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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07 21:01 수정 : 2008.04.07 21:40

이덕환/서강대 자연과학부 교수

시론

드디어 우리 한국인이 우주로 출발한다. 우리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3만6천명이 넘는 지원자들을 제치고 낯선 러시아 땅에서 1년 이상 고된 훈련을 이겨낸 젊은 과학도 이소연 박사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으로 탄생하게 된다. 여성 우주인으로는 세계에서 49번째이고 아시아에서는 2번째라고 한다. 어쨌든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할 일이다.

우리가 우주 개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2년에 카이스트의 학생들이 외국 대학의 도움으로 쏘아 올린 우리별 1호가 그 시작이었다. 95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 1호가 발사되었고, 99년에는 우리 기술진이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진짜’ 우리별 3호를 성공시켰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인공위성 제작 사업은 과학기술위성, 다목적실용위성, 통신위성, 기상위성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모두 11개의 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고, 현재 6개의 위성이 방송통신과 지상관측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 12월에 전남 고흥의 외나로도에 건설 중인 우주센터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의 국제적 위상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자체 발사장에서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춘 진정한 선진국을 뜻하는 ‘스페이스 클럽’의 9번째 회원이 되는 것이다. 우리 과학기술계가 세계 어느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이룩한 대단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우주개발 계획은 그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과학기술계의 꿈은 훨씬 더 원대하다. 지난 연말에 확정된 ‘우주개발진흥 로드맵’에 따르면 그렇다. 2016년까지는 인공위성 본체 기술의 완전 자립을 달성하고, 2017년까지는 300톤급의 한국형 발사체를 자력으로 개발한다. 그리고 2025년에는 달 탐사 착륙선을 쏘아 올린다. 물론 스페이스 클럽의 당당한 회원으로 국제 공동연구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그런 꿈이 공짜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무려 3조6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적지 않은 규모의 투자다. 물론 모든 연구개발 사업이 그렇듯이 100퍼센트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더욱이 불확실한 경제적 성과와 실패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무모한 투자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우주를 포기할 수는 없다. 오늘날의 우주는 단순히 신비와 동경의 대상이었던 옛날의 우주가 아니다. 오늘날의 우주는 방송통신, 기상관측, 국토관리, 국방을 위해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우주가 멀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필수품이 돼버린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의 우주다. 그런 우주를 포기하는 것은 선진국 진입의 꿈을 포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우주인 배출 사업의 성격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남의 기술로 배출한 우주인이 무슨 소용이냐고 비난할 이유는 없다. 아직은 돈만 낸다고 아무나 우주여행을 시켜주고, 발사체를 빌려주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 과학기술계의 끈질긴 노력과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이번 사업은 우리가 이제 본격적인 우주 개발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국내외에 분명하게 알리려는 시도이다. 우리 과학기술계의 능력과 성과에 대한 일부의 지극히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홍보성 축제를 위한 행사이기도 하다. 이제 과장이나 환상은 필요 없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은 꼭 필요하다. 그런 중요한 노력에 올해 국가 연구개발 사업 예산의 0.2%를 사용한 것을 지나친 낭비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이덕환/서강대 자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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