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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꽃미남 4인방의 생활을 보여주는 <꽃보다 남자>.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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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일본 원작만화 <꽃보다 남자>가 드디어 일본, 대만을 거쳐 대한민국 안방을 찾아왔다. 한번 보고 두번 봐도 자꾸만 보고 싶은 초절정 미남들의 총출동. 신화그룹에, 귀족학교에, ‘F4’라는 귀족집단까지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꽃보다 남자>(한국방송)의 마력을 들여다봤다. 국내서도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국 드라마 <가십걸>과 학교를 배경으로 한 국내 드라마들과도 요모조모 비교했다. 악다구니 드라마 속에 피어난 한 떨기 자체발광 <꽃보다 남자><가십걸>에서 보던 성적 파격이 한국의 학원물까지 잠식할까 정석희 <꽃남>을 보면서 미드 <가십걸>을 떠올렸다. 둘 다 겉으로 보면 어른들이 감당 못하는 막장 청소년 드라마에다, 말만 십대지 어른이나 진배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재벌가 자제들이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이 ‘개념’이 없다. 하지만 개념이라는 건 시대에 따라 변하니까.(웃음) 미드적 상황 도래한다면 어쩐지 기가 막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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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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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옛날에 외화를 보면, 세상에 쟤네들 저래? 했던 게 얼마 후 우리나라 티브이에 등장하곤 했다. 물을 사 먹는 거라든지 종이기저귀 쓰는 걸 외화에서 보고 놀랐었거든.(웃음) <가십걸>에선 십대도 성에 대해 무척 개방적이던데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도래할 거라 생각하면 조금 기가 막힌다. 신 사실 남자로서 <꽃남>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휴~하다가 꾹~ 참고 봤는데 대만판보다는 한국판이 우리 정서랑 잘 맞게 다듬었더라. 한눈에 봐도 여자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판타지 아닌가! 정 <꽃남>의 ‘F4’를 보면 클럽에도 가고 술에 취해 키스까지 한다. 그런데 그 외의 것은 깔끔하게 절제되어 있다는 식이더라. 드라마에서 리얼은 덮어두고, 판타지를 위한 장면만을 보여준다. 신 판타지라는 걸 용인하고 보면 회를 거듭할수록 은근한 묘미가 있었다. 처음 본 남자인 나도 그런데, 이미 그 내용을 꿰고 있는 여성 팬들은 오죽 흐뭇할까 싶었다. 우울한 시기 참 시의적절하게 잘 나온 드라마다. 정 <꽃남>은 완벽한 청소년 판타지다. 어른이 완벽하게 배제된 이야기지. 어른이 등장해도 금잔디네 부모나 구준표의 마녀 엄마처럼 어른스럽지 않은 자태를 보여주기 바쁘더라. <궁>만 해도 존경할 만한 어른이 있었고 <가십걸>에도 모든 에피소드가 가족과 친구와 연결되어 있다. 부모가 성공을 위해 자식을 이용하기도 하고, 자식의 사랑 때문에 부모가 사랑을 포기하기도 한다. 신 <꽃남>엔 일본 특유의 학원물 분위기가 담겨 있다. 일본에선 하나의 장르가 될 만큼 학원물들이 많잖아. 만약 우리나라에서 <꽃남> 같은 이야기를 만든다면 아마 대학생으로 포커스를 맞췄을 거다. 아무리 판타지 드라마라 해도 고딩들의 키스신을 담는 게 우리나라 원작이었다면 가능했을까? 정 사실 청소년들만 어른 없는 세상을 꿈꾸는 건 아니거든.(웃음) 누구나 언젠가 한번은 타인의 참견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그러니까 청소년 판타지의 외양을 쓰고 있지만 사실 어느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게 <꽃남> 판타지다. 아무도 관여 안 하고 내가 다 판단하고 내 맘대로 사는 ‘F4’의 세상. 신 학생들에게 유달리 억압이 많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F4’는 더욱 100% 판타지 아닌가. 대리만족의 기능 때문에 학원물이 인기를 끈다. 정 <꽃남>은 학원물이어도 학교는 무대일 뿐 그다음엔 너와 나만의 러브 스토리가 있다.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규칙도 선생님도 없잖아. 십대라서 교복을 입혀 놓은 것뿐.(웃음) <사춘기>, <학교>, <반올림>, <달려라 고등어>까지 우리나라 학원물은 지금까지 학교생활이 중심이었다.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면, 시청자들도 생각해야 하는데 <꽃남>에선 뭐 같이 고민할 것이 없다. 그저 보고 즐길 뿐. 신 <꽃남>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 저게 가능하냐 하는 비판에 사실 보험 들어 놓고 시작한 드라마다. 이미 유명한 원작이 있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표현에서 자유로울 거 같다. 꽃남은 원래 그런 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거잖아. 우리나라에 맞게 다듬고 연출하는 과정이 물론 있지만. 영화계도 어렵고 수많은 드라마가 망하는 상황에서 검증된 콘텐츠로 안전한 길만 택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꽃남>이 성공할 경우, 이게 하나의 안전빵만 찾는 트렌드가 되지 않기를. 정 그러고 보면 <궁>이 굉장히 영리했던 게 이건 가상의 이야기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하니까 논란의 여지가 없잖아. 사실 <꽃남>을 좋아하는 이들도 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옳은 드라마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현실이 아니라는 걸 다 알고 재미로 보는 거다. 이지메, 폭력 장면과 같은 자극적인 장면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까 두렵다는 말도 있지만 그 만화스런 이야기를 보고 따라 할 만큼 청소년들이 무례하거나 어리석진 않다. 청소년들이 어른들에게 ‘너나 잘 하세요’라고 말할 것 같다. 신 그래도 금잔디 자전거를 불태우는 장면은 좀 많이 세던데. 저게 말 되냐 비판에 보험 들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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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사립고교에 다니는 상류층 청소년들의 화려한 생활을 다룬 미드 <가십걸>. 온스타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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