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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1 22:24 수정 : 2009.05.21 22:24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시론

남북 협력관계의 마지막 연결고리인 개성공단마저 위태롭다. 북한은 15일 “개성공단 계약 무효”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자신들이 새로 정한 법규를 수용하지 않으려면 개성공단에서 철수해도 무방하다고 통보했다. 통보문의 “6·15를 부정하는 자들에게 6·15의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대목으로 보아 이명박 정부가 6·15 남북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지키지 않는 데 대한 보복조처의 성격이 짙다.

반세기의 냉전 끝에 어렵게 마련된 남북 화해 협력 구도가 새 정부 1년여 만에 파탄이 나고, 20년 전 냉전시대로 복귀하게 되었다. 서해상에서는 언제 무력대결이 일어날지 불안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세계가 화해 무드로 바뀌는 판에 한반도는 냉전시대로 역주행하고 있어 창피하다. 금강산 관광객 총격과 핵실험, 미사일 발사에 이어 이번 조처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책임이 크다. 미국 새 정부와의 대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타까움도 적지 않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헌법 전문은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하여 ‘평화적 통일’과 ‘동포애’, ‘민족의 단결’을 강조한다. 헌법 본문 제66조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69조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국민 앞에 선서하도록 했다. 국회의원들도 임기 초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를 선서하게 한다.

헌법이나 국회법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성실하게 임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헌법은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명시하여, 분단상태나 냉전논리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했다. 2005년에 법률 제7763호로 제정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남북관계의 발전은 자주·평화·민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남북 공동 번영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한나라당이 동의하여 17대 국회에서 제정되었다.

평화통일로 가는 길목인 6·15 선언은 국제사회와 유엔이 지지했던 것이고, 10·4 선언은 공표 당시 국민 8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정상간의 합의선언은 국제법상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지닌다. 또 민주국가에서는 전 정권에서 이룩한 권리와 의무는 승계하는 것이 국제법적 원칙이다. 전문가들은 남북간의 국력 차이를 20분의 1 정도로 본다. 남북 체제경쟁에서 우리가 크게 앞선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가 헌법을 존중한다면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북한 문제에 접근하고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 미국과는 조약도 아닌 협약을 지키고자 국민건강권과 검역주권을 포기하면서 북한과는 정상선언의 합의까지 폐기한다면 남북관계가 유지되기 어렵다. 북한이 주력 부대의 거점이었던 개성공단과 핵심 군항이었던 장전항을 개방한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6자회담 국가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북한을 고립시키고 배제하려는 의도는 북한에 대한 전후 배상을 하지 않으려는 속셈과, ‘분열시켜 지배’하려는 책략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북한 붕괴 때 동북3성에 편입시키려는 원려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아일랜드가 1845년부터 7년간 대기근으로 150만명이 굶주려 죽어갈 때 대영제국은 이를 외면했다. 영국의 적대정책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후 아일랜드인 가슴속에 영국인들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한’으로 남게 되었다. 대북관계에서 호혜와 포용, 평화의 비용에 인색하지 말자. 이 대통령은 헌법의 ‘준법’ 정신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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