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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3 23:16 수정 : 2009.05.13 23:16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시론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에이비시(ABC)협회(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에 부수를 신고한 신문사에만 정부 광고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견 투명한 기업에 정부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으로, 시장 투명성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사안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광고의 집행은 정부 홍보라는 본래의 목적 이외에도, 광고료를 통해 국민을 대신해 정부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신문사의 경영에 결과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그 집행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조처는 몇 가지 점에서 신중치 못했다.

우선 민간 자율기구인 에이비시협회에 부수를 신고한 신문사에만 광고를 집행하겠다는 조처는 적절치 않다. 자율기구는 회원단체들의 자발성을 전제로 신뢰가 발생하는 것인데, 정부 광고료를 지렛대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를 통해 민간기구인 협회가 정부의 영향력 아래 놓일 가능성도 있다. 또 이 협회는 과거 회원사의 요청에 따라 부수 조작을 한 사례로 인해 불신을 받고 있어 우선 신뢰부터 회복해야 하는 조직이다. 영향력 있는 신문사들이 협회를 좌우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더군다나 우리는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 수단을 이미 가지고 있다. 현행 신문법은 신문발전위원회라는 독립적인 법적 기구에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신고하고 이를 검증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불성실한 신고에 대해서는 문화부가 과태료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가 스스로 과태료 책정과 부과, 납부 독촉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는 것이 우선 아닐까? 법적인 강제사항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신문사에 취할 수 있는 조처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정부가 민간 자율기구에 의존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문제는 정부 조처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신문법 개정안에 자료 신고 조항이 삭제되었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법이 개정될 경우 정부가 정책 수립을 위해 시장 상황을 파악하려면 협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합헌의 법적 수단을 포기하고 정부나 큰 신문사에 영향을 받기 쉬운 민간기구에 시장 투명성을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법개정 방향인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법이 개정되기도 전에 그에 맞춰 정부 조처를 수정하겠다고 한다. ‘선진’ 행정인지, 법을 무시한 비법적 행정인지 자문해볼 일이다. 정부는 혹시 국회 기능을 무시하고 신문법 개정을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큰 문제는 정부 광고를 다른 정책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데 있다. 정부 광고는 정부의 시책과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려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고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모든 국민은 정부 광고를 통해 정책 내용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 광고는 가능한 한 모든 매체에 분산 시행되어야 한다. 각 매체 수용자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고하지 않은 매체에 아예 지원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은 정부 광고의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정부가 언론에 관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그에 맞는 수단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언론과 관련하여서는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경구처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이 정부 들어서 정부 광고가 큰 신문들에 쏠리고 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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