주제별로 학습을 한 후에는 다양한 자료들이 제시되고 관련된 탐구 활동이 나옵니다. 탐구 활동은 대부분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서 써 보자’ ‘자신의 생각을 발표해 보자’ 등입니다. 이는 논구술의 출발입니다. 수업 시간에 기본적인 교과 내용 학습을 충실히 하고, 그 주제와 관련된 탐구 활동을 간단히라도 꾸준히 정리해 놓고 말하는 훈련을 한다면 그것이 곧 여러분의 논?구술 실력이 될 것입니다. 교과서를 간과하지 마십시오. 교과서의 기본 개념이나 원리를 다양한 사회 현상에 적용해서 사고하고 자신의 가치를 정립하고 판단하는 훈련은 이미 교과 과정상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이와 같은 학습은 여러분의 수능 준비에도 도움이 될 테니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죠?둘째, 조금 더 깊이 있게 훈련을 하고 싶다면 신문의 사설을 이용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특히 사회적 쟁점을 서로 다른 논조로 다루고 있는 신문 사설을 비교하면서 읽어 보는 것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어느 한 쪽의 입장만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면 그에 반대되는 의견이 추가질문이나 반론으로 제기되었을 때 적절한 답변을 하지 못하거나 글을 쓰는데 있어서도 균형잡힌 시각을 갖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양비론이나 양시론은 자신의 주장을 펴는데 바람직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단 대비되는 두 관점을 알고 자신의 입장을 세우는 것은 하나의 입장만을 갖고 논지를 이끌어가는 것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답안을 구성할 수 있고, 설득력이 강한 주장을 펼 수 있습니다. 대비되는 두 관점 통해 자기 입장 세워야 그럼 당장 이렇게 할 만한 시간이 부족한 수험생들에게 마지막 남은 논·구술을 앞두고 있는 3학년 학생들에게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은지 그 요령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상경대의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이라면 1학년 사회 교과서의 경제 부분과 경제 교과서를 보면서 중요한 개념과 원리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두십시오. 기출 문제를 보면 반복적으로 출제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주 출제되는 주제들 한 번 살펴볼까요? 경제 세계화 경기 변동 신자유주의 성장론과 분배론 농산물 시장 개방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 환경보호론과 경제성장론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특징 환율 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작은 정부와 큰 정부의 등장 배경 유가 인상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모두 교과서에 있는 내용들입니다. 경제 관련 주제들의 경우에는 여러분이 갖고 있는 관점을 묻는 문제도 있지만 - 성장론과 분배론 중 우리나라 경제 현실에서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환경보호론과 경제성장론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는가 등 -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 교과서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경기 변동에 따른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 시장 경제에서의 가격 결정 원리와 환율 결정 원리, 유가 인상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입니다. 또 정부의 경제적 역할은 어디까지가 적정한 개입이라고 봐야 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하는데요, 이 역시 시장 원리와 시장 실패 등을 중심으로 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근에 일어났던 사건 등을 소재로 제시한다고 해도 결국 기본 원리는 위에 제시된 내용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 많을 겁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APEC과 관련해 반대 시위가 소재가 될 수 도 있습니다. 이것이 소재가 된다고 해도 결국 세계화의 원리를 이해하고 장단점을 파악하는데서 논지가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일단 기본을 세운 후에 거기에 자신의 가치를 입혀서 주장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면 논지가 허술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자신의 주장없이 교과서적인 지식만 나열한다면 이 역시 생명력을 잃은 답변이 되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이 둘을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이나 원리를 묻는 문제라면 교과서적인 설명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시장실패 현상이 무엇인지 설명해 보시오 그런 문제를 받았는데 자신이 새롭게 이론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사족(四足)이 되어 오히려 점수를 잃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일단 경제 문제라면 이것이 원리를 묻는 문제인지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묻는 문제인지 문제의 성격부터 파악하시구요 - 구술의 경우에는 단순 원리를 확인하는 문제도 많이 출제됩니다. - 관점을 분명히 세운 후 그것을 축으로 논지를 펴 나가기 바랍니다. 다음으로는 사회과학계열이나 법정 계열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정치적인 주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정치 보수와 진보의 대립 (강정구교수의 발언, 맥아더 동상 철거, 비전향장기수의 북송 등) 친일 청산의 정당성과 방법 교원평가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 언론과 정치권력의 상관관계 세계화와 민족주의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중국의 동북아 공정을 둘러싼 외교 분쟁 북핵 문제와 우리의 대북 정책 미국의 패권주의 제시된 주제들을 보면 알겠지만 정치적인 쟁점들은 워낙 민감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이 다른 부문보다 훨씬 어려울 겁니다. 명심할 점은 보편적인 가치에서 시작하라는 것과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또 민감한 사안일수록 감정보다는 사실을 근거로 자신의 가치를 입히는 방식으로 논지를 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이 갖고 있는 맹점이나 비판을 받을 수 있을 만한 부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입장을 간단히 피력하고 반대되는 견해에 대해서 비판하는 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보편적 가치 바탕으로 일관성 유지해야 예를 들어 위에 제시된 문제 중에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나 외교 분쟁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합의된 견해가 있고, 그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별로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이 정도의 문제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당장 관련되는 신문 사설과 칼럼들을 찾아서 여러 개 읽어 보십시오. 대부분의 논조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또 세계화와 민족주의의 상관관계, 미국의 패권주의나 우리의 대북 정책 역시 기본적인 국제 정치 원리를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자신의 논평을 덧붙이는 정도에서 이루어지게 되므로 교과서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논지를 끌어내는데 별로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일단 교과서에서 어느 정도 다룬 내용들은 살을 붙이기가 쉽다는 의미입니다. (만약에 교과서적 지식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교과서의 관련 단원들을 살펴보십시오.) 그런데 골치 아픈 것이 아마 시사적인 쟁점들 일겁니다. 이렇게 보면 이게 맞는 거 같고, 저렇게 보면 저게 맞는 거 같고... 심지어 어떤 학생들은 출제자의 정치적 성향에 맞춰서 답변해야 한다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민감한 사안일수록 단순화해서 답변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비전향장기수의 북송을 외교적인 협상의 문제로 볼 것인가, 인도적인 협력의 문제로 볼 것인가는 그야말로 관점의 차이입니다.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고 단언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가치를 먼저 세운 후- 국익과 인도주의가 상충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느 것이 우선이라고 주입장을 세워야겠죠? 하지만 인도주의가 곧 국익이라고 주장을 한다면 혹은 국익이 인도주의라고 한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근거를 대야 합니다. - 에 외교적인 협상 문제로 봐야 한다면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손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도적인 협력의 문제로 볼 때 갖는 한계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나가면 됩니다. 인도주의적 협력의 문제로 본다고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보편적인 가치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 그래야 설득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가치를 뻗어나가는 식의 전개 방식은 민감한 사안일수록 자제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논지를 펴 나가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때문에 분명하게 상대방을 납득시키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소재를 갖고 가치를 좀 더 단순화해서 논지를 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주제들과 관련된 신문 사설들을 한 번 살펴 보면서 자신의 입장 - 찬반 견해를 묻는 것이라면 어느 쪽인지 그 견해를, 분석을 통해 비판을 하는 것이라면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 을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혜영/ 서울 예일여고 교사
2006년 수능 검토위원, 서울시교육청 모의고사 출제위원
교육방송 수능특강 강사
저서 <투탑 고등사회>. <논구술대비 시사자료집>. <수능 크로키 사회 문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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