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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9.18 21:49 수정 : 2008.09.18 21:49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시론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가장 말이 적다. 북한 정보를 다루는 각국의 태도를 보면서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중국은 언급 자체를 피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백악관 대변인은 정보가 없다고 했고, 국무부 대변인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은 늘 그랬다. 1986년 11월 한국의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김일성 주석의 사망을 확인했을 때도 미국은 정보가 없다고 했다. 당시 한국은 김일성 주석을 죽였다 하루 만에 다시 살림으로써 ‘세계적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중국이나 미국이 북한 정보에 대해 이토록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몰라서? 정보가 없어서? 아니다. 정보와 외교를 구분할 줄 알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어떤가? 국가정보원의 정보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가 공개되는 방식이다. 이해관계가 없는 상대에 대해서는 아무렇게나 말하는 경향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중국이나 미국과 달리, 그토록 과감하게 발언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남북관계에 대한 고려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 안에는 남북대화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당연히 북한이라는 상대의 태도를 고려하지 않는다.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 보라. 급변사태 대비를 떠드는 상대와 대화하고 싶겠는가? 우환을 빌미로 흡수 의지를 노골적으로 비치는 상대와 협력하고 싶겠는가?

정책이 없으니 정보 대응 체계가 부재한 것은 당연하다. 어떻게 부처마다, 혹은 청와대의 담당자마다 말이 다른가? 그것은 정부가 조율된 ‘언론 대응 지침’(Press Guidance)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럴 수 있을까? 부처간 실무협의를 통해 정보를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금강산 사태에서도 확인되었지만, 정보 공개의 혼선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무협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조율된 방침이 없다는 뜻이고, 조정체계가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보는 정책의 기본이다. 물론 부처간에 공유할 수 있는 정보와 그렇게 할 수 없는 정보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신상정보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들은 정보 출처의 성격을 고려할 때, 모두 공유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정책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보들은 공유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부처간 정보공유 체계가 약화되면서 많은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더욱 심해졌다. 조율된 언론 대응 지침을 만들지 않을 정도면, 과연 정부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외교안보 부처의 조정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국회 역시 반성할 점이 있다. 북한 정보를 다루는 국회의 정보위원회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중계방송된다. 비공개면 비공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보를 다루는 정보위원회가 왜 비공개로 운영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한국이 이런 식으로 막 공개해 버리면, 앞으로 미국이나 중국과의 정보 협력이 어렵다. 한국에 알려주니 곧바로 언론에 나가더라 하면, 누가 정보를 주겠는가? 특히 여당의 여당다움이 요구된다. 이제는 국정운영의 책임감을 느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정보는 국력이다. 한국의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은 확실히 발전했다. 그러나 정보 관리 체계는 너무 부실하다. 북한 정보는 많이 안다고 자랑할 대상이 아니다. 미묘하고 민감하고 복잡하다. 물론 정책이 있어야 정보도 제자리를 찾는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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