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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현/벼리논술연구소 소장, 전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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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마 논술
알아두면 도움되는 비유 - <3> 죄수의 딜레마 불확실한 상황서 이익 극대화 전략 케이크를 놓고 다투는 두 아이, 입찰 현장에 나타난 업자들, 아니면 핵무기 개발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북한과 미국, 이들 모두에게는 똑같은 목표가 있다. 탐욕과 불신에 찬 사회나 국제무대에서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다를지라도 목표는 하나다. 즉,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아이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케이크를 차지하기 위해서, 업자는 상대를 따돌리고 자신이 낙찰을 받기 위해서 행동한다. 미국은 어디로 튈지 모를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이 두렵고,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통해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려 한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이처럼 풀기 어려운 상황에 종종 부딪힌다. 여기에 답을 찾아주는 게 바로 게임이론이다. 게임이론은 이들의 행위에 공통의 규칙을 찾고 해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1944년 프린스턴대의 수학자 폰 노이만은 동료이자 경제학자인 오스카 모르겐슈타인과 함께 <게임이론과 경제행위>라는 책을 출간했다. 포커를 즐겼던 폰 노이만은 여기에서 게임이론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포커게임은 상대를 기만하려는 허풍과 속임수의 세계다. 그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수학적 방법을 찾으려 하였다. 노이만은 이 이론이 경제학에 대단히 쓸모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처음에 무척 냉담했다. 책은 출판이후 5년 동안 4천부도 팔리지 않았다. 그러나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냉전체제에 돌입하자, 이 때 대륙간 핵전쟁에 관한 전략연구를 수행하였던 미 군부는 이 연구가 지닌 가치를 먼저 간파했다. 그곳이 바로 지금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전신이었던 랜드회사다. 랜드는 폰 노이만을 자문역으로 고용하여 게임이론을 발전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랜드에서 게임이론은 그 기초를 다졌고, 199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존 내쉬를 비롯한 게임이론의 대가들 역시 이곳을 거쳐 갔다. 미·소간 핵무기 경쟁 설명하는 틀 게임이론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연구한다. 여기에서 만나는 상대는 자신을 속이고 변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행위자에게는 행동의 원칙이 있다. 즉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합리적이란 의미는 자신의 이익을 항상 계산한다는 것을 말한다. 게임의 무대인 사회는 논리적 합리적 공간은 아니다. 비합리적인 사회 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추구한다. 노이만은 이익이 완전히 상반되는 행위자간의 게임에 항상 합리적인 행동의 원칙이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이 증명을 노이만은 ‘최소최대정리(minimax theorem)’라고 불렀다. 일반적으로 게임에는 승패가 확연히 나뉜다. 당연히 목표를 놓고 행위 당사자 간에 갈등이 등장한다. 그는 포커를 사례로 들었다. 포커게임은 일견 수학적 확률이론에 기초하는 것 같다. 순진한 확률 이론가는 포커게임에서 자신의 패가 상대방의 패보다 높을 확률을 계산하고 패의 좋고 나쁨에 정비례하여 돈을 건다. 그러나 실제 포커게임은 그렇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포커페이스가 왜 있는가. 포커 참여자들은 상대의 마음을 읽고 또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지 않도록 노력한다. 포커게임에서는 상대를 속이려 허풍을 치고 다양한 기만전술도 구사한다. 이것이 포커게임에만 해당하는가. 현실은 교과서와는 다른 세계이다. 그만큼 현실은 불확정적이며 불확실한 세계이다.1950년대 랜드의 두 과학자 메릴 프러드와 멜빈 드레셔는 게임이론의 고전이 되는 모델을 고안했다. 이 모델에 회사의 자문역인 앨버트 터거가 ‘죄수의 딜레마’라는 이름을 붙였다. 죄수의 딜레마는 수학적 구성물인 동시에 현실적 삶의 문제였다. 이 딜레마는 50년대의 핵 확산과 군비경쟁이 심각한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치열했던 미소간의 핵 경쟁을 이 딜레마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딜레마가 반드시 군사적 쟁점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딜레마는 이익의 갈등이 존재하는 곳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죄수 두 명이 경찰관에게 취조를 당하고 있다. 경찰이 두 사람에게 각각 다른 방에서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1)만일 네가 죄를 자백하면 최대한 정상 참작해 너는 징역 5년으로 해 주겠다. 2)네가 자백하지 않고 네 동료가 자백하면 네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징역 20년을 살게 될 것이다. 3)너와 네 동료 모두 자백을 하면 징역 5년이 된다. 그러나 둘 다 모두 굳게 입을 다문다면 경찰은 유죄를 입증하지 못해 증거 불충분으로 풀어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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