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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11 19:04 수정 : 2009.11.14 10:09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한국방송 <개그콘서트>가 개그계를 평정해버린 요즘, 두 개의 개그 프로그램이 시청자와 작별을 고했고 동시에 두 개의 새로운 개그 프로그램이 방송을 시작했다. 문화방송은 <개그야> 폐지 이후 이경실을 내세워 새롭게 선보인 개그 버라이어티 <하땅사>(‘하늘도 웃고 땅도 웃고 사람도 웃고’의 준말)를, 한국방송은 <코미디쇼 희희낙락>을 폐지하고 박미선·이봉원 부부가 출연하는 <개그스타>를 신설했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가 신설된 두 편의 개그 프로그램을 들여다봤다.

연기력 좋지만 트렌드 포착 뒤떨어지는 한국방송 ‘개그스타’
쟁쟁한 선배 개그맨들의 존재감 두드러지는 문화방송 ‘하땅사’

차우진(이하 차) 2~3년 전에 <웃찾사>와 <개콘>이 어깨를 겨뤘다. 그러다가 <개그야>가 ‘사모님’으로 뜨면서 3개 프로그램이 경쟁구도를 이뤘다. 그러다가 <개그야>가 먼저 떨어져나가고, <웃찾사> 역시 뒤처지면서 <개콘>만 살아남았다. <개콘>은 올해로 10년이 되면서 이제 개그맨들의 폭도 두껍고 신인 개그맨들을 훈련시키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에스비에스와 문화방송은 여전히 불안해 보인다. 한국방송도 <개콘>을 제외하고는 이런저런 시도를 했던 개그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잘 안됐다.

정석희(이하 정) <하땅사>와 <개그스타>가 비슷한 때 신설돼서 묘하게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신설된 프로그램이지만 방송사 특유의 분위기가 강하다. <하땅사>는 <웃찾사>와 예전 <개콘> 멤버들이 대거 출연하는데도 <개그야>스럽고, <개그스타>는 <폭소클럽> 느낌이다. 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개그맨 선배들이 프로그램을 이끌면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개콘>도 김미화, 전유성 등이 틀을 잡았던 것처럼 두 프로그램 역시 각각 이경실과 박미선 등이 주축이다.

이봉원 등 개그맨이 이끌어가는〈개그스타〉. 한국방송 제공

방송사 특유의 분위기 배어나


최근 박미선, 이봉원, 이성미 등 예전에 활동했던 개그맨들이 복귀하면서 뭔가 모여서 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 결과가 <개그스타>인 듯하다. <개그스타>는 예전 콩트식 상황극 코미디와 공개 코미디의 절충 형식이다.

이봉원처럼 예전에 활동했던 개그맨들이 다시 콩트를 하는 건 보기 좋다. 문제는 아이디어가 지금의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거다. ‘진실의 식탁’은 ‘대화가 필요해’보다 감각이 떨어진다. ‘진실의 식탁’에서 부부인 이봉원과 박미선은 시아버지와 며느리를 연기한다. 그런데 매회 반복되기만 할 뿐 재미를 줄 만한 요소가 없다. 이봉원과 박미선을 지켜봤던 세대인 내가 봐도 재미가 없다. 이봉원은 카메오로 출연했던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도 그랬지만 놀랍게 연기를 잘한다. 연기는 좋은데 트렌드를 읽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이봉원은 박미선이 받아주지 않으면 눈에 띄게 웃음의 힘이 약해진다. 이봉원을 비롯한 ‘아저씨 코미디언’이 시청자를 웃기지 못하는 건 계속 자기의 과거를 드러내며 옛날의 영광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 틀에 있으니까 보고 있어도 우습지 않다.

반면 이경실이나 박미선 등 여성 코미디언은 유행하는 음악이나 아이돌 문화도 잘 알고 있다. 전반적인 흐름과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노력이 보인다. <하땅사>의 초창기 진행자는 박미선이었다. 그런데 <개그스타>가 신설되면서 이쪽을 택했다. 그런데 저쪽에는 박미선의 빈자리가 보이고, 이쪽에서는 박미선이 제자리를 못 잡은 것 같다. 박미선이 소모되는 느낌이다.

<개그스타>는 대세인 <개콘>과 아예 다르게 가거나, 무척이나 빠른 <개콘>과 속도감을 다르게 하는 게 방법일 텐데, 그런 차별 지점을 찾기보다 옛날 코미디만 반복하고 있다.

아무리 복고가 유행이라고 해도 재현 방식은 그 옛날과 100% 같지 않다. 코미디도 마찬가지다. 반가운 얼굴들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유세윤 등 젊은 개그맨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교통정리를 좀더 잘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개그스타>는 코미디인지 버라이어티 진행인지 알 수 없는 개그와 시간 낭비 같은 토크 품평 등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전국개그자랑’이라는 개그 콘테스트로 넘어간다. 언제 어떻게 선정돼 나오게 됐는지, 또 신인 개그맨인지 개그맨 지망생인지 알 수 없는 참가자들이 나오다 보니까 감정이입도 잘 되지 않는다. ‘늦었어’ 코너 정도 말고는 빵 터지는 코너도 없다. 거기에서 계속 우승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땅사>는 ‘전국개그자랑’과는 다른 형식의 서바이벌 개그를 보여준다. 박준형이 이끄는 엠(M)패밀리와 정찬우가 이끄는 시(C)패밀리가 코너 대결을 펼치고 방청객들이 버튼을 눌러서 탈락 여부를 결정하는데 수긍이 가는 경우가 많다. 전혀 조작이 없다면 괜찮은 시스템인 것 같다.

<하땅사>는 100만원을 걸고 한다. 돈 걸고 하는 거 보니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다. 뭔가 굉장히 ‘케이블스러운’ 부분이 많다. 소리나 화면은 너무나 문화방송인데 마치 케이블 티브이에서 만든 것 같은 내용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케이블스러운’ 이 느낌은 뭐지?

서바이벌 형식의 개그 버라이어티 〈하땅사〉. 문화방송 제공

유시시(UCC) 개그 ‘나 이런 사람이야’는 가학의 정도가 재미를 넘는다. ‘마빡이’와 ‘패션7080’을 섞은 것 같은 프로그램인데 분수에서 머리를 감는다든지, 볼링 레인에 몸을 던진다든지 하는 노력은 가상하다.

유튜브에서 사고 나는 동영상을 보는 것 같다. 보기에 불편한데 왜 계속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하땅사>에는 계속 보다 보니 좋아하는 코너도 생기고, 괜찮은 코너 두 개가 함께 올라오면 어떤 코너가 우승할까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코너들이 일주일 동안 노력해서 만든 티가 난다. 신인 개그맨들의 얼굴도 서서히 눈에 익어 간다. 재미있는 코너는 검색을 해보기도 한다. 이 정도면 꽤 희망이 있는 거 아닌가.

‘좀비’나 ‘두드림’, ‘에리카’는 괜찮다. ‘두드림’에서 김미려의 아줌마 연기는 재미있다. 너무 김미려에 시선이 쏠려 상대적으로 다른 멤버들이 개성을 못 살리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하땅사>를 보면 시 패밀리와 엠 패밀리 각 팀에 앉아 있는 개그맨들을 보면서 ‘아 저 사람이 예전에 <웃찾사>에서 이런 걸 했지’, ‘예전에 <개그야>에서 웃겼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땅사> 때문에 요즘 들어 처음으로 문화방송 코미디를 보면서 웃는 것 같다. 그래도 문화방송 개그맨들의 연기력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

‘노브레인 서바이벌’ 등의 코너가 있었던 <코미디 하우스>는 재미있는 개그 프로그램이었다. 문화방송 개그의 맥을 잘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코미디 하우스>에서 활약했던 이경실과 언제 봐도 든든한 지상렬의 존재감이 좋다.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건 좋지만 진행만 하지 말고 코너에도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너무 강렬해서 다른 개그맨들을 가릴 수도 있겠지만.

<하땅사>에서는 대결 구도로 가면서 바로 떨어지는 코너를 선정한다. 참 잔인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개콘>에서는 카메라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공개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방송으로 찍어 보여주는 것뿐이다. <개콘>은 신설 코너라도 반응이 별로면 바로 다음주에라도 막을 내린다. 개그맨들은 기를 쓰고 아이디어를 내고 코너를 짠다. 선후배를 막론하고 경쟁한다. 그게 지금의 <개콘>을 있게 했다. 물론 옳은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오래 버티는 게 중요해

<개그스타>와 <하땅사> 모두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잘 모르겠다.

오래 버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콘>보다 더 나은 공개 코미디를 못할 거라면 공개 코미디 쪽은 <개콘>에 몰아주고, <개콘>과는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다른 줄기를 만드는 게 어떨까.

■ 이 사람, 눈에 띄네

“<개그스타>의 유세윤. 유세윤은 <개콘>으로 떠서 최근에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고 있지만 <개콘>을 비롯해 <희희낙락>에 이어 <개그스타>까지 개그 프로그램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개그를 꾸준히, 또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정석희)

“<하땅사> ‘두드림’의 김미려. ‘사모님’ 때도 그랬지만 연기를 보면 ‘역시 김미려’라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에리카’에 나오는 김현정과 함께 가장 눈에 띈다. 그렇지만 반가운 걸로 치자면 김미려가 먼저다.”(차우진)

■ 이 코너, 재미있네

“<하땅사> ‘설이별이’가 재미있다. 특이하다. 옛날식 개그와 <개콘>에서 본 듯한 코너를 합친 것 같기도 하지만 발상이 특이하다. 어법이 재미있고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게 참신하다.”(정석희)

“<하땅사> ‘좀비’는 반복되는 구조지만 매번 이야기를 다르게 만든다. 좀비라는 소재와 설정이 재미있다. <개그스타>에서는 ‘늦었어’가 가장 괜찮았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말장난이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차우진)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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