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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는 대타 폴리틱을 사랑해.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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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이건희 회장 사면, 원전 수주, 정운찬 총리 최근 행보 초간단 요점정리
간만에 복귀다. 하여 오늘은 그간 메일함에 수북이 쌓인 각종 시사민원 중 개별 사안으로서의 시의성은 좀 처진다만 지난 2년간 그리고 향후 3년간 대한민국에서 벌어졌으며 또 벌어질 일련의 대규모 요해불가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싶은 놈들만 몇 선별해, 속성요약 버전으로다가 정리 좀 하고 가도록 하자. 그래야 또 다음 진도 나갈 때 마가 안 뜬다. 담 주에는 연애, 생활 쪽으로다가 누적된 것 중 실한 거 몇 개 요약 정리하기로 하고. 자, 가 봅시다.
Q 1. 그렇게 법과 질서 강조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건희 회장을 어떻게 그리 간단하게, 더군다나 단독으로 사면을 해줄 수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이명박 시대의 법치란 갈치, 꽁치와 같은 어류를 칭하는 것으로서, 멀쩡한 강바닥을 각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들이 대거 하청 준설하고 그 물길을 콘크리트 보로 가둬 부영양화된 대운하 수로 속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다 알려진, 녹색 괴어다.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어라. 그게 정신건강에 이롭니라.
2. 한쪽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성사시킨 건국 이래 최대의 계약이라고 하고 또 한쪽에선 액수도 과장이며 남는 장사도 아니라 폄훼하는, 원전 수주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그 정도 규모면 애초 수주자만 노나는 계약이란 없는 법이다. 발주자가 바보일 리가 없잖나. 그러니 그런 계약엔 으레 허실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그 계약에 대한 평가절하의 진짜 이유는 원전 수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 공을 각하 혼자 다 날름 섭생하시겠다는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하도 목불견인데다 실제로는 186억인 것을 200억으로 퉁 치고 그것도 부족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향후 60년 장기 운영계약의 추정치까지 미리 태워 400억으로 그 업적을 과도하게 튀기기 하신 것에, 관전자들의 밸이 꼴려 그런 거니라.
게다가 하마터면 파투 날 뻔한 판을 각하께서 친히 출동하시어 고도리로 일거에 나신 줄로만 알았더니만 벌써 2주 전에 다 쇼당 난 판이었다는 거 아니니. 결국 긴급 장거리 출장은 원자력 수출의 미래를 건 담판이 아니라, 연말 마지막 일요일 9시뉴스 단독출연의 찬스를 위한 페이크였다는 거 아니니. 하여튼 이 정권은 어찌나 북도 치고 장구도 치며 자신을 위한 나발을 그렇게 스스로 불어대는지, 약장수 정권이라 칭함에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일부 언론들이 그걸 또 얼마나 다정도 병인 양하며 빨아주시는지, 최근 청와대에서 비데를 다 제거했다는 첩보가 접수되고 있느니라.
하여튼 해당 해프닝의 정확한 사건기록명은 원전수주가 아니라, 원전 수주 확정 2주 은폐사건이니라. 그리 접수하면 대략 큰 문제는 없다 하겠다.
3. 개인적으로 호감이 많았고 또 한때 유력한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정운찬 총리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제 그분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하는 걸까요? 접거라. 왜냐하면 말이다. 그 바닥에선 한번 그리 들어선 이상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알려진 코스에 이미 올라버리셨느니라. 그것이 어떤 트랙이냐. 세종시 뭇매 대신 맞는 몸빵의 길. 각하께서 친히 깔아주셨지. 아니 그 대타 제안을 뭐가 좋다고 콜을 했을까. 원래 사기는 당하는 자의 협조 없이는 성립이 안 되는 법이니라. 압축 초고속 성장하고픈 제 욕심에 스스로 눈이 멀었단 소리 아니겠나. 하여 적어도 대타는 자신이 대타인 건 알고서 타석에 선다만 정 총리는 오로지 자신만 그걸 모른 채 그 샌드백의 신세를 자초한 것이라 봐야지. 그런 의미에선 더미 총리라 할 수 있겠다. 그 왜 자동차 충돌 실험 때 사람 대신 집어넣고 박살 내는 더미 있잖니. 더미가 자기가 더미인 줄 알 리가 없지. 원래 각하께서 이 대타폴리틱을 무척이나 선호하신다. 해서 정치판 주요 배역들의 액션은 뒤에서 연출도 하시고 또 친히 결재도 하시니라. 정몽준 대표 봐. 그분이 명색이 대표인데 뭐 하나 제 손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업자 용어로는 바지사장이라고 하는, 귀한 신분이시지. 결재권 없는 명의대여 사장. 노숙자들이 호구지책으로 지원하는 자리지. 본인은 이런 걸 가게무샤 정치라 부른다. 나는 귀해서 살아야겠으니 나 대신 니가 화살 맞고 뒤지도록 하라, 정치. 그러니 정 총리가 살아 돌아올 리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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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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