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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리오 케이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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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이하늘이 입에 달고 다니던 그 이름, 잡초 같은 뮤지션 ‘리오 케이코아’
지난달 어느 일요일 저녁, ‘디제이 디오시’가 나온 한국방송 <해피선데이> ‘불후의 명곡’ 코너를 보고 있었다. 산만함이 매력인 그들의 얘기에 한참 웃고 있었다. 그러던 중 힙합 레이블 ‘부다사운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하늘이 이런 얘기를 꺼냈다. “저희 회사에서 나온 신인 가수가 있는데 홍보할 데도 없고 해서, 평소에 잘하지도 않는 방송에 나왔다”는 요지의 고백(!)을 하더니, ‘리오 케이코아’와 ‘라임 버스’를 언급했고 피디와의 합의(!) 끝에 이하늘의 하늘색 티셔츠에서는 그들의 뮤직비디오가 몇초 동안 돌아갔다.
앨범도 못 낸 ‘일 스킬즈’를 아십니까
리오 케이코아(본명 대니얼 리오 킴·27), 그의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힙합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 <2001 대한민국>이나 ‘마스터플랜’의 컴필레이션 앨범 리오 케이코아의 첫인상은 간단치 않다. ‘일 스킬즈’ 때부터 그를 알았던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날카로운 골격과 쏘아보는 듯한 눈빛에서는 ‘경계’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런데 인터뷰를 위해 만난 리오 케이코아에게서는 상쾌발랄함마저 느껴졌다. 선글라스를 벗은 그의 눈은, 놀랍게도 ‘웃는 눈’이었다. “저 원래 밝고 웃기고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10대 때는 우울하거나 어두운 게 무기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죠. 지금은 아니에요. 요즘에 하와이에서 살던 때 성격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가 나고 자란 하와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하와이는 10층에 사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1층 사는 사람에게 우유를 빌릴 수 있는, 작은 것들이 소중한 그런 곳이에요.” 미래를 점쳐볼 ‘인생 뭐 있어?’의 운명 1집 ‘일 스킬’은 욕심 많은 힙합 뮤지션 리오 케이코아를 원액에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그의 음악은 선반 위에 예쁘게 진열된 박제라기보다 ‘재생’ 단추만 누르면 조금씩 자라나는 유기체에 가깝다. “힙합 뮤지션 중에 저만큼 힘들게 살아온 사람도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런 인생 경험이 제 음악에는 매우 중요해요.” 리오 케이코아의 험난한 인생은 그의 힙합에 자양분이다.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와 함께 했던 ‘라이프 스토리’, 이번 앨범에 수록된 ‘라이프 스토리’ 2탄 격인 ‘인생 뭐 있어?’에는 그의 거친 삶이 유려한 비트와 세련된 플로, 관조적인 태도와 함께 그대로 녹아 있다. 리오 케이코아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을 만한 곡이 뭐냐고 물었더니 역시 ‘인생 뭐 있어?’를 꼽았다. 브라질에 갔을 때 신나게 기타 치는 할아버지를 보고 만들게 됐다는 삼바 리듬의 타이틀 곡 ‘라이크 댓’과 후속곡 격인 ‘리듬 오브 라이프’, 하드코어 힙합 ‘DJ와 MC’도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곡이다. “1집은 망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망해도 좋으니까 우리 힙합 음악계에 뼈대가 될 만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도 다행히 안 망했어요.(웃음)” 이런 그를 ‘신인 가수’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신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것보다 무대 위에서 마이크가 잘 나오는 게 더 중요하죠. 1집을 내고 지금까지 다른 건 몰라도 공연은 꾸준히 해왔어요. 지금도 저를 원하는 클럽이 있다면 출연료가 안 맞아도 공연을 하고 있어요.” 힙합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잘할 자신이 있다는 리오 케이코아,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2집과 3집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2집 앨범은 내년 3월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어요. 2집에서는 정말 자유로운 음악이 뭔지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3집은 아마 제 전성기가 될 거예요.” ‘인생 뭐 있어?’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마이크와 나? 정 때문에 더 이상 헤어질 수 없는 사이’ 리오 케이코아의 음악을 듣는 많은 사람들 역시 그와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될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든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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