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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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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젊은 감독들의 감각과 패기가 돋보이는 <커피프린스 1호점>과 <한성별곡>
매주 같은 시각에 방영하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문화방송)과 <한성별곡>(한국방송). 전자는 높은 시청률 속에서 승승장구하고 후자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사랑받는 드라마지만 두 작품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장편을 처음 연출하는 젊은 감독들의 감각과 패기가 똘똘 뭉쳐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각각 <커피프린스 1호점>과 <한성별곡>을 ‘본방 사수’ 하는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과 차우진 기자가 젊고 활기차진 월·화요일 밤 10시의 텔레비전의 두 채널을 고정했다.
백은하 <커피프린스 1호점>(커프) 초반에는 한유주(채정안)에게 어장 관리의 달인이니, 낚시 대마왕이니 하는 화살이 꽂혔는데 지금은 주인공 4명 모두 공평하게 낚시를 하는 아름다운 상황이 됐다.(웃음) 그런 구도는 지금까지 보아온 드라마 속 남녀관계와 다르다. 양쪽에 마음 두는 데 대한 죄책감이 없는 일종의 모럴 해저드인데 그걸 느끼하거나 질척거리지 않고 오히려 뽀송뽀송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4명이 모두 ‘낚시질’을 하더라
차우진 윤은혜가 남장으로 나오는 것이지만 극 중에서 남자애인 은찬에 대한 남자들의 관심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지는 게 놀라웠다. 사실 남자들이 그렇게 관계 맺는 방식은 거의 없는데 드라마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백 내용으로만 따지면 공중파 방송 불가인 하드코어 퀴어나 야오이 수준인데 시청자들이 윤은혜가 여자란 걸 알고 또 결국 여자라는 게 밝혀질 거라는 안도감을 바닥에 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인 것 같다.
차 스타일이 팬시하고 배우들이 예쁘니까. 한편 인터넷 소설이나 로맨스 소설에서 야오이스럽게 다뤄지는 부분과도 연결되는 것 같고.
백 윤은혜도 있지만 공유를 포함해 다섯 명의 프린스들을 보는 재미가 크다. 젊은 남자들이 몸을 부딪치며 농구 하고 물에 빠지고 하면서 그 육체가 아름답게 부각되는 걸 <태릉선수촌> 이후 처음 봤다. 두 드라마를 만든 이윤정 피디는 젊음을 영상화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젊은 남자애들이 그렇게 부딪치는 모습을 보면서 어디 다른 데로 채널을 돌릴 수가 없다.(웃음) 말하자면 동방신기인 거다. 그런데 육체의 전시 방식이 팬시적이라 보면서 죄책감이 덜 든다.
차 어린 소녀들을 그렇게 그렸다고 하면 되게 이상하지 않나. 그런데 <커프>에서 남자를 묘사하는 건 내가 봐도 거부감이 들지 않더라. 전반적으로 섹슈얼리티가 남성에게 작동하는 방식과 여성에게 작동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백 <커프>는 혼자 보는 것보다 여자끼리 같이 보는 게 재밌다. “어떻게 어떻게” “저 기럭지 어떡할 거야” 이렇게 열광하면서 보게 된다. 월요일 날 윤은혜가 공유한테 뽀뽀할 때는 완전히 넘어갔다.
차 공유가 눈을 감았어요.(웃음) 처음에는 놀란 눈이었다가 스르르 감기더라. 지나가다가 보면서 “짜식, 느끼네” 이러면서 봤다.(웃음)
백 배우들이 가장 예쁠 때가 있는데 윤은혜는 지금인 거 같다. 우리가 보기에도 이렇게 예쁜데 남자고 여자고 얘가 신경쓰이지 않겠나. 사회적 조건으로 보면 약자인데 젊음에서 뿜어 나오는 매력이 이런 조건들을 상쇄시키는 순간순간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인상적이었던 ‘수신료에 대한 가치’
차 시청률을 수긍할 만한 거지. 잘 만든 드라마, 재밌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한테 지지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백 <고교생 일기> <내일은 사랑> <카이스트>처럼 요새는 사라진 캠퍼스물이나 청춘물의 재미가 엠티, 캠프 이런 데 단체로 가서 서로 눈빛 나누다가 싸우고 또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인데 <커프>는 캠퍼스물에 대한 향수를 고스란히 가져왔다. 10대들이 꽃미남들에게 환호한다면 30대에게는 익숙한 방식의 청춘물과 재회하는 즐거움이 있다.
차 결국 재미도 자기 경험에 기반한 건데 내가 그 시간에 <한성별곡>을 보는 것 역시 <커프>보다는 여기에 몰입할 만한 다른 경험들이 있어서인 것 같다.
백 <한성별곡>은 <커프>의 피해자라고 하기는 그렇고 운이 좀 안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나 역시 <커프>를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하지만 <한성별곡>도 재방으로라도 보라고 강추하고 싶다. 지난 주말에 몰아서 봤는데 보통 힘이 아니더라.
차 한국방송이 마케팅이나 홍보가 떨어지는 편인데 그나마 이 정도의 주목을 받는 건 오로지 작품 자체의 힘이다. 8부작이라는 이 드라마의 형식도 그냥 반으로 줄인 16부작 식이 아니라 외주 제작이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드라마국이 자구책을 고민하다가 대안적으로 나온 방식이다.
백 엔딩 재촬영 말고는 사전 제작됐다. 출연자들이 신인이라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고. 눈 내리는 장면을 포함해 사계가 대부분 담겼는데 원경과 근경 등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궁 안이나 저잣거리, 기생집 같은 공간 배치나 미장센도 굉장하다. 한 장면 한 장면에 세심하게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차 사극이기는 하지만 칼싸움 같은 장면을 빼면 딱히 시대극으로 볼 필요가 없는 드라마다. 본래 곽정환 감독이 사극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는데 여차여차해 사극을 하면서 8부작 안에 많은 걸 넣고 싶어하니까 장르적으로는 복잡하고 모호하기도 하다. 칭찬도 있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는 내부 반발도 있다더라.
백 이 드라마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판단은 각자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가장 공무원 식인 한국방송에서 이런 예술적 시도가 이뤄진 건 고무적이다. 공영방송이 해야 하는 게 다큐멘터리만은 아니다. 이렇게 시청률과 상관없이 ‘하이 퀄리티’로 만들 수 있는 감독이나 스태프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공영방송의 몫일 거다. 그래서인가, 1, 2회 때 엔딩 스크롤에서 ‘수신료에 대한 가치를 생각합니다’라는 자막을 삽입한 게 꽤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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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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