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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2 19:27 수정 : 2016.04.22 19:27

친구야.

오늘이 세월호 2주기 날이네. 비바람이 세상을 뒤엎을 듯 거세게 몰아치고 있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처럼 괜히 가슴이 떨리네. 마치 “‘네 이놈, 2년 전의 오늘을 벌써 잊다니’, ‘잊지 않을게, 값지게 할게’ 하고 손 모았던 인간적인 첫 마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절절한 그 다짐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하고 하늘이 호통치는 듯하여 온몸이 오싹해 오네.

세월호 천일기도를 하는 친구들과 함께 4·16 인권선언을 읽으며 지난 2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생각들을 나누었네. 그 자리를 정리한 다음 방으로 돌아와 2주기에 즈음한 의미있는 움직임을 살펴보았네. 그중 몇 가지를 옮겨 보겠네.

“꽃은 시들어도 숲은 시들지 않는다. … 생명과 사랑의 씨앗이 뿌려진 이 숲이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위로를 주고 일반인들에게는 기억하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기억의 숲’을 헌정한 오드리 헵번 가족

친구야.

나는 지면을 통해 오드리 헵번 가족들의 발언과 움직임을 볼 때 부럽고 부끄러웠네. 저들의 긴 호흡이, 침착함이, 깊은 따뜻함이, 희망을 만드는 상상력이.

“먼저 도망친 선장, 그리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의 잘못을 엄중하게 문제 삼지만 이제 그들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 세월호 참사 때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함께했는데 그 이후 분열되어 너무 안타깝습니다. 서로 배려하고 화합했으면 합니다.” -세월호 유가족

친구야.

“관계자들의 잘못을 엄중하게 문제 삼지만 원망하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가슴이 울컥했네. ‘5·18 엄마가 4·16 아들에게’(최봉희 시)의 “팽목항 바다를 향해 울음을 삼키는 안산의 아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네.

세월호 2년, 생살이 찢기는 그 아픔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스스로 ‘문제 삼지만 원망하지 않는다’, ‘원망하는 마음 없이 엄중하게 문제를 삼는다’고 하는 진주처럼 빛나는 저 마음 한자락을 다듬어내기 위해 얼마나 긴 불면의 밤을 지새웠을까. 참으로 가슴 저리게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네.

‘기억이여, 너 이제 노래하라’라는 주제로 세월호 추모공연을 하는 친구들이 있네. 그들이 1주기와 2주기 때 남긴 글을 옮겨보겠네.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묵직한 응어리를 만들었습니다. … 노란 리본을 아직 가슴에서 떼지 못한 까닭은 그날 이후 돌아오지 못한 사랑스러운 아들과 딸, 정겨운 형제와 친구에게 못다 한 사랑과 꿈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2주기 … 우리가 진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들을 담아 추모공연을 하는 까닭은 ‘슬픔의 노란 리본을 희망의 리본’으로 질적 변화를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극단 체로 대표 홍명의

“슬픔의 노란 리본을 희망의 리본으로”라는 대목을 읽으며 가슴에서 저절로 그래 그래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고무되어 있는 ‘여소야대’가 된 정치 상황이 떠올랐네. 하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정치가 과연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 동학이 일어나고 독립운동이 벌어지고 한반도 평화를 외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권력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 때문인 경우가 허다함을 잊어선 안 되네. 세월호 유족의 한을 풀고 교훈을 살리는 길은 시민이 주체가 되는 풀뿌리 정치를 가꾸는 데 있다고 보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그런 차원에서 ‘오드리 헵번의 가족’, ‘세월호의 유가족’, ‘극단 체로’처럼 시민이 주체가 되어 ‘희망의 리본’을 만들어내야 하네. 그 길을 열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으면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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