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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방송계의 1%’가 되고픈 개그맨 황봉알과 노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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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 ‘대한민국 방송계의 1%’가 되고픈 개그맨 황봉알과 노숙자
촉발은 김구라였다. 문화방송 <황금어장>의 코너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김구라, 인터넷방송 시절의 황봉알과 노숙자를 추억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을 버린 게 아니다. 서로의 갈 길을 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구봉숙’(김구라, 황봉알, 노숙자의 약어) 트리오가 인터넷방송과 케이블방송을 휘젓던 시절이 있었다. 세 마디 중 한 마디는 욕이었고, 입만 열면 폭탄이었다. 수많은 연예인들과 정치인들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일단 도마 위에 오르면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난도질당했다. 팬들은 통쾌했고 후련했고 시원했다. 세 사람의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욕을 듣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김구라는 공중파 방송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황봉알과 노숙자는 변한 게 없었다. 김구라와 헤어져 제 갈길을 가다 “저흰 변한 게 없어요. 수입도 변한 거 없어요.(웃음)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처럼 제자리에서 열심히 뛰고 있어요.” 조금 슬픈가? 아니다, 뭐 인생이 다 그렇지. 그들은 운이 없는 편이다.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고, 성공할 뻔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은 너무 전위적이었다. 너무 앞서 나갔다. 요즘 공중파를 주름잡고 있는 ‘거칠고 솔직한 방송’ 콘셉트의 원조는 그들이었다. 거물급 연예인을 데려다놓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질문을 마구 퍼부었다. 그들은 너무 솔직했다. “차인표씨한테 그런 질문 한 적 있어요. ‘너무 영화 많이 망했어, 도대체 투자를 누가 한 거야?’ 그런데 차인표씨가 참 대단해요. 그냥 같이 웃고 넘겨요. 그러면서 한 말이 있는데 ‘지금 이 마인드를 그대로 가지고 가면 5년 후엔 반드시 성공한다’였어요. 5년 지났는데 변한 게 없네. 그래서 차인표씨 고소하려고요.(웃음) 인표형 농담이에요! 제 좌우명이 ‘내 탓이다. 불만 갖지 말라’예요. 숙자랑 저는 무명이 조금 길 뿐이에요. 내일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다. 여전히 공중파에서 ‘뜨지’ 못했고, 여전히 인터넷 방송(‘꼬맨태극기’ www.bongsook.com)를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욕도 많이 한다. 그러나 욕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 방송에서의 욕은 구체적 지시대상이 없었다. 울분처럼 들렸다. 울분에 공감하고 함께 울분을 터뜨리고 싶은 팬들이 환호했다. 그러나 지금은 욕이 정교해졌다. “아니 형, 왜 이 부분에서 욕을 안 하는 거예요. 여기에서 한번 팍 터져줘야죠”라는 팬들의 항의를 받을 만큼 욕이 줄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그럴 수도 있다. 이젠 30대 후반이다. 욕이 줄었어도 공중파에선 여전히 그들을 부르지 않는다. “인터넷 방송 하는 것만 듣고는 저흴 과격한 사람들로 아는데, 안 그래요. 저희 일상생활에선 욕 별로 안 해요. ‘얘네들 쓰면 누구처럼 방송사고 내고 그러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데, 저희 공중파 출신 개그맨이거든요.(웃음) 이젠 방송이 많이 변했잖아요. 저희는 늘 똑같은 자리에 있으니까 도전의식이 있는 분들은 저흴 한번 써보세요. 그런 분들이 움직여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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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가수 권순우(사진 맨 왼쪽)가 새롭게 가세해 ‘권봉숙 트리오’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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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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