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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20 20:18 수정 : 2008.08.20 20:18

박광서 서강대 교수,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

시론

최근 공직사회의 연이은 종교차별적 행보에 불교계가 범불교도대회로 맞서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불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들이 자꾸 터져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종교 문제에 관한 한 이명박 장로 대통령은 불신을 받고 있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여 물의를 일으켰고, 청계천 준공식 때도 “하나님이 해주신 거라 먼저 목사님 모시고 예배 드리고 테이프 끊었다”고 자랑하더니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도하는 부산의 청년부흥회에 동영상 축사를 보내 비기독교인들을 소외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후보 때도 ‘종교간 화해와 상생을 위한 서약서’에 서명을 거부했고, 종교 편파성 논란에 대해 단 한 번도 공개사과를 하지 않아 헌법을 지키고 사회통합의 의지가 있는 대통령인지 의심받는다.

실용정부 들어서서 ‘사탄의 무리’ 운운했던 추부길 목사에 이어 또 다른 목사를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하더니, 부시 대통령과의 공식 만찬 자리에 조용기 목사를 불러 기도를 하게 해 목사 없이 정치를 할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포항시 예산의 1%를 성시화운동에 지원하겠다고 했던 정장식 전 포항시장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시키는 부적절한 인사를 지켜본 불자들은 배신감마저 느낀다. 최근에는 대중교통 정보시스템 ‘알고가’에서 작은 교회까지 안내하면서 사찰은 모두 빠뜨려 불자들의 분노를 샀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전국 경찰복음화 대성회’ 홍보 포스터에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사진을 게재해 권력을 특정 종교에 빌려주는 어설픈 짓을 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 얼마 전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이 타고 있던 차를 검문하여 불교계를 자극한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정중히 양해를 구해야 할 일을 “총무원장이니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무례하고 도발적인 태도로 트렁크까지 검색했다니 하는 말이다.

민주화, 사회투명성, 평등한 세상을 목표로 온 힘을 쏟아온 지난 수십 년간 종교 문제까지 다룰 여유가 없어 종교인권이나 정교유착의 문제는 유보되어 왔던 사회적 과제였다. 이제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져 사회 이슈로 불거진 것뿐이다. 혹자는 공직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며 마땅찮아하기도 한다. 물론 누구나 내면의 종교자유는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는 심부름꾼인 공직자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물론, 자신의 언행조차 권력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잊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교분리라는 헌법정신인 것이다.

종교로 인해 불편하고 차별받는 사회는 후진 사회다. 공직사회, 학교, 공공장소 등 공공영역에서의 종교 오염과 종교 차별 사례는 드러내고 공론화해 풀어감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소모를 줄여야 한다. 우선 ‘국가공무원법’의 정치중립처럼, 종교중립 조항 추가 등 법제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법치사회의 순리일 것이다. “모든 제도는 의식의 소산이며, 모든 의식 또한 제도의 소산”이라고 하지 않는가.

“정치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지만, 종교는 그보다 열 배는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종교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불씨를 꺼야 하는 이유다. “다종교 국가 중 한국만큼 비기독교인으로 사는 데 불편을 느끼는 나라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불안한 동거’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각종 갈등구조가 중층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잠재적 폭발 가능성이 많은 종교 갈등을 미리 예방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국민통합 없이 선진 사회를 꿈꾸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공공영역에서의 종교 중립은 그래서 중요하고 시급하다.

박광서 서강대 교수,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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