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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7 17:57 수정 : 2007.06.21 13:58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시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공개되었다. 지난 4월 협상 타결 이후 근 두 달 정부 쪽의 ‘잘했다’는 일방적인 선전에 지쳐버린 중생에게 가뭄의 단비다. ‘제2의 개국’이라고 했나.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경제협상의 결과다.

정부가 주장하는 ‘이익균형’론을 지지하고 있는 가장 유력한 근거가 자동차 부문이다. 협정문을 보자. 미국쪽 자동차 수입관세 2.5% 즉시철폐의 대가로 우리 쪽은 세제, 환경, 안전, 기술기준 등 비관세 영역에서 특혜를 주었다. 우리쪽 배기량 기준 세제를 다시는 도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조세주권도 포기하였다. 온갖 자동차 표준 관련 미국 업계의 ‘상설로비체’라 할 ‘자동차 표준작업반’도 들어주었다(부속서 9-나). 최악은 자동차 관련 특별 신속분쟁해결절차, 그 중 이른바 스냅백 조항이다(부속서 22-나). 협정 위반 시 혹은 이른바 ‘비위반 제소’의 요건인 기대이익의 ‘무효화 또는 침해’ 시 미국쪽 2.5% 관세를 원위치시킨다는 세계 통상협정사에서 전대미문의 조항에 합의하였다. 현 자동차 대미 수출 물량 전부가 2년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될 예정이라 할 때, 2.5% 관세 철폐의 경제효과는 없거나 미미하다. 대신 미국에 국내 자동차시장을 내주었다. 이를 두고 이익균형을 운운하는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일까.

개성공단을 둘러싼 한반도 역외가공 지역 논란도 마찬가지다(부속서 22-다). 문제는 그 충족 요건이다. 비핵화, 남북관계, 나아가 ‘관련 국제규범’, 즉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을 참조한 노동기준 등이 그것이다. 미국이 원하면 이 요건은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 이로써 본질적으로 민족 내부 문제인 개성공단 문제를 과도하게 정치화시켜, 미국의 대북정책에 종속시켰다. 그나마 미국 의회의 별도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속서 11-나 수용’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기본적으로 이 부속서는 미국이 요구한 사안이다. 정부는 간접수용에 관한 부속서 3조 나항에 부동산과 조세 문구의 첨입을 요구하였다. 협상 결과 ‘부동산 가격안정화’라는 문구만 들어갔고, “예컨대 저소득층 주거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그 의미를 한정하였다. 정부는 예전에 이를 두고 ‘부동산 정책’은 간접수용에서 배제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어느 누가 이를 두고, 투기지역 지정이나 토지거래 허가, 개발이익 환수, 각종 재건축 부담금 등 우리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 간접수용과 ‘투자자-정부 소송제(ISD)’의 대상이 아니게 됐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는 사실상 약가적정화제를 무력화할 이른바 혁신신약에 대한 선진국 ‘A-7 최저가’를 협상에서 배제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관련 ‘제5.2조 혁신에의 접근’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다. 오히려 ‘경쟁적 시장도출가격’이라는 이름으로, 말만 바뀐 채 그대로 살아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합의한 ‘신통상정책’을 보면, ‘자료독점권’, ‘특허기간 연장’, ‘품목허가-특허 연계’ 등 우리가 양보한 의약품 관련 핵심조항이 일반인의 의약품 접근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므로 시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정부는 ‘제도개선’이라고 말한다. 협상 상대국에서조차 심하다 하는 것을 ‘선진화’라 우겨대는 정부는 또 어느 나라 정부인가.

농업에 세이프가드는 있으나 마나 하고, 지재권 분야는 아예 ‘협상’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협상 결과 설치될 10개에 이르는 온갖 위원회는 앞으로 ‘1.5정부’, 정부 옆의 정부로 그 역할이 기대(?)된다. 공공정책권의 상당 부분이 위임될 것이다. 그래도 아쉬워 정부는 곧 ‘기술협의’(영어로는 ‘재협상’)를 할 것이란다. 왜?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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