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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16 18:52 수정 : 2009.09.17 09:55

박재범은, 돌아온다.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번역이 문제였을까요? 애국심이 문제였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뭐가 문제였던 걸까요?





Q 2PM의 박재범 사태는 번역의 문제에서부터 파시즘이란 담론까지 논쟁의 범위가 하도 넓어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이 사건을 정리 좀 해주세요.

A 1. 그려, 정리 함 해보자.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반응을 최소 세 부류로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겠다. 왜냐. 보면 안다.

1) 첫 번째. 소비자로서의 반응. 우리 동네서 장사하면서 우리 동네 욕했다고, 우씨. 이 경우 배신감은 대체로 자연스러운 거다. 해당 상품에 대한 충성도가 유난한 골수 소비자들이야 어떻게든 이해해주려 하겠지만 나머지 소비자 일반까지 그래야 할 의무는 없는 거다. 그러니 이 반응의 속성은 상도의에 관한 일반 감각과 그 마지노가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서운함, 정도 되겠다. 하필이면 그 상품이 아이돌이라는 데서 오는 생경함과 당혹감이 보태졌을 뿐.

2) 두 번째. 문화 소비자가 아니라 수컷 경쟁자로서의 반응. 돈 많이 벌고 인기도 있고 미국 시민권도 있는데다가 군대까지 안 가는 자식이 뭐라고. 내 몫일 수 있었던 암컷들 앗아가더니 이젠 한국을 비하까지 해? 이 새끼, 너 오늘 잘 걸렸다. 어느 날 그렇게 틈을 보이고 만 알파 수컷을 다구리 하는 베타 수컷들의 집단 린치. 하여 이 리액션의 키워드는 적대감이요, 그 엔진은 상대적 박탈감이라. 주로 군 미필 남성들이 여기 속한다.

3) 세 번째. 아니 대한민국을 비하했다고? 있을 수 없지. 딱 그만큼. 이 순수하게 우파적, 보수적, 국가주의적 관점도 없진 않았다. 매우 소수였을 뿐. 물론 감정이란 게 이렇게 블록을 쳐 칼같이 구획되는 게 아닌데다 아예 무관심하거나 서로 뒤섞인 경우도 적지 않았으나, 틀 파악에는 이 구분으로 충분하다.

이 셋 중 가장 수가 많았던 건 첫 번째요 가장 먼저, 격하게 반응한 건 두 번째며 가장 본질과 거리가 있었던 건 세 번째였으되, 일이 꼬이기 시작한 건 두 번째가 세 번째의 언어를 구사하며 첫 번째처럼 행동하면서다. 두 번째는 세 번째의 이념을 차용해 자신들의 분노를 정당화한다. 그게 안전하니까. 나를 주눅 들게 만들던 알파 수컷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데, 애국의 완장까지 채워진다. 이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

그러자 그 완장을 애국주의의 집단발호로 해석하고 만 먹물들의 관습적 훈시가 등장한다. 그것은 파시즘이다! 이에 첫 번째가 먼저 반발한다. 아니 소비자로서 내가 내 맘대로 섭섭해하지도 못한다는 건가. 어디서 훈장질이야. 이 반발은 대체로 합당하다. 첫 번째는 그런 구호를 외친 적 없었으므로. 두 번째는 실제 애국엔 관심이 없었으므로. 하여 그 질타는 세 번째에게나 적합한 것이었으므로. 그러나 세 번째는 워낙 소수라 그 판에 거의 참여도 않았으므로.


그렇게 첫 번째가 세 번째에게나 마땅한 훈계를 당하는 사이, 정작 사건을 만든 두 번째는 첫 번째의 반발 뒤에 숨어, 포괄적 첫 번째인 골수 소비자-아이돌의 팬들을 역공한다. 빠순이라고. 훈계와 반발과 공격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더구나 첫 번째는 자초지종에 따라선 아이돌의 사정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집단. 파시즘 질타가 있던 시점엔 이미 그 내막 듣고 아이돌을 용서한 뒤다. 더욱 억울할밖에. 그리고 바로 여기서 첫 번째와 두 번째가 갈린다. 두 번째는 그 전후사정을 듣고도 모른 척한다. 자신의 분노가 명분을 잃을 테니.

여기에 예술적 감성이란 체제 저항의 언행까지 포용하는 사회에서만 성숙할 수 있다는 예술 지상주의 옹호론까지 더해진다. 그러나 그 관점은, 그 선의와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핀트가 어긋난다. 아이돌이 그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 비난에 나름의 논거를 고수했다면, 그 옹호론이 옳다. 그것까지 보호하는 게 예술의 역할, 맞으니까. 허나 그는 어렸고 두려웠고 철이 없었을 뿐. 거기 특별히 더 보호받아 마땅한 예술적 가치란, 없다.

대미는 소속사가 장식한다. 소속사, 그를 버린다. 계산속 한번 신속하고 비정하다. 우리 사회의 내재적 자정작용이 균형점을 찾아가기도 전에. 욕먹어 마땅하다. 버려서가 아니라 기다리지 못해서. 사건은 여기서 반전된다. 이미 그를 용서한 첫 번째의 목소리가, 이미 목적을 달성한 두 번째의 목소리를 그제야 압도한다. 불쌍하다. 돌아오라, 돌아오라. 오, 다이내믹 코리아. 정리 끝.

김어준
2. 여기서부터 미니 감상. 포인트는 많다. 확대 재생산의 주체, 언론을 문제 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이 대목, 짚어두고 싶다. ‘애국’ 감성은, 일차적이고 원시적인 공동체적 감수성이다. 그게 다치면 집단 반응하는 것까진 당연한 거다. 문제는 그 정도를, 우리 사회가 자율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일 뿐. 그런데 그런 감성의 존재 자체를 촌스럽고 위험하다 여기는 게, 비장한 책무인 줄 아는 흐름, 있다. 자신의 열패감을 애국주의로 치환하는 치졸한 수작들만큼이나 웬만한 ‘애국’ 감성은 간단히 파시즘으로 매도하는 그 게으르고 강박적인 호들갑이 안쓰럽다. 그건 오만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지적 태만이다.

마지막으로 박재범은 결국 돌아온다, 에 오백 원 건다. 결국 다, 장사니까. 이상.

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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