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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야? / 김인협 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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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도대체 누구야?
‘전국노래자랑’ 27년 역사와 함께한최고 터줏대감 김인협 악단장 ‘전국노래자랑’ 없는 일요일 대낮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이 사라진다고 세상이 발칵 뒤집히지야 않겠지만 리모컨을 장난감 삼아 빈둥거리는 일요일 한낮의 달콤한 휴식에 미세한 빈틈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으리라. 올해로 27년, 12월이면 1400회를 맞이하는 일요일의 한 식구 ‘전국노래자랑’(한국방송)에는 프로그램과 같이 나이를 먹어온 터줏대감이 있다. 프로그램이 처음 만들어진 1981년 “딱 1년만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피디들의 “1년만, 1년만 더” 말을 듣다가 27년 동안 악단을 이끌어 온 김인협(67) 단장이다. 제목만 듣고도 천 곡은 바로 연주 인생의 3분의 1을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보낸 그에게 정확한 숫자를 요구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제목만 듣고 바로 연주할 수 있는 곡 수가 “최신곡 말고는 거의 다 머리에 입력돼 있으니까 천 단위는 넘어가고” 부르는 이의 키를 맞춰 편곡한 악보 수는 “케이비에스 캐비넷 하나 정도”는 채울 것이며, 그동안 함께 일한 피디 수는 “40명은 넘고 50명은 안 될 것”같다.
“지역 축제가 많은 봄, 가을이 제일 바빠요. 10월에도 집에 못 들어간 날이 더 많아. 그래도 천직이라 그런지 아프지도 않아!(웃음) 송해 선생님이 여든 넘은 나이에 정정한데 내가 아플 수 있겠어요?” 김 단장은 예나 지금이나 8인조 악단을 이끌고 전국을 다닌다. “버스 짐칸 바닥이 부실해서 그 사이로 드럼이 빠져나가 분실되고, 앰프 진공관이 부서지고, 일고여덟 시간 에어콘 없는 버스에서 시달리다가 내리면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먼지로 뽀얘지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이야 차 좋지, 길 잘 닦였지, 힘들게 뭐 있어?”라고 오히려 반문한다. 한번 지역에 내려가면 3일이 걸려야 프로그램 녹화가 끝난다. 첫날은 예심을 보는데 부산은 구마다 1000명이 넘게 몰렸다. 김 단장이 가장 바쁜 이튿날은 1차 예심 통과자 40~50명 가운데 본선 진출자 15명을 뽑는데, 그는 출연자들의 키에 맞게 곡을 밤새 편곡하고 악기 편성을 한다. 마지막날 녹화라고 안심은 못한다. “초창기 때는 이런 일이 많았어요. 리허설을 하는데 어디서 술 냄새가 나는 거예요. 한 출연자가 긴장돼서 술을 드시고 온 거지. 그러다가 정작 녹화 때는 사라졌어. 무대 뒤에서 잠이 든 거지. 또 노인 분들은 꼭 한잔 걸치고 올라와 ‘너네는 애비 에미도 없냐’ 언성 높이고. 지금이야 술은 나이를 막론하고 절대 엄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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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악단장은 명절 특집 때면 지휘봉을 잡고 평소에는 건반을 연주하는 1인 2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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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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