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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영/서울 예일여고 교사, 2006 수능 검토위원, 서울시교육청 모의고사 출제위원, 교육방송 수능특강 강사, 저서:〈투탑 고등사회〉, 〈논구술대비 시사자료집〉, 〈수능 크로키 사회 문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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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영 교사의 시사 맥짚기
1. 개관 및 경제·정치 문제
2. 사회문화현상 기출 문제 분석
3. 법 관련 기출 문제 분석
4. 최근 시사적 소재 및 접근 방법
‘시사 문제에 관심을 가져라.’ 여러분이 논·구술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사회탐구 학습을 하면서 선생님들께 자주 듣는 말일 겁니다. 수능과 논구술 시험에서 시사적인 소재를 활용한 문제들이 꾸준히 출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학습 내용이 교과서적 지식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내용을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적용해서 이해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싶어하기 때문인데요, 출제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분의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그와 같은 출제 의도를 알고 있다고 해도 시사 문제를 공부하는 것이 결코 쉽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사’라는 말은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시기적으로 언제부터의 문제를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범위에 어떤 문제까지를 포함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게 느낍니다. 그리고 설사 그 두 가지가 어찌어찌하여 어렵게 해결되었다 해도 그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또 하나의 과제가 남습니다. 그런 이유로 학생들은 시사 문제라고 하면 일단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일단 수능 사회탐구에서의 시사 문제는 문제라고 하기가 궁색할 정도로 쉬운 내용이기 때문에 말로는 시사 문제 시사 문제 하지만 따로 시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도 푸는데 별로 지장이 없을 만한 문제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은 시사 내용이라면 지문 등에서 아주 친절하게 해석을 해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심적 병역 기피를 둘러싼 쟁점을 몰랐다고 해도 지문에서 그 찬반 논란에 대한 내용을 싣고 있기 때문에 깊이 있는 내용을 몰라도 문제를 푸는데 하등 지장이 없습니다. 교과서 내용만 - 자연권이냐 실정법적 권리이냐 - 알고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수능에서의 시사 문제는 따로 공부할 필요 없이 교과서 공부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단지 더 쉽게 문제를 풀려면 시사적인 소재들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여서는 곤란하겠지요. ‘양심적 병역 기피’라는 말이 나왔는데 ‘어, 이게 무슨 말이야? 이런 것도 있어?’ 정도가 되면 곤란합니다.
그러나 논구술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왜냐하면 수능에서는 지문에 시사적인 소재가 나와도 내용이 대충 전개되어 있어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논구술에서는 그 내용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논구술에서도 제시문이 자세하게 제공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밑천이 없으면 논지를 전개해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논구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시사 문제를 따로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법적 갈등 문제를 중심으로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계열을 생각하고 그 계열과 관련된 사회적인 쟁점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의 헤드라인에서 하루 이틀이 아니라 자주 오르내렸던 주제, 많은 신문들에서 같은 주제를 갖고 서로 다른 관점으로 사설이 실렸던 내용이라면 그 사건 혹은 현상을 파악하십시오. 예를 들어 법학 계열 진학을 생각한다면 법적 갈등과 관련된 쟁점들을 생각해 봐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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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권리와 관련된 쟁점들〉
■ 간통죄 존폐론 ■ 사형제도 존폐론 ■ 안락사 합법화론 ■ 사법 개혁의 목적 및 방법 (로스쿨, 배심원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대립 등) ■ 사적 권리와 공적 이익의 충돌 (예: 환경권과 재산권 간의 법적 갈등) ■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찬반론 ■ 양심적 병역 기피의 위헌 여부 ■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 보장 범위 ■ 공무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의 허용여부 ■ 정보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법적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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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쟁점에서 대립되고 있는 가치, 법적 권리가 무엇인지를 구분해서 알아야 합니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대부분의 쟁점은 가치 갈등 문제이고, 어느 가치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보편적인 가치와 사회적인 가치, 개인적인 가치로 구분된다면 어느 것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치 갈등은 보편적인 가치나 사회적인 가치 체계 안에서의 갈등 상황인데다, 그 가치를 지지하고 있는 법적 권리가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와 같은 쟁점은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쪽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사례마다 우선되어야 할 가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가치를 선택한 후 그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 ‘근거’를 ‘그 사례’에 적용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셋째, 관련된 교과서 내용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근거로 주장을 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기본권, 사법권 독립의 정치적 의미, 법이념(정의, 합목적성, 법적안정성), 법제정 원리, 법적 제재의 방법과 목적, 적법 절차의 원리 등 각 사례에 따라 근거로 내세울 만한 교과서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와 같은 지식이 없다고 해도 나름대로 논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법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답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위에 제시된 사례를 중심으로 여러분이 준비 과정에서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 보겠습니다.
얼마 전
간통죄 폐지 법안이 정기 국회에 상정된다는 보도가 있었고, 이는 또 다시 ‘존치냐, 폐지냐’ 논란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간통죄 위헌 소송은 지난 1990년, 1993년, 2001년 세 차례나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는 ‘가정을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결정문에서 “현실에서의 성도덕과 관념이 변화하는 상황을 감안해 입법부도 폐기 여부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변화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간통죄와 관련해서는 간통죄를 형법상에 규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그와 같은 목적 달성 효과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논지를 펴는 것이 좋습니다. 자칫 개인의 권리와 사회적 이익이 상충되는 것이라고 접근하기 쉬운데, 그렇게 접근하면 지나치게 흑백 논리로 가기 쉽습니다. 간통은 흑백논리로 펴 나가서는 논리적 모순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폐지론자라면 ‘개인의 성적(性的) 결정권’과 부부 사이의 계약 위반으로 인한 책임은 사법(司法)으로 지면 충분하다는 것이 논지가 되겠지요. 존치론자라면 건전한 성풍속의 유지가 우선이며 가정을 보호하는 것도 국가의 의무 중 하나라는 것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국가의 역할과 개인의 기본권의 범위를 나름대로 세우는 것이 관건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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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엔틴교도소 앞에서 들로이스 블레이클리 박사가 스캔리 투키 윌리엄스의 사형집행 소식을 듣고 울부짖고 있다. 쿠엔틴/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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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살펴 볼
사형제도 존폐론이나
안락사 합법화론은 매우 고전적인 주제입니다. 교과서에서도 많이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학생들이 쉽게 접근해서 논지를 펼 수 있을 겁니다. 인간의 권리를 자연법적 사상으로 봐야 하는가, 실정법적 사상으로 봐야 하는가 그 둘 중 하나의 가치를 잡고 접근한다면 법적으로 논지를 펴 나가기 쉬울 겁니다. 그리고 특히 안락사의 경우에는 그 의미가 다양하게 사용되므로 스스로 개념 정의를 분명히 하고 논지 전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양심적 병역 기피의 위헌 여부 역시 사상의 자유를 천부인권의 권리로 인정해야 하는가, 국가에 의한 권리로 인정해야 하는가 그 권리의 성격을 먼저 규명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법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법 개혁과 관련해서 등장하고 있는 쟁점 중의 하나가 로스쿨의 도입과 배심원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입니다. 사법 개혁이 지향하는 방향은 사법권의 독립과 대국민의 법률 서비스 수준의 향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사법 개혁이 지향하는 방향을 제시한 후 그 가치에 이와 같은 제도가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논지를 전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심원제나 로스쿨, 수사권 등은 상식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기본 지식이 없으면 답변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법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특히 관심을 갖고 개념을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또한
사적 권리와 공적 이익이 충돌되는 사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 환경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권과 재산권이 상충되어 이를 둘러 싼 법적 갈등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어느 것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자칫 공적 이익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가치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공동체의 이익을 무시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공동체를 기반으로 개인도 권리를 누리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와 같은 쟁점에 제로 섬 (zero-sum)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합니다. 권리의 실현은 그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양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상황(win and win situation)으로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바른 타협안이나 협상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같은 사적 권리와 공적 이익이 충돌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와 같은 문제는 타협안이나 협상안과 같은 관점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공개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이지 얼마 만큼 공개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분명하게 사회질서 유지가 목적이라는 주장으로 논지를 전개하든지 - 이 경우에도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 규정이 있음을 내세워야 합니다. -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으므로 법적 제재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합니다. 이 경우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에 대한 가치 판단이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인간의 기본권과 관련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최근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은 보장하지만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인데요, 그와 같은 원칙 역시 상충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평등권은 인정하면서 사회적 기본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기본권을 어떤 권리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보화와 더불어 증가하고 있는 법적 분쟁인
지적 재산권 문제입니다. 소리바다와 같은 P2P 서비스가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네티즌들은 시대착오적인 판결이라고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프로그램 체계를 완전히 무용지물화하거나 사용하는 대다수의 네티즌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법은 이미 실효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법적 실효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권을 국가에서 보호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며 이를 소흘히 하게 되면 경제 질서가 무너짐은 물론이고 창작 의욕이 감퇴되어 예술 등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권리의 성격이 변화되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정보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법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회적인 쟁점이 소재로 나왔을 경우 법적인 부분에서 각각 어떤 권리 혹은 의무가 상충되는지 살펴보고, 그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법적 근거가 정당한 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많이 인용되고 있는 법조항 - 헌법 제10조 헌법 제12조, 헌법 제37조 2항 등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알아두고 적절하게 활용하면 주장을 펴는데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과 그 특징을 학습해 두는 것이 기본이므로 교과서 내용을 중심으로 - 교과서 수준 정도로 -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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