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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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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지난 일요일 <찬란한 유산>(에스비에스)이 최고시청률 47.1%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독한 캐릭터와 신들린 연기는 덜했지만 이 드라마를 만나 행복해하는 연기자들과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끝을 풍성하게 했다. <10 아시아> (www.10asia.co.kr)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왼쪽)과 최지은 기자가 <찬란한 유산>을 분석했다. 47% 시청률이 부끄럽지 않았던 ‘찬란한 유산’의 매력
가족·사회 구성원 돌아보게 하는 가장 상식적인 드라마 백은하(이하 백) 시청률 50%의 시대는 갔다고들 한다. 대박 드라마도 30% 정도의 시청률이 나오는데 <찬란한 유산>은 47%의 시청률이 나왔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공헌자이자 수혜자는 이승기(선우환 역)다. <소문난 칠공주>의 연기를 제외하곤 이승기를 <1박2일>의 ‘허당 승기’ 혹은 예능인으로 생각했지, 그가 갖고 있는 배우로서의 자질이나 그 이상의 인간적인 호감과 매력을 간과한 면이 있었다. <1박2일>에 동시 출연하며 만들어낸 시너지가 <찬유>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박2일>에서 선우환의 연기를 스스로 패러디하는 걸 보고 있으면, <찬유>의 캐릭터가 본인에게 있는 모습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있어 보였다. 최지은(이하 최) 사실 <찬유>라는 작품에 기대가 크지 않았던 건 에스비에스 주말드라마고, 설정도 그다지 새롭지는 않아서였다. 의붓자매의 시샘과 음모는 몇 년 주기로 한 번씩 나오는 아이템이다. 집안이 망하고 캔디풍 여자 주인공에 부잣집 도련님이면서 약간 구준표 같은,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남자 주인공까지. 그렇게 새로운 건 없었다. 백 키다리 아저씨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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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설정이 없는 ‘착한 드라마’로 호평받은 <찬란한 유산>(에스비에스).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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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풍 여주인공에 구준표 닮은 남주인공까지 최 겉으로 보면 클리셰가 많은 드라마였다. 초반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점점 <찬유>를 본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백 시간이 지날수록 착한 드라마라고 미화하는 경향도 있었다. 사실 <찬유>가 대단히 진일보한 드라마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렇게 착한 드라마라고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설정 면에서 기존 드라마들의 정석들, 이를테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배치들을 안전하게 해놓은 면도 컸다. 그간 시청률 높은 드라마가 보는 이유를 잊게 하는 드라마였다면 <찬유>는 시청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드라마였다.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상식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기에 이승기·한효주 효과가 더해지면서 실질적인 시청률 상승이 가능했다. 최 <찬유>를 쓴 소현경 작가는 장르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이야기를 막 쓰지 않는 작가다. 최소한의 상식을 어떤 식으로 녹여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이해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는 작가다. <찬유> 안에서도 장애인 문제, 재혼 가정 문제, 부잣집 할머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 방침, 상속의 문제 등이 나왔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치들이 드라마 속에 잘 뿌려진 것 같다. 기존 드라마에서 할머니란 존재는 누군가의 결혼을 반대하는 식의 비합리적인 존재였는데, <찬유>에선 남자 어른이 없는 대신에 할머니가 집안의 어른으로서 냉철하고 올바른 판단을 했다. 백 이 드라마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사람들이 모두 여자였다. 은성이 아버지도 박탈된 자격과 위치를 은성(한효주)이 다시 복원시켜주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고. 선우환도 할머니의 총결정 아니면 은성의 어떤 선동 전에는 자기 의지라는 게 거의 없었던 캐릭터다. 주체적인 남자는 집사님 캐릭터 정도일까?(웃음) 최 집사님이 남자 중의 남자다. 백 집사님이 자기의 의지를 끝까지 갖고 간다. 구조적인 면에서는 회장님 아래에서 모든 걸 서포트하는 존재지만. <찬유>에는 여성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역이 있었다. 남자들보다 현명하게 상황 파악을 하면서 덜 세속적인 지점을 할머니가 보여줬고. 모든 드라마에서 차용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굉장히 적절하게, 영리하게 배치한 면이 있다. 드라마의 성공 요인을 찾자면, 대사나 휘몰아쳐 가는 연출력보다는 영리한 배치에서 오는 구성력이다.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접근이 어렵지 않아서 이만큼의 대중적인 성공을 이룬 거다. 최 편성이라는 게 무시 못할 부분인 건 확실하다. 주말에 맞는 이야기가 있고, 예능도 월요일용, 수요일용 다르다. <찬유>는 이승기 좋아하는 사람은 이승기 볼 수 있고, 집사님과 유지인의 로맨스가 나오는 와중에 회사를 뺏으려는 음모도 전개되고. 로맨스에 약간의 서스펜스와 약간의 신파 같은 것들까지 교묘하게 배치를 해놓았다. 시청률이 높으려면 부동층이 있어야 하는데, 이승기라는 카드로 <1박2일> 팬도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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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에스비에스).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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