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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06 19:45 수정 : 2008.05.06 19:45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시론

나는 선거를 통하여 수립된 이명박 정부는 ‘민주적 정당성’이 있으며, 경쟁과 효율을 강화하는 정책도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는 우회전을 공약하고 집권하였으니 우회전을 추진할 권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급격 우회전을 위해 난폭운전을 감행하는 통에 울렁증이 난다.

인수위 단계에서는 ‘오륀지’ 발음으로 상징되는 영어 몰입교육 추진 소동이 있었고,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자리에 ‘강부자’, ‘고소영’ 부류의 인사를 임명하였다가 온갖 의혹이 터져 사퇴하는 소동이 있었다.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밀어 넣으려다가 실패하는가 하면, 임기가 보장된 공기업과 국책 연구기관의 장들은 사표를 강요당했다. 경제적·환경적 문제로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한반도 대운하 정책은 포기되지 않고 있다. ‘0교시’와 ‘야자’를 막는 빗장이 풀려 학생들은 새벽에 등교하고 심야에 귀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으며, 입시경쟁과 사교육을 더 부추기는 교육정책이 예고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의석을 가진 공당이 ‘불법 폭력단체’로 규정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점령군식 밀어붙이기는 집권공약인 ‘경제 살리기’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 정권을 잡지 못했던 10년 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는 자화자찬이 무색하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컴퓨터의 상태를 점검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자신들이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민심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돌아보아야 한다.

이런 일이 누적되던 상태에서 미국 쇠고기의 전면수입 결정은 민심에 불을 질렀다. 정부는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쇠고기 수입 협상을 황급히 타결했다. 그 결과 한 고교생의 대통령 탄핵 제안에 백만이 넘는 동의서명이 이루어지고 촛불집회가 개최되는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검역 주권’의 상실과 국민의 건강권을 우려하는 민심을 경청하기보다는, 이 민심에다 ‘반미’, ‘불순’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시중에 떠도는 광우병 괴담 중 과장된 것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말 뒤집기와 무원칙한 협상자세로 화를 자초했다. 현재 미국 쇠고기의 100% 안전성을 선전하는 한나라당과 정부의 고위인사 및 언론들도 불과 반년 전에는 미국 쇠고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수입제한을 역설하지 않았던가. 미국이 ‘통제된 위험국가’라고 하나,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경미한 위험국가’는 아니다. 대통령은 미국 쇠고기는 “질 좋고 값싼 고기”라고 말하나, 일본과 유럽 각국은 이를 두고 여전히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무지를 탓하며 미국 정부나 업체가 해야 할 발언을 일삼는 것을 그만두길 바란다. 대신 0.1%의 발병 가능성도 대비하면서 미국의 광우병 방역제도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수입 쇠고기를 철저히 검역하고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는 제도구축에 진력하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고경영자(CEO)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국민은 이 회사의 ‘직원’이 아니라 ‘주주’다. 주주는 언제든지 시이오를 비판하고 교체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허용되지 않는다. 신임 시이오는 주주들의 경고를 겸허히 수용하길 바란다.

나는 대통령과 집권세력에게 좌회전하라고는 부탁하지 않겠다. 그러나 적어도 대선 시기 표를 구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민심에 귀를 기울이며 우회전의 각도와 속도를 조정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안정감과 책임감 있는 우회전, 그리고 절제 있고 진중한 우회전을 하라는 말이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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