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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에 심취한 만화광 소년이 만화전문지에 중국집 만화를 그리기까지- 화가,시인 조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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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중국집에 심취한 만화광 소년이 만화전문지에 중국집 만화를 그리기까지 모든 것은 중국집에서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 바른어린이상을 타기도 했던 착한 어린이는 미식가에 유난히 중국 음식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손을 잡고 동네 중국집에서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 중국인 거리의 오래된 중국집까지 섭렵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우주선 굴짬뽕3호’를 타는 팬더댄스 지독한 만화광이었던 소년은 공대를 중퇴하고 뉴욕으로 날아가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수업이 끝나면 뉴욕의 중국집을 찾아다니며 한국식 중국 음식과 미국식 중국 음식의 오묘하면서도 엄청난 차이를 깨닫게 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웹디자인, 일러스트, 동화책 삽화, 간판, 음반 디자인 등 모든 종류의 시각물 디자인을 섭렵하면서 취미 삼아, 돈 좀 벌어볼까 싶어서 캐릭터를 개발했다. 깜찍한 몸매에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귀여운 춤을 추는 ‘팬더 댄스’였다. 팬더(판다) 댄스는 우주선 굴짬뽕3호를 타고 태양-지구-달-찐계란-소라빵으로 구성된 태양계를 여행하면서 ‘잘무른/고기에/아삭한/샹차오/(…)/난몰라/난몰라/(…)/벌써다/먹었네’노래를 불렀다.(<반가워요, 팬더 댄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제안을 받았다. 중국 음식에 대한 만화를 그려보지 않겠냐고. 1년에 서너 번씩 중국과 대만, 홍콩, 일본을 여행하며 ‘왜 3박 4일 동안 열 끼밖에 먹을 수 없을까’를 안타까워하며 맛집을 찾아다닌 열정과 중국 음식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의 창작적 재능이 불꽃을 튀며 만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맛난 음식을 찾아 먹으며 음식값을 취재비로 영수증 처리할 수 있다는 그 기쁨이란! 그렇게 해서 ‘전체적으로 보자면 초밥왕 쇼타 같은 느낌이지만 화풍이 계속 변해서 뭐가 진짜 얼굴인지 모르겠’는 소년과 엄청난 미모와 엄청난 재력을 지닌 소녀가 함께 맛있는 중국 음식을 찾아다니는 <차이니즈 봉봉클럽>이 시작된 것이다.11월 초부터 만화 격주간지 <팝툰>에 실리는 <차이니즈 봉봉 클럽>은 다양한 장르의 디자이너이자 화가이며 시인인 조경규(33)의 첫 연재만화다. 디자이너가 그리는 만화라면 컴퓨터로 작업한 차갑고 간결한 그림이 떠오르지만 이 작품은 100% 손으로 그려 그 옛날 <소년중앙>이나 <보물섬>을 떠올리게 하는 정감 있는 명랑 만화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엄청 봤어요. 유학가기 전까지 미술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데 기본기라면 만화를 그리면서 훈련한 거죠.” 만화와 함께 음식은 어릴 때부터 그의 가장 큰 관심사이니 이번 연재는 그가 늘 꿈꾸는 대로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이 하나”가 된 행복한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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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고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볼온해 보이는 팬더댄스(왼쪽), 다양한 중국 요리의 맛을 만화로 표현한 <차이니즈 봉봉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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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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