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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현/벼리논술연구소 소장, 전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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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마 논술 알아두면 도움되는 비유
1회 공유지의 비극 2회 하노이의 탑 3회 죄수의 딜레마 4회 보이지 않는 손 5회 저자의 죽음 시장경제체제의 기반 아침 출근 시간 지하철,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다. 모두 직장도 다르고 하는 일도 같지 않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빵과 우유는 내가 만들지 않아도 수퍼마켓에 가면 널려 있다. 눈이 오면 배추 값은 오르고, 날씨가 추워지면 군밤장수는 어김없이 거리에 등장한다. 누가 우리에게 무엇을 하라고 특별히 정해준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스스로 필요한 일들을 해오고 있다. 이렇게 돌아가는 세상을 주관하는 그 무엇이 있다. 이것을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불렀다. ‘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시장 스스로의 자율적 조정기능을 이렇게 비유했다. 시장에 믿고 맡기면 된다. 나의 이익추구는 결코 사회의 공동선과 부딪히지 않으며 전체 사회의 이익을 가져올 뿐이다.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면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후에 경제학자들은 이를 ‘가격기구‘라 불렀다. 아담 스미스는 자유를 시장에서 가장 큰 덕목으로 보았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나의 사회적 자유는 절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당연히 정부의 역할은 제한된다. 국가는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다.‘보이지 않는 손’을 기반으로 한 경제체제가 바로 시장경제체제다. 바로 우리의 경제 체제이다. 물론 순수한 시장경제는 아니다. 이 시장경제체제의 장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자원배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손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낳았다. 사회는 극도로 효율적인 것처럼 보였다.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이 나만의 이익을 취해도 국가의 부는 커져만 갔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와 자원의 배분은 가격기구가 결정한다. 시장에서 우리는 여건의 변화에 맞춰 스스로의 이윤동기에 따라 적응한다. 따라서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혁신 등 발전의 계기가 주어진다. 여기서 시장의 활력이 나온다. ‘악마의 맷돌’이 되기도 그러나 이 ‘보이지 않는 손’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이 손이 때때로는 제 역할을 못해 사회의 균형을 깨뜨리곤 했다. 자본주의가 날 때부터 가진 운명, 공황이 바로 이것이다. 1921년 발생한 대공황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악마의 맷돌’임을 보여주었다. 공황은 개별 국가를 넘어서 전 세계를 휩쓸었다. 처음엔 주식시장의 붕괴로 출발했지만, 이후 공황은 은행과 기업의 부도와 파산을 가져왔다. 문 닫은 공장에서 사람들은 실업자로 밀려났다. 사람들의 생활은 비참해졌다. “상점과 공장 창고에는 팔리지 않은 물건들이 그득그득 쌓여 있었다. 그런데 거리에는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돌아다녔다. 야적장에는 석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겨우내 떨어야 했고 거지꼴을 한 아이들이 철조망 사이로 석탄을 훔치러 다녔다.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오렌지 공급을 줄이려고 농장주들이 멀쩡한 오렌지에 석유를 뿌려 썩이는 동안 뉴욕 빈민가 어린이들은 영양실조로 죽어갔다.”<거꾸로 읽는 세계사-대공황편> 대공황 때의 광경이다. 이 때 ‘보이지 않는 손’은 어디에 있었는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손’의 조절능력에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시장을 기반으로 한 경제체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날 때부터 불안정했다. 이 불안정이 호황과 불황이라는 경기순환으로 나타났다. 이것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또 하나의 주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효율적이었으나 빵을 나누는 과정에서는 서투르다는 것이다. 시장이 효율적인 만큼 불평등을 키우는 데에도 기민했다. 아담 스미스가 말한 시장, 그 시장은 책 속에만 있을 뿐이었다. 스미스는 시장에서의 완전경쟁을 전제로 했다. 완전하다는 것은 시장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같은 조건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동등하다면 완전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능력이 차이 나거나 부자 아버지를 가졌다면 출발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완전경쟁은 이론 속에서만 존재했다. 현실에서 시장은 항상 불공정했다. 우위에 있는 사람은 경쟁을 피했고. 게임의 룰은 지켜지지 않았다. 기업은 독점이나 기업간 담합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맡았던 효율성은 이 때에는 허구에 불과했다. 어떤 경우 제품가격은 가격기구가 결정한 최적의 가격이 아니라 기업의 독점이윤이 확보된 가격에서 결정되었다.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됐고 사회통합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 때 빵을 다시 나누자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부의 개입 필요 불러 시장이 불공정해지고 형평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때 정부가 개입한다. 정부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회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자본주의 내에서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먼저 역설적이게도 시장경제를 보완하기 위해 경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대공황을 맞아 케인즈가 말한 것이다. 시장경제에서도 정치와 경제의 완전한 분리는 어렵다. 시장에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수많은 개인과 집단, 이들이 대립하고 갈등할 때 객관적인 중립자로 정부가 나서는 것이다. 경기순환에서 나타나는 불안정성을 없애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또 하나는 소득 재분배를 통해 복지국가를 건설하자는 주장이다. 벌어진 소득격차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을 시장은 해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의 최소한의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켜주어야 한다. 의무교육 및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에 관한 논의는 이러한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2002년 성균관대 수시는 완전경쟁시장하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고전 지문을 주고 요약을 시켰다. 2004년 동국대 정시는 시장 경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대동(大同) 사회’를 제시했다. ‘대동(大同) 사회’의 이상을 근거로, 경제 성장의 궁극적인 목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논하라고 하였다. 2008년 서울대 논술 예시문제에서는 시장경제와 정부규제에 관한 지문을 주고 시장경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이 타당한 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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